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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강정마을
ⓒ 신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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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된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를 접견했다. 당시 그는 옥중 단식 9일째라 몹시 초췌한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윤기가 하나도 없었고 눈과 양 볼도 푹 들어간 상태였다.

그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자 제주로 내려와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마을 해안가에 기거하며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앞장을 섰는데 영장실질심사 때는 판사에게 비록 구속이 되더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하여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신념의 소유자다. 
 
그는 필자를 보자마자 강정마을의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필자는 강정마을회가 지역신문에 낸 "제주도민들께 드리는 간절한 호소"라는 제목의 광고를 보여 주면서 강정주민들은 정당성이 없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끝까지 반대투쟁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단식 중단 의향을 물어봤다. 무엇보다도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는 결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편 그는 반대투쟁 과정에서 공사장의 인부들에게 폭력을 가한 점에 대해서는 참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명분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고통을 준 것은 잘못이라고 하며 그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필자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졌다. 그가 참회하는 폭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국가가 행한 구조적 폭력에 비하면 그야말로 작은 폭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정마을은 제주도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 약 1900명 정도의 마을로 원래는 해군기지 후보군에도 없던 곳이다. 그럼에도 생뚱맞게 2007년 4월 26일 불과 80여 명이 모인 마을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결의가 이루어졌고 결국 제주해군기지 예정지가 되었다.

이에 다수의 마을주민들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조차 없이 극소수에 의해 이루어진 졸속 결의라며 반발을 했고 결국 2007년 8월 10일 마을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주도한 마을이장을 해임시켰다. 당시 투표에는 마을주민 436명이 참가해 유표 투표수의 95.4%인 416명이 회장 해임에 찬성을 했다. 그 열흘 후인 8월 20일에는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는데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해 유효 투표수의 94%인 680명이 유치에 반대했다.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에 설치된 현수막.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에 설치된 현수막.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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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서게 되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원수가 되어 서로 싸우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서귀포신문>이 2009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하였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되어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주민들도 34.7%나 됐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상태가 황폐화되어 버린 것이다.

2007년 4월 26일에 이루어진 해군기지 유치결의는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정부에 의한 회유와 공작의 냄새가 난다. 그 회유와 공작의 결과 비정상적인 유치결의가 이루어졌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해군기지 후보지인 강정마을 해안가는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올레 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는 이유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총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나아가 강정마을 앞 바다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 등 풍부한 생물다양성으로 인해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인증을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강정마을 해안가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무단으로 해제하고는 매립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 위법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위법 여부 판단을 회피한 채 주민들은 소송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했다. 결국 주민들은 몸으로 공사 강행을 막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십 명 이상이 재판장으로부터 '나라 사랑하라'는 훈계를 들으며 형사처벌을 받았고 급기야 양윤모씨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인해 강정마을 공동체는 황폐화되었고 주민들 상당수는 전과자가 되었으며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는 무너지게 되었다. 이는 국가의 구조적 폭력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구조적 폭력은 양윤모씨가 공사장의 인부들에게 가한 폭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력이다. 

양윤모씨는 지금 작은 폭력 때문에 감옥에 갇혔고 그 안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큰 폭력을 휘두른 장본인들은 감옥에 가기는커녕 버젓이 거리를 활개하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양윤모씨는 작은 폭력을 참회한다고 하며 그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하나 큰 폭력을 휘두른 자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하는 자가 없다.

이 기막힌 모순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이러고도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에 공정사회를 강조했다. 이에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누가 감옥에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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