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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발제를 하고 있는 정운형 집행위원장.
 토론자 발제를 하고 있는 정운형 집행위원장.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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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이 토론회는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 지체를 잘라내야 한다고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를 섬기기 위해 출범한 한기총이 더 이상 교회를 섬기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국민들 역시 한기총을 한국교회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기총이 기독교 정신을 상실하고 대표성도 상실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 이동원 기독교윤리실천연대 이사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명동 청어람 소강당에서 열린 한 토론회는 제목부터 '한기총 왜 해체해야 하는가'다. 지난 1월 열린 제22회 한기총 총회가 '금권선거'로 드러나면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던 '개혁요구'가 좀 더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권선거, 맘몬이 왕이 된 한국 기독교 현실 드러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주관하고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정운형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주변에서 왜 해체냐 금권선거를 저지른 당사자들만 제적하고 잘 리모델링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해체하는 게 곧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총 해체 담론의 선봉장 격인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는 "(한기총 금권선거는) 한국 교회의 도덕불감증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믿음을 전하기 위해선 신뢰도가 중요한데 신뢰할 수 없는 증인이 증언하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손 교수는 "한기총이 회개하고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땐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9일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었던 이광선 목사는 출마 당시 "실행위원들에게 돈을 주었다"며 금품선거 전력을 고백했고, 이어서 10일과 15일에는 동료 목사들이 "(올해 대표 회장으로 선출된) 길자연 목사 측에게 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3월 28일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 정지를 명령했으며, 이에 길자연 목사는 취소를 신청한 상황이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운형 교회개혁연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기독교 내부적으론 금권선거에 관한 온갖 설만 난무했었지만 이젠 관련자들이 직접 양심고백하면서 분명한 증거들이 나왔다"면서 "양심선언을 한 사람도 폭로 수준에 그칠 뿐 누구도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고 예전부터 그래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정 집행위원장은 "(금권선거는) 사실상 하나님이 아닌 맘몬(mommon)이 왕이 된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맘몬(mommon)은 물질적인 부와 탐욕을 뜻하는 말이다.

정 위원장은 "한기총 예산을 살펴보면 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4% 정도고 나머진 대형교회나 거액을 기부하는 개인의 돈인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한국 기독교의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한기총 조직은 암 덩어리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지정토론자인 김형국 목사는 "개신교인들끼리 토론하고 교제하면서 연합하는 게 기독교의 최대 장점인데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한 대표 단체가 '우리 생각은 이렇다'고 말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며 "한기총 조직의 과잉 대표성 혹은 유사 대표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목사는 "한기총에서 벌어진 문제가 각 교단 노회 및 지역교회에서도 일어난다"고 언급하면서 "가난한 사람은 집사도 장로도 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기총을 해체해 보았자 이와 비슷한 또 다른 단체가 나올 뿐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결책과 관련, 그는 "한기총 해체하는 건 해프닝이 될 뿐 그게 아닌 성도들이 직접 나서 교회지킴이 서약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말미에 기도하는 청중들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토론회 말미에 기도하는 청중들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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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봄 허락해 달라"

토론회 참석자들과 청중들은 한기총 해체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타락한 선거의 문제라면 법정에 맡길 건 맡기고 보다 성경에 충실하게 문제를 해결하자", "한기총 해체 이전에 금권선거를 한 장본인들의 퇴진 운동이 먼저다" 등의 주장들이 나왔다.

이와 관련, 토론 참가자들은 "단순히 한기총에 국한되지 않고 각 교회의 투명성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도들 개인의 양심을 지키며 사실을 숨기지 않고 목회자뿐만이 아닌 성도들이 함께 감시하며 서로 연합해야 한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이동원 기윤실 이사장과 청중들은 다음과 같은 회개의 기도를 올렸다.

"오늘 이 자리 참으로 아픈 마음으로 섰습니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제 책임입니다. 목회하는 저 같은 사람들의 책임입니다. 저희를 용서해주십시오. 저희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새로운 봄을 허락해 주십시오."

토론회가 끝난 뒤 한 청중은 "우연히 토론회에 오게 되었는데 처음엔 무조건 한기총을 아웃시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곧 나의 문제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슬프기도 하지만 필요하면 잘라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기총 해체를 위한 움직임이 다방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윤실에 따르면, 이미 아고라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한기총 해체 촉구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한기총에 가입한 교단과 단체를 대상으로 탈퇴 촉구 서명운동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3월 21일 한기총 법률고문 중 한 사람이었던 전재중 변호사가 사직했고, 31일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한기총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기총 해체의 당위성을 알리는 토론회도 전국에서 열린다. 이날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4일과 5일에 양일에 걸쳐 부산(4일, 부산중앙교회)과 대구(5일, 경북대 백호관)에서도 토론회가 열려 한기총 해체를 압박할 계획이다.


태그:#한기총,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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