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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뚜구리탕. 강원도 토속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꾹저구탕'으로도 불린다.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뚜구리탕. 강원도 토속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꾹저구탕'으로도 불린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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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을 여행하다 길가에 심상치 않은 이름의 음식점을 발견했다. 음식점 이름이 'OO뚜구리집'이다. 뚜구리? '쭈구리'도 아니고 '뚜구리'는 또 뭐지? 쭈구리를 잘못 쓴 건가? 그런데 쭈구리가 원래 음식 이름이었나? 별 생각이 다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드르륵 식당문을 열고 들어간다. 뚜구리라는 말에서 풍기는 이미지치곤 식당 안이 꽤 정갈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피는데 뚜구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음식이 세 가지다. 메뉴로 뚜구리탕, 수제비 뚜구리탕, 뚜구리 통고기 등이 있다. 아, 그러니까 뚜구리는 음식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는 뚜구리가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침 손님이 없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뚜구리가 뭔가요? 답은 간단하다. 오십천에 사는 민물고기란다. 오십천은 삼척시 백병산에서 발원해 삼척 시내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그 하천이 바로 식당 옆으로 흐른다.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그러니까 이 집은 오십천에서 잡아온 뚜구리라는 민물고기로 탕을 끓여서 파는 집이다. 뚜구리로만 탕을 끓이지 않고, 뚜구리에 미꾸라지 등 잡어를 함께 섞어 넣어 만든단다. 뚜구리에 뚜구리만 넣지 왜 다른 물고기를 섞어 넣느냐고 했더니, 뚜구리만 넣는 것보다는 더 맛이 좋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삼척 시내를 흐르는 오십천. 절벽 위의 누각은 보물 213호인 '죽서루'.
 삼척 시내를 흐르는 오십천. 절벽 위의 누각은 보물 213호인 '죽서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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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고 나서 잠시 뒤 음식이 차려진다. 식탁에 미역무침, 깎두기 등의 반찬이 깔리고 공깃밥과 함께 뚝배기에 담긴 탕이 나온다. 탕은 약간 거무죽죽한 빛이 감도는 게 추어탕과 비슷해 보인다.

맛도 추어탕과 비슷한 것 같지만, 추어탕보다는 좀 더 맑고 깔끔하다. 그러면서 조금은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꽤 세련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뚜구리는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곱게 갈아서 넣은 까닭인지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뚜구리탕, 맛을 보고 나니 그 이름에 왠지 정이 간다. 뚜구리탕은 무엇보다 위에 부담이 가지 않아서 좋다. 속풀이 해장국으로 제격일 듯하다. 실제 해장국으로 많이 팔린다. 뚜구리는 탕 말고도 구이로도 만들어서 먹는다.

아주머니 말이 뚜구리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강릉 지방에서는 '꾹저구'로도 부른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삼척에서 팔리는 '뚜구리탕'이 강릉에서는 '꾹저구탕'으로 팔리고 있었다.

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 다 자란 성체는 크기가 10~20cm로 미꾸라지보다는 큰 편이다. 사는 곳은 강릉의 연곡천, 양양 남대천, 삼척의 오십천 등으로 바닷물과 만물이 섞이는 곳에서 주로 잡힌다.

뚜구리는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이 달라, 구구리, 꾸구리, 멍텅구리, 뿌구리 등으로도 불리며, 그런 이름이 붙여진 까닭은 산란기에 있는 수컷이 '구구, 구구' 소리를 내기 때문이란다.

동해안을 여행하다, 식당 간판에 '뚜구리'나 '꾹저구' 같은 용어가 보이거든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동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맛 중에 하나다.


태그:#뚜구리탕, #꾹저구탕, #뚜구리, #꾹저구, #동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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