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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져만 가는 나랏빚에, 시민들의 삶의 질은 뒷걸음질입니다. 20조 원이 넘는 4대강 사업에, 대통령 형님과 부인 예산까지. 지방 자치단체 역시 이런저런 건설사업으로 빚더미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세금혁명'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12회에 걸쳐 우리 주변 곳곳서 벌어지는 세금낭비 실태와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 편집자 말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봉' 취급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지식검색에서 '납세의 의무를 잘 지켰을 때 이로운 점'을 묻는 질문에 "남들이 바보라고 부릅니다"라는 답이 올라오는 세태다. 하지만 그런 답을 읽는 우리는 왜 쉽게 부정하지 못하고 서글픈 웃음을 짓게 되는가.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이 왜 바보가 되는가. 그것은 누군가는 정직하고 성실히 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타는 무임승차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이 나라의 사회경제적 약자라면 '생활이 곤궁해서 그러려니…' 이해라도 하겠지만 그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재벌이고 최고 권력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과 4조 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을 보유했지만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이건희 삼성 회장.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과 4조 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을 보유했지만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이건희 삼성 회장.
ⓒ 권우성·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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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났지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이에 대해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이겠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리 빼돌리고 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태광그룹 등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가. 미납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억대의 자산가다. 손자·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라. 경찰 1개 중대가 주변에 좍 깔려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에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지방세 체납, 고용산재보험료 미납해도 대통령되는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5000∼5만5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 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섯 차례나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 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미국이라면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사실만 드러나도 대통령은커녕 정치권에서 사실상 추방당할 텐데, 대통령까지 되는 게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0~2002년 동안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불과 1만5000~5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0~2002년 동안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불과 1만5000~5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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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뿐이면 다행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대전 유성구의 밭과 충북 청원군에 있는 임야를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드러났다. 최 장관은 거래 사실조차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그걸 어느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서울 강남 오피스텔 임대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 탈세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140억 원대의 자산가인 그는 현 정부 초기 기재부 차관으로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을 도와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한 전력도 있다. 종부세 무력화로 그는 수천만 원의 종부세를 줄일 수 있었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0억 원대의 부동산을 3년 이내에 팔고도 등기날짜를 맞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낙마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시민권자인 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부의 장관이나 정치인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탈세를 하거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진수희 장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대한민국 '비자금과 탈세의 원천'으로서 건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의 주요 통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지목한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설업이라고 하면 부패와 복마전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건설부패를 통해 얼마나 많은 비자금이 조성되고 탈세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이 같은 비자금과 탈세가 전방위적으로 만연된 뇌물 수수 실태와 직결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면 건설업계는 어떤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까. 우선 원도급업체는 하도급 업체와의 '이중계약'을 맺는 수법을 가장 많이 쓴다. '이중계약' 외에도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수와 근무 일수, 지불임금 등을 조작하면 손쉽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다. 공사장 인부들은 대부분 일용직이어서 이들의 수입 등이 국세청 등에 잘 잡히지 않는 맹점을 노린 것이다. 한 공사장의 노무관리직원은 한 가마니의 목도장을 가지고 다닌다.

또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도 고용한 것처럼 처리되는 경우 발생한다. 2005년부터 1개월 미만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이 확대적용 돼 이 수법을 통해 형성되는 비자금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동원하는 중장비 대수 및 가동 일수, 사용하는 각종 자재의 수량 및 단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은 여전하다. 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하거나 하청업체와의 거래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도 동원된다.

건설업체들은 또한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분식회계해 세금을 줄이기도 한다. 이때 이용되는 게 공사 진행률이다. 아파트 건설공사는 1년 만에 끝나는 공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올해 공사가 40% 진행됐더라도 30%만 진행된 것으로 바꿔 매출액을 줄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가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미분양 물량이야말로 건설업계의 관행화된 회계 부정과 탈세 실태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종 부도 처리된 엘드건설이 준공한 대전 도안신도시의 아파트 분양 물량 1253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분양 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엘드건설이 미분양 물량으로 신고한 것은 불과 2가구에 불과했다. 아파트 분양 수입은 건설업체의 핵심적인 매출이자 수입 원천인데, 회사가 부도날 때까지 분양 매출이나 수입조차 제대로 잡히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의 건설사들은 이중 회계를 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한 시스템통합업체 관계자는 "한 건설업체가 사내 회계시스템을 구축할 때 처음부터 두 개의 회계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 같은 실태가 업계 내에 만연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또 한 외국계 투자은행 고위 간부도 "건설업체들의 회계장부는 건설업체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믿을 수 없어 외국 자본이 인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

건설업계의 성장률과 법인세액 증가율이 따로 놀고 있어 건설업계가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 [도표] 건설업 법인세액 증가율 추이 건설업계의 성장률과 법인세액 증가율이 따로 놀고 있어 건설업계가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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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다 보니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업 성장률과 건설업체들이 내는 법인세액 증가율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보통 건설업이 성장하면 매출액과 수입 규모도 커져서 세액도 커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2003년이나 2007년처럼 건설업 성장률이 높은 해에 오히려 법인세액 증가율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 벌어진다. 거꾸로 2008년처럼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데도 오히려 법인세액 증가율이 급증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건설업계가 매출과 수입 등을 제대로 회계 처리해 신고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건설업계의 회계장부에서 누락되는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건설업체들이 로비에 사용하는 자금이나 각종 건설부패 사건에서 드러나는 비자금 등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자금만 최소 10조~15조 원 가량은 되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2008년 건설업 전체에서 약 20.5조 원의 과세 대상 소득이 발생해 약 4조원의 법인세가 부과됐다. 따라서 건설업계 전체에서 비자금 등으로 누락된 액수를 10조~15조 정도로 잡으면 2008년 기준으로 약 2조~3조원 정도의 법인세를 탈세한 셈이다. 

이밖에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 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칼같이 내야 하는 세금을 이들은 어떤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기에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그렇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도 제대로 된 처벌도, 세금 추징도 당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은 사람들이 동창회장이나 총무를 맡아 떵떵거리고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고 힘세다는 사람들부터 국민의 기본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하는데 원튼 원치 않든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유리알 지갑' 인생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이 근원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가? 진정으로 한국사회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이제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집값, 사교육비, 보육비, 고물가 등의 민생고 해결하기 위한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저출산고령화 충격에 따른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더구나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라는 '이중의 충격'을 불러올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조세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유권자의 뜻을 반영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런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납세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라도 '세금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세금혁명당 바로가기 www.fb.com/taxre

덧붙이는 글 | 부동산거품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정부는 여전히 가진자들만 배 불리는 살림살이 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 땅의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탈토건 친생활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추구하는 세금혁명당을 시작했습니다. 세금을 바꾸면 나라가 바뀝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세금혁명당 www.fb.com/taxre



태그:#세금혁명, #탈세, #이건희, #상속세, #건설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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