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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1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건데요. 이 기사는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조만간 T-50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할 것이고 ▲  이르면 다음 주 한국 정부와 T-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서한으로 통보해 올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의 가벼운 '입'

T-50 고등훈련기 조선일보 2011년 3월30일자 1면
▲ T-50 고등훈련기 조선일보 2011년 3월30일자 1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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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주목을 끈 이유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 국정원의 침입 사건 아시죠?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 보도에 따르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본 계약이 체결되기까지 난관이 많습니다만,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분명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저는 30일 이 기사를 보면서 약간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입을 빌어 "T-50 수출 곧 성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우리 측에 확답을 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건 30일 <조선일보> 보도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보도될 경우 국익에 손해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보도가 나갈 경우 최종 협상 단계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와 홍보수석실 멘트가 들어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제목은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수출 곧 성사'로 달고, 기사 내용에서는 같은 청와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확정은 아니다, 보도가 먼저 나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도했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제목과 기사가 상반되게 나갔다는 얘기죠. 이 기사 좀 이상하지 않나요?

청와대의 '입'만큼 가벼운 <동아> <조선>

이 의문은 오늘(31일) <중앙일보>과 <동아일보>를 보면서 풀렸습니다. <중앙일보> 고정애 기자가 쓴 기자칼럼(12면)과 <동아일보> 사설 '청와대 참모들의 입 가볍다'를 종합해 보면 왜 이런 '이상한 기사'가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대충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청와대 관계자가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협상에 청신호가 보인다는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 그런데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 하지만 이 요청을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청와대 참모들의 가벼운 입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청와대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에도 T-50 수출이 나름 잘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섣불리 공개한 것은, 숙소 침입 사건 못지 않은 외교적 결례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T-50 수출 중앙일보 2011년 3월31일자 12면
▲ T-50 수출 중앙일보 2011년 3월31일자 12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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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도네시아 정부가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만에 하나 계약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와대 못지 않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 보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아> <조선>, '이런 상황' 초래될 줄 몰랐을까

물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일부 언론들도 이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물론 많은 언론이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중 등에서 현격히 '차별화'를 보였습니다. 당장 <중앙일보>만 봐도 30일 10면에서 이 사안을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이 사안이 갖는 의미를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저간의 사정' 등을 감안해 비중을 조절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청와대 참모 동아일보 2011년 3월31일자 사설
▲ 청와대 참모 동아일보 2011년 3월31일자 사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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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동아일보>의 오늘(31일) 사설은 조금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청와대의 보도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30일 1면에서 마치 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해 놓고선 이날 사설에선 "청와대 참모들의 입이 가볍다"고 질타를 합니다.

같은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제목은 '수출 곧 성사'로 달고, 기사 내용은 '확정은 아니다. 보도가 먼저 나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조선일보> 어제(30일) 보도 못지 않게 황당한 사설입니다. "최종 성사 때까지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도 말이 앞선 느낌"이라는 <동아일보> 사설의 마지막 문장은 청와대가 아니라 <동아일보>에 먼저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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