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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시 내에 걸려 있는 원자력발전소 유치 지지 현수막들. 반대 현수막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현수막들 모두 불법으로 내걸린 것들이지만 철거가 되지 않고 있다.
 삼척시 내에 걸려 있는 원자력발전소 유치 지지 현수막들. 반대 현수막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현수막들 모두 불법으로 내걸린 것들이지만 철거가 되지 않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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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유치 문제를 놓고 강원도 삼척시에서 유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의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치 찬성 측은 "시민 대다수가 이미 원자력 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는 서명을 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주민투표로 주민수용성을 검증하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주민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해 사실상 주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에 반대 측은 "통장과 공무원까지 동원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솔직히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찬성 서명을 받은 것은 횡포에 가깝다"며 주민투표를 거부할 경우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논란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 문제를 놓고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시설 일부가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삼척시에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지금까지 찬성 의견에 압도되어 있던 시민들이 반대 의견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원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주민들이 시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지역 내 단체나 회사 이름으로 시내 곳곳에 걸려 있던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들이 일부 자진해서 철거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 박홍표 상임대표는 "그 전에는 남 보기 무서워서 반대의견을 드러내지 못했던 시민들이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원전이 안전하다는 논리가 무너지면서 삼척에 원전을 유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삼척시원자력유치협의회 정재욱 대표는 상황이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는) 부분적인 사고"에 불과하며 "지역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전체적인 문제로 확대시키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일본의 원전 사고로 원전의 안전성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안전하다'는 논리와 '국내에 원자력발전소를 확대 건설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척시의 원전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 역시 더욱 더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삼척에서 원전 유치 문제를 놓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 보았다.

 삼척시청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시민들의 의견.
 삼척시청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시민들의 의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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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 찬성 시민이 96.9%" vs. "서명 과정에 탈법 있었다"

지난 9일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이하 유치협의회, 대표 정재욱)는 김대수 삼척 시장과 주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력발전소 유치 결의대회를 갖고 삼척 시민을 대상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 서명을 받은 결과, "96.9%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110%가 넘는 찬성 서명을 받아냈으나 중복해서 서명을 한 사람과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서명을 제외한 결과, 이같은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유치협의회에 따르면, 서명에 참여한 삼척의 유권자 5만8000여 명 중 5만5000여 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삼척시의 전체 인구수는 7만2000여 명이며,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에 참여할 수 있는 총 유권자 수는 5만9000여 명이다.

이에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이하 백지화위원회, 상임대표 박홍표 신부)는 "공무원, 통·리반장을 동원해 주민들을 회유하는 등 찬성 서명을 받아내는 과정이 부당한 방법으로 진행됐다"며, "실제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는 시민의 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장과 공무원들을 앞세워 서명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지역 내 인간관계 등을 내세워 무언의 압박을 가하거나 서명 당사자를 찾지 못한 경우 대리서명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백지화위원회는 어떤 특정한 사안에 96.9%나 되는 사람이 찬성을 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고 있다. 삼척의 유권자들 중 찬성에 서명하지 않은 주민은 3.1%에 불과하다. 그 중 무응답자를 고려할 경우, 순수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그보다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채 3%도 안 된다는 얘긴데, 1998년과 2005년 이미 두 차례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유혹을 뿌리친 경험이 있는 삼척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유치협의회의 정재욱 대표는 백지화위원회의 이같은 반응에 서명을 받아내는 데 부당한 방법은 "추호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2월 25일부터 3월 7일까지 통장들을 추진위원으로 위촉하고 공무원까지 나서서 서명을 받은 결과 단시간에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말없이 침묵했을) 다수의 말없는 분들도 전부 찬성을 했다"는 말을 덧붙여 이번 서명이 주민의 의사를 대변함을 강조했다.

 삼척시 근덕면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 부지. 현재 방재산업단지로 건설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다. 삼척시가 이곳에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함으로써 방재산업단지 실패를 만회하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척시 근덕면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 부지. 현재 방재산업단지로 건설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다. 삼척시가 이곳에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함으로써 방재산업단지 실패를 만회하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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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실시할 이유 없다" vs. "이미 약속한 일인데..."

갈등은 찬성 서명자 수를 따지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백지화위원회는 유치협의회가 찬성 서명자의 압도적인 수치를 앞세워, 원자력발전소 유치와 관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약속을 무위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지화위원회에 따르면, 삼척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그같은 내용을 문건으로도 작성해 두었다.

