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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6시 30분 ]

"SBS 보도 이후 우리 언론들이 (고 장자연) 편지의 필적이 아닌 사건의 실체적인 진상규명이라는 쪽으로 의제를 설정해서 적극적인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면 과연 경찰이 열흘 만에 이 사건을 묻어버릴 수 있었을까."

지난 6일 SBS의 '장자연 친필편지' 단독보도와 함께 2년 만에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던 '장자연 사건' 언론보도에 대한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문제의식이다.

"진위 여부에만 초점 MBC-KBS, 2009년보다 더 무기력"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자연 사건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에서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사무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자연 사건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에서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사무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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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자연 사건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김 사무처장은 "이번 장자연 사건에서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경찰발표에 기대 '편지조작여부', '필적감정결과'를 중계하는 데 머물렀고, '편지가 가짜면 재수사는 없다'는 경찰의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전하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특히 지상파 방송인 MBC와 KBS의 보도태도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MBC와 KBS는 7일부터 16일까지 각각 6건, 7건의 관련 보도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경찰발표를 따라간 것"이라며 "KBS의 경우 마지막 보도에서 경찰수사결과와 함께 그래도 남는 의혹과 논란을 언급한 반면, MBC는 최소한의 지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BS가 최초보도를 한 6일 이후 MBC가 보도한 6건의 기사제목을 보면 '편지 진위 가린다(7일)', '편지 원본 찾아라(8일)', '편지 '원본' 찾았다(9일)' '편지 '조작' 흔적(10일)', ''장자연 편지' 조작'(16일), '"다중인격자"(16일)'와 같이 모두 편지의 진위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MBC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나"라고 탄식했다. 또한 "MBC와 KBS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2009년과 비교해 더욱 무기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3월, 두 방송사는 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유력일간지 대표"(MBC), "신문사 유력인사"(KBS)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KBS의 경우, '이 사람(일간지 대표)이 운영하는 신문사가 KBS가 문건을 입수하기 전에 문건을 입수했다'는 증언을 전하며 '자사 대표가 거론되어 보도를 덮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 '우리가 피해자' 공세적 태도"

김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적극적인 취재태도를 취한 매체는 역설적으로 <조선일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당시 <조선>은 장자연 문건에 자사 사장이 언급된 것에 대해 그야말로 입도 뻥긋 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사 사장을 언급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 방송토론회에서 자사 사장을 언급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은 요구한 시민단체 대표 등 7명을 명예훼손이라며 줄고소했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조선>은 이종걸 의원의 국회발언 직후 "본사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실명을 적시, 혹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되므로, 관련 법규에 따라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라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 결과 <민중의 소리>,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뷰스앤뉴스> 등 소수의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이종걸 의원의 발언과 관련, '조선일보'를 '○○일보', '해당 언론사' 등으로 표기했다. 이는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진보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장자연 사건 2라운드'에서 <조선>의 보도 태도는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조선>은 지난 9일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부른 게 오해 불러"라는 기사에서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 조선>의 전 사장"이라고 추측하고 나섰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조선>이 자사사장의 결백을 강조하는 데 프레임을 맞추며 자신들을 '부실수사와 악의적 루머의 피해자'로 설정하는 프레임을 만들어냈다"고 해석했다. 또한 "2009년 자사 사주에 대해 다른 신문들이 언급조차 못하게 했던 <조선>이 "스포츠 조선 전 사장"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으로 특정인을 '장자연 문건'에 기재된 실제인물인 것처럼 공개한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장자연씨 사건을 놓고 공세적인 보도 태도를 취한 SBS와 여기에 공세적으로 대응한 <조선>의 긴장과 갈등의 국면에서 다른 언론들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특히 MBC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긴장감을 가지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입 다물었던 비참한 과거 돌아봐야" 

 양후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장이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자연 친필이라고 주장되던 편지원본은 장자연의 필적과는 '상이한 필적'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양후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장이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자연 친필이라고 주장되던 편지원본은 장자연의 필적과는 '상이한 필적'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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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장자연 사건'에 대한 언론의 침묵을 '동업자적 카르텔'이라고 표현했다. 최 교수는 "가장 유력한 언론사와 관련된 문제를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은 거의 없다"며 "이 사건이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건 언론이 비호하고 있는 대상이 '권력을 가진 언론'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과수는 필적감정을 할 뿐 언론사나 검경은 그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고 보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이나 검경은 왜 있어야 하나"라며 "국과수의 필적감정결과와는 별개로 이 사건이 갖고 있는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살아있는 권력이 관여되지 않았다면 사건과 관련된 기록들이 공개되었을 것이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문제는, 누가 장자연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뿐만이 아니라 누가 그 죽음의 책임을 드러나지 않도록 묻어버리고 있는가에 진실규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스스로 입을 다물었던 비참한 과거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며 "진실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언론이다. 만약에 언론이 그것을 밝히지 못한다면 다른 유형의 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정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이번 장자연 사건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먼저, "편지의 내용을 보면 편지를 쓴 이(장자연)가 직접 편지를 보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교도소 수·발신 목록에 장자연 혹은 설화라는 이름이 없다거나 전아무개씨의 정신병력 등을 문제 삼으면서 국과수 발표 이전에 여론을 몰아가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 편지내용과 관련, "이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내용들, 예를 들면 장자연이 피부 관리를 어디서 받았다 라든지, 전 소속사대표 김아무개씨가 광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언급, 기타 실명이 언급된 지인과 관련된 사실 등은 굳이 50여 명의 전문수사인력을 모두 동원하지 않아도 쉽게 확인되는 것들"이라며 "이와 관련된 추가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민들이 국과수와 경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드라마 <싸인> 때문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대답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가 있고 간절한 수사요구가 있는데 수사기관이 수사를 재개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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