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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의 벚꽃은 보통 벚꽃과 무척 다른 느낌을 준다.
 현충원의 벚꽃은 보통 벚꽃과 무척 다른 느낌을 준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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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저녁 뉴스를 보니 주말을 맞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170만 명의 봄꽃놀이 인파가 찾았다고 한다.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에 그 많은 사람이 몰렸으니 벚꽃구경하려다 사람 등짝만 구경하기 쉽상이겠다. 이 뉴스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아마 나처럼 인터넷으로 이런 검색을 했을꺼다. '호젓한 벚꽃길' 또는 '사람없는 봄꽃 놀이터'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벚꽃으로 유명한 여의도 윤중로나 남산 벚꽃길, 과천 어린이대공원 등으로 벚꽃구경을 나서지만, 서울에 넓고 호젓한 봄꽃 산책길이 있는 이곳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 주말에 찾아갔을 때에도 하늘하늘거리는 벚꽃과 목련, 노랑 개나리들을 사람들에게 등떠밀리지 않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 현충원은 수도권 전철 4, 9호선 동작역에 내리면 바로 걸어서 갈 수 있다. 주차장도 무료여서 차를 가지고 가도 부담이 없고, 더욱 좋은 건 한강가에 위치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봄 기운이 완연한 한강가를 달리며 즐겁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현충원을 향해 가는 한강가에는 화사한 봄 기운이 완연하다.
 자전거를 타고 현충원을 향해 가는 한강가에는 화사한 봄 기운이 완연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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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넓은 현충원은 산책로, 시내, 연못등이 있어 이맘때쯤 봄꽃놀이 하기 참 좋은 곳이다.
 크고 넓은 현충원은 산책로, 시내, 연못등이 있어 이맘때쯤 봄꽃놀이 하기 참 좋은 곳이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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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앞에 도착해 자전거를 거치대에 묶어두고 입구의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료도 무료이고 나처럼 도심속 봄꽃놀이 인파에 질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현충원이 워낙 크고 넓은 곳이다보니 주말임에도 붐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현충원에는 독특한 벚꽃나무들이 살고 있는데 바로 '수양 벚꽃'이라고 하는 나무다. 보통 왕벚꽃이라 하여 위로만 쭉쭉 뻗은 벚꽃이 아니라, 땅을 향해 머리를 땋아 기른 것 처럼 길게 늘어진 수양벚꽃은 무척 독특하고 이채롭다. 덕분에 사진가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이날도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현충원에 전시된 다양한 역사 전시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느라 바쁘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느라 바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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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수양 벚꽃 나무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수양 벚꽃 나무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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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벚꽃의 치렁치렁하고 황홀한 자태를 감상하며 샛노란 개나리가 반기는 산책로를 따라 가면 현충원을 길게 한바퀴 돌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한강을 포함한 주변이 탁 트이는 산행에 가까운 코스도 있고 산책로 중간에 절도 있다. 덕분에 오래 걷느라 갈증난 목을 절 아래 약수터에서 적실 수 있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효종이 원한을 갚고자 북벌계획을 세우며 활을 만들려고 했던 나무가 수양벚꽃 나무라고 한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수양벚꽃은 갑자기 하늘하늘 춤을 추며 묘한 느낌을 전한다. 곳곳에 하얀 목련꽃도 청초하게 피어나 봄꽃놀이의 흥을 더해준다. 특히 살아 생전 목련꽃을 좋아했다는 육영수 여사 묘역 주위에 나무위의 연꽃이라는 목련이 가득하다.

화려한 벚꽃들과 엄숙한 묘역의 분위기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화려한 벚꽃들과 엄숙한 묘역의 분위기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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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목련꽃을 좋아했다는 육영수 여사의 묘역에는 활짝 핀 목련들로 가득하다.
 살아생전 목련꽃을 좋아했다는 육영수 여사의 묘역에는 활짝 핀 목련들로 가득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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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 까먹는 사람들, 벚꽃을 배경으로 활짝 웃는 아이를 사진에 담기 위해 까르르 더 웃는 어른들, 한손에 물통을 들고 운동복 차림으로 산책나온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한갓지고 여유로워 보여 좋다.

새벽 6시부터 개장 한다니 상쾌한 공기와 함께 이른 아침에 걸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고, 평일엔 1시반부터 현충원 근무교대식과 총검술 시범을 한다니 벚꽃을 배경으로 멋질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태그:#벚꽃, #현충원,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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