그러나 유치협의회의 정 대표는 의회 내에서 주민투표 같은 것은 애초 언급도 없었으며, 의원들의 조건부 찬성이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문건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이미 주민들 대다수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주민투표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주민투표가 오히려 주민들간에 대립을 불러올 게 분명한데 그걸 실시해 분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백지화위원회는 현재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약속한 문건이 존재하는 걸 확인하기 위해 삼척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유치협의회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삼척MBC는 지난해 12월 14일자 방송에서 "원전력발전소 유치 동의안이 삼척시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며 "삼척시와 시의회가 이견을 보였던 주민투표는 내년 상반기 안에 반드시 실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8.29공원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기념비. 8.29공원은 1993년 8월 29일 근덕면민이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소공원이다.
 8.29공원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기념비. 8.29공원은 1993년 8월 29일 근덕면민이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소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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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수 년간, 3번이나 핵 시설 후보지로 선정된 삼척

삼척이 핵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로 지난 1998년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문제로 격렬한 반대 운동을 전개했으며, 두 번째는 지난 2005년 방폐장을 유치하는 문제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다. 1998년에는 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지정이 된 근덕면(덕산리)을 중심으로 삼척 시민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나타내 원자력발전소 유치 시도를 막아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의회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큰 분란 없이 갈등을 봉합했다. 당시 두 사건 모두 핵 시설 유치 반대 쪽에 더 큰 세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원자력발전소 유치 문제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당시와 비교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데 유치협의회와 백지화위원회 모두 같은 의견이다. 다만 유치협의회는 찬성이 압도적이라고 발표한 데 반해, 백지화위원회는 예전에 비해 찬성 의견이 많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반대 의견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지화위원회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결과는 다르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척시청 내 원자력사업유치단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지역 경제가 크게 악화된 데 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데서 생기는 경제적인 효과에 사람들이 상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예전에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전이 위험하다는 논리를 과장했고, 지금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 되살릴 수 있다" vs. "홍보 내용 과장되어 있다"

백지화위원회는 주민들이 경제적인 효과에 거는 기대보다는 한국수력원자력(주)나 삼척시의 홍보 전략에 사람들이 현혹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주민 개개인이 직접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은 미미한 데 비해, 그 내용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는 핵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문제에 시에서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장을 비롯해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 작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척시 내의 도로변에는 지금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찬성하고 지지하는 내용의 문구들로 가득한 현수막들이 넘쳐나고 있다. 현수막 수가 1000여 개에 달한다. 그 중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현수막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다. 반대 문구를 찾아보는 일 자체가 무척 어렵다. 홍보 물량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불법으로 내걸린 것들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게 되면, 지역 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선전에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삼척시청에서는 지역 내에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문제 역시,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인구 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지화위원회는 삼척시의 이런 논리 역시 주민들을 현혹하는 논리에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과거 영광이나 울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한다고 해서 실제 인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영광과 울진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이후로도 인구가 계속 줄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감소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 역시 지역 간 단순 비교에 불가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에는 지역마다 다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한다" vs. "이번에도 반드시 막아낸다"

 1999년 11월 근덕면 8.29공원에 세운 '원전백지화 기념비'. "근덕면민은 결사의 투쟁으로 덕산 원전건설계획을 백지화하였다 애향의 열정과 살신의 각오로 청정해역과 수려한 강산을 지켰다..."고 적고 있다.
 1999년 11월 근덕면 8.29공원에 세운 '원전백지화 기념비'. "근덕면민은 결사의 투쟁으로 덕산 원전건설계획을 백지화하였다 애향의 열정과 살신의 각오로 청정해역과 수려한 강산을 지켰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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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유치 문제를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과 논리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과 달리, 찬반 양측이 물리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성 쪽은 반대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며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반대 쪽은 시대가 바뀌어 예전처럼 물리적인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할 때는 아니라고 보고 법적인 절차를 밟거나 밑에서부터 반대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지난해 11월 말 원전부지를 선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21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원전 6기(1400MW급)를 새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말 마감한 부지선정 공모에서 고흥과 해남이 응모를 포기하고 울진, 영덕과 함께 삼척시가 유치 의사를 밝혔다. 당시 고흥은 "(원자력발전소가)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모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치 후보 지역이 정해지면서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올 2/4분기 내에 삼척, 울진, 영덕 3개 지역 가운데 2개 지역을 원자력발전소 건설 부지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유치협의회는 울진과 영덕에 비해 삼척이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하고, 삼척이 후보지로 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백지화위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핵 관련 시설이 삼척에 들어서는 걸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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