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판공비라고 알고 있는 업무추진비는 원래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다. 업무추진비다, 특수활동비다, 공공기관의 '장'들이 쓸 수 있는 예산이 이것저것 많아서 뭐가 뭔지, 어떻게 사용되는 예산인지 시민들이 알기가 어렵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올해부터 투명한 행정을 위해 업무추진비의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했고, 썩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업무추진비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공공기관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특수활동비의 경우는 일명 '묻지마 예산'으로 집행기관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보고하지 않아도 되며, 주로 현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해서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공무를 수행하는 데 써야 하는 이 돈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는 것이다. 업무추진비의 공개과정에서 어디에, 어떻게, 어떤 명목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칙이 없어 정보공개센터에서 16개 광역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내역을 청구했을 때에도 공개된 정보의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국회에 청구했던 특수활동비는 아예 비공개결정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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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러니 시민들이 업무추진비나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16개 광역단체장들에 이어 전국지방경찰청장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해 보았다. 청구할 때 분명히
"2009년~2010년 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중 현금으로 사용한 내용구분하여 공개바람(사용일시/사용목적/사용액/사용처 구분하여 공개바람)"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지방경찰청도 광역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공개내용이 가지각색이었다. 집행일시, 집행내용, 사용액, 사용처를 분명히 밝혀주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집행내용도 건별이 아니라 일별로 공개하거나 사용처의 경우는 밝히지 않는 곳이 더 많았다.

<2009-2010년 지방경찰청 업무추진비 공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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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지방경찰청 업무추진비 공개현황 전국지방경찰청의 공개수준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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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항목별로 성실히 공개해준 곳은 광주청과 전남청 딱 두 군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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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지방경찰청 업무추진비 공개내용 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현금인지 카드인지 구분하여 공개한 전남지방경찰청 공개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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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사용처를 공개하긴 했으나 격려금으로 지급된 예산에 대해서는 지급받은 당사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100%라고 할 수는 없었고, 사용처 공개를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을 보면 아무래도 규모가 큰 서울청이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2009년에 6300여만 원, 2010년에 4200여만 원이었다. 그 다음이 경남, 경북, 경기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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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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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청은 매월 청장실, 차장실의 차 재료 구입으로 각 45만 원, 20만 원을 사용했다. 2009년에 9개월간 차 재료 값으로 590만 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마시는 차가 얼마나 고급인지는 몰라도 다른 청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이다.

청장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매월 같은 액수를 차 재료 구입에 지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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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지방경찰청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의 일부 매월 청장실의 차재료 구입으로 많은 예산을 사용, 하루에 7번의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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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는 대부분 직원들과의 간담회, 격려금,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되어진다. 지나친 업무추진비편성과 사용으로 기관장들의 쌈짓돈이라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무실의 차 재료도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담회 하면서 식사를 어디서 했는지, 누구에게 경조사비를 주었는지 공개하는 것부터 되어야 펑펑 쓰는 업무추진비를 비롯해 공공기관의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