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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 4 Rivers!
 SOS! 4 Rivers!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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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의 주말 토요일 같았으면 포근한 이불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안 했겠지만 3월 26일은 달랐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카메라를 준비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경북 예천의 회룡포에 가기 위해서이다.

이번 환경운동연합에서는 한국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회룡포에서 했다. 이번 퍼포먼스는 약 1천여 명 정도가 회룡포의 고운 모래사장에 모여 커다란 "SOS"라는 글자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는 고양환경운동연합 소속으로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사실 나는 오로지 퍼포먼스만을 위하여 온 건 아니였다. 물론 퍼포먼스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번 4대강 사업으로 회룡포의 모습을 사라지기 전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국가지정 명승 16호인 회룡포는 직접적인 4대강 사업 준설현장은 아니지만 회룡포 상류에 영주댐을 건설하면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공급이 차단되어 새로운 모래를 공급 받을 수 없을 수 없게 되고, 그 뒤로 집중호우가 오면 회룡포의 아름다운 은빛 모래사장은 하류로 쓸려나가게 된다고 한다.

 회룡포 모래사장에 모인 시민들.
 회룡포 모래사장에 모인 시민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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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서 4시간 반 가량 달려 어느 산중턱에 위치해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다른 전세버스들이 도착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회룡포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주차장에서만 보이는 사람 수만 봐도 이번 퍼포먼스가 얼마나 큰 퍼포먼스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자동차도 올라갈 수 있는 콘크리트 길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앞에 있는 사람의 발뒤꿈치를 밟기도 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생강나무 꽃도 구경하고 같이 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회룡포 전망대에 오르니 힘든 줄도 모르고 금세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회룡포의 모습을 보려면 사람이 나올 때 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었다.

 SOS 문신을 새긴 회룡포.
 SOS 문신을 새긴 회룡포.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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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하나 둘 사람들이 자리를 내줘서 나도 회룡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번 사진으로만 보았던 회룡포인데 드디어 내 눈으로 보는구나! 하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본 회룡포의 첫 인상은 자세히 표현하긴 힘들지만 노오~란 노른자가 볼록 솟아있는 계란프라이 같았다. 마침 시간이 점심시간이고 배가 고파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뿅뿅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뿅뿅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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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비싸고 번쩍번쩍한 카메라는 아니지만 조그만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먹음직스런 회룡포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나서 다른 사람들도 회룡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자리에 나와서 회룡포로 내려갔다.

회룡포로 내려가는 길은 자갈과 모래가 많아 미끄러워 여러 번 자빠질 뻔 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다 내려와 그 유명한 뿅뿅다리에 도착했다. 뿅뿅다리 밑으로 흐르고 있는 내성천은 물이 깊지도 않고 물 속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과 자갈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로 맑았다.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뿅뿅다리를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사람이 건너오면 보통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뿅뿅다리는 폭이 매우 좁고 울타리 같은 것도 없어서 건너편에 사람이 오면 한 쪽은 가만히 서서 앞에서 오는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더군다나 나는 카메라까지 들고 있어서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지나가다 나를 툭 부딪쳐서 물 속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긴장을 많이 했다. 카메라만 없었더라면 뿅뿅다리를 건너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을 것이다.

무사히 뿅뿅다리를 건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회룡포 모래사장을 가까이서 보니 미리 SOS 모양으로 선이 그어져 있었고 선 옆에는 막걸리 병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술은 싫어하지만 여기 있는 막걸리를 보자 퍼포먼스 하러 온 기분보다 마치 잔치나 축제를 하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지역별로 나뉘어 앉았고 우리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은 맨 첫 글자 S 부분에 앉았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점심을 김밥으로 먹고 모래사장에 앉아있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착하고 SOS 모양이 만들어져 갈 때쯤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이 나보고 전망대에 빨리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 산에 올라가는 동안 퍼포먼스가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런 장면은 두 번 다시 찍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테니 전망대 위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회룡포의 모습을 담는 기자들.
 회룡포의 모습을 담는 기자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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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겁지겁 다시 전망대 위로 올라갔다. 땀을 뻘뻘 흘리고 전망대 위로 올라와서 회룡포를 보니 모래사장 한편에 커다란 SOS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전망대에는 많은 방송국의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기자들 사이로 힘겹게 사진을 찍었다.

맨 처음의 SOS 모양은 중간 중간에 줄이 끊겨져 있거나 삐뚤어져 있었는데 전망대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전화통화로 어디어디 부분이 끊겨져 있다라고 알려줘, 이내 제대로 된 SOS 모양을 만들어냈다. 아래 회룡포 모래사장에서 SOS 모양을 만든 사람들은 "4대강이 니끼가? 아니다 우리끼다!" 등 구호를 외치며 약 40분간 퍼포먼스를 펼쳤다.

약 1천명이 모인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는 최대한 오랫동안 전망대에서 회룡포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박자박 천천히 전망대에서 내려와 모두 버스를 타고 회룡포를 떠났다.

그 다음은 회룡포보다 더 아름답고 낙동강 1300리 중 제일 아름답다는, 아니 아름다웠다는 경천대를 찾았다. 경천대도 회룡포와 마찬가지로 전망대 위로 올라갔다. 경천대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황토를 깔아놓은 길과 돌로 쌓아놓은 돌담들이 놓여있었고 전망대 입구에는 조그마한 놀이동산이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을 안 하는지 놀이동산 분위기가 썰렁했었다.

 경천대 쪽의 낙동강 모습
 경천대 쪽의 낙동강 모습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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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 전망대 위로 올라와 그 아름다웠다는 경천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본 경천대의 모습은 황당 그 자체였다. 경천대 안내서에 나와 있는 아름다운 경천대의 모습은 간데없고 흙먼지를 날리며 중장비들이 열심히 흙을 퍼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오는 경천대인데 망가져 가고 있는 경천대의 모습을 보니 사진 속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들었다. 에이-! 늦게 태어난게 죄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전망대에서 경천대의 풍경을 바라보고는 돌아갔다. 일찍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라는 글이나 구호를 많이 읽고 들어왔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받지 못한 후손이 우리세대 일 줄이야. 그래도 아직 회룡포처럼 아름다운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정말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회룡포나 다른 아름다운 곳을 더 이상 잃지 않도록 내가 보탤 수 있을 만큼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퍼내고 있는 중장비들
 물을 퍼내고 있는 중장비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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