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좌완 라인 중 '형님' 이승호가 의미 있는 선발승을 따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2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이승호의 호투에 힘입어 5-1로 승리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20일 경기에서 4-9로 패했던 SK는 하루 만에 설욕에 성공하며 12승 4패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SK는 최근 4번 연속으로 위닝 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기록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FA 이진영에 대한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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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LG의 승리투수 박현준은 작년 7월 27일까지 SK 소속이었다. SK 시절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LG 이적 후 작년 시즌 2승에 이어 올해는 벌써 3승째를 챙겼다.

반면에 21일 SK 선발 투수인 이승호는 지난 1999년 LG에 입단해 2008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LG에서 활약하던 투수다. 하지만 박현준과 이승호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박현준은 작년 7월 28일LG와 SK의 4:3 트레이드에서 LG가 '핵심멤버'로 지목한 유망주였지만, 이승호는 지난 2009년 LG가 '국민 우익수' 이진영을 FA로 영입하면서 SK에 내준 '보상선수'다.

조금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승호는 LG가 '버린 카드'였던 셈이다. 이승호는 2003년 11승을 거두며 탈삼진왕에 오른 후 매년 성적이 하락했고, 2008 시즌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LG의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승호는 SK 유니폼을 입은 첫 해에도 단 3.2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고, 2010 시즌에도 2승 1홀드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낸 것이 이승호의 유일한 성과였다.

하지만 이승호는 2010 시즌 31이닝을 던지면서 2.03의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비록 이닝 수는 적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끝없는 추락을 맛보던 이승호에게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친정' LG를 상대로 6.1이닝 1실점 호투로 감격적인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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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는 이번 시즌에도 SK의 롱릴리프를 맡으며 지난 1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구원승을 따내는 등 자신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리고 21일 LG전에서 드디어 시즌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이승호에게는 '친정'을 상대로 한 뜻 깊은 선발등판이지만, 사실 이승호의 선발 등판은 LG 타선에 혼란을 주기 위한 '위장 선발'의 의미가 강했다.

당초 SK의 선발 투수로 예상된 투수는 3경기 3승을 올리고 있는 '우완 에이스' 송은범이었다. 송은범은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1실점 승리 이후 6일의 휴식을 취해 싱싱한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이승호의 선발기용으로 LG 라인업에 혼란을 준 이후 이승호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곧바로 송은범을 투입해 경기를 잡겠다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야신의 예상은 또 다시 빗나가고 말았다. 3이닝만 막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승호가 무려 6.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유일한 피안타와 실점은 4회초 조인성에게 맞은 솔로홈런이었다.

이승호가 기대를 뛰어 넘는 호투로 LG타선을 봉쇄했을 때 SK 타선은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3회까지 3피안타 3실점했던 주키치는 4회말 선두타자 최정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강판됐다.

주키치는 두 차례나 보크(부정 투구) 판정을 받으며 고전했고, 3이닝 4실점(4자책)으로 부진한 끝에 4경기 만에 시즌 첫 패전을 기록했다.

반면에 이승호는 6.1이닝을 1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으로 틀어 막으며 시즌 2승, 그리고 SK 이적 후 세 시즌 만에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승호의 선발승은 LG 시절이던 2007년 7월 13일 KIA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3년 9개월, 1378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의 선발승은 이승호가 LG 유니폼을 입고 거둔 마지막 승리였다.

이승호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선발승을 따내 준 덕분에 SK는 선발진 운영에 여유가 생겼을 뿐 아니라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3연전에서 송은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LG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후 자신을 버린 팀을 상대로 값진 선발승을 거둔 이승호(2경기 2승).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출전을 노리는 SK의 '노장 비밀병기'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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