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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의 세 번째 문제점은 국민들의 눈속임을 일삼는 과장 광고다. 민영의료보험은 흔히 '묻지도 따지지도', '무조건보장', '다보장', '퍼펙트보장'라는 표현을 써가며 과대 홍보를 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민영의료보험의 광고를 그대로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인 수준의 의학지식으로 이들의 보장내용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영보험상품들은 보통 과장 광고를 하고, 마치 많은 것을 보장해줄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보통 '자세한 내용은 약관참조'로 비껴가는데 실제 전문가더라도 수백 페이지나 되는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광고의 내용을 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 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험약관에 적혀 있는 상세한 내용들을 모두 설명 듣지 못하고 있지만, 계약서상에는 약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상품의 경우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실손형 보험] 연평도 포격 피해, 보험은 보장 안 해준다

지난해 11월, 북한군의 포격을 받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의 모습. 모두 타버린 한 민가가 당시의 충격을 말해주듯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군의 포격을 받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의 모습. 모두 타버린 한 민가가 당시의 충격을 말해주듯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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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형 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실제 손실(법정 본인부담+비급여 본인부담)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실손형 보험은 질병과 부상(상해)에 대한 입원 및 외래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해 준다.

보통 외래의 경우 1~2만 원을 초과한 경우부터, 입원의 경우 본인부담액의 90%를 보장해준다. 그러나 실손형 의료보험이 실제 발생되는 실손 의료비를 모두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손형 의료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영역은 '아주' 많다.

아래는 실손형 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의료비 분야를 정리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영역은 정신과 진료 영역이다. 즉,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흔한 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신과 진료영역은 보장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 불임 등과 관련한 의료비는 일체가 제외된다. 그 외 요실금, 선천성 질환, 수술건수 1위인 치질 등의 항문질환, 예방접종, 치과 및 한방의 비급여 진료비도 일체 제외된다.

사고(부상)의 경우에도 전쟁, 내란, 폭동 등으로 인한 사고는 보장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의 경우, 실손형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다.

그 외 보장이 되지 않는 범위는 아래 박스를 보면 된다. 이를 보면 실손형 보험이 결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의료비를 모두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손형 보험이 보장해주는 질환의 영역은 건강보험이 보장해주는 영역보다 더 좁다.

국민건강보험은 고의나 중한 과실 및 자동차, 산재 등 타법령에 의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질병, 부상(상해)에 대해 보상을 해 준다. 이에 반해 실손형 보험은 각종 보장의 제한이 많아 실제 건강보험의 취약한 부분을 완전히 메워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의에 의한 질환이나 사고, 우울증·불면증·정신불열증 등 일체의 정신과질환 및 행동장애(F04~F99), 여성생식 관련질환(습관성 유산, 불임 및 인공수정관련 합병증), 임신·출산(제왕절개를 포함)·후기로 입원한 경우(O00~O99), 선천성 뇌질환(Q00~Q04),비만(E66), 요실금, 치질·항문농양 등의 직장 또는 항문질환, 치과 및 한방 관련 비급여, 건강검진, 예방접종, 인공유산, 호르몬 투여, 불임검사, 불임수술, 불임복원술, 보조생식술(체내, 체외 인공수정 포함), 성장촉진과 관련된 비용 등에 소요된 비용, 단순한 피로 또는 권태, 주근깨·다모·무모·백모증·점(모반)·사마귀·여드름·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 발기부전(impotence), 불감증, 단순 코골음, 단순포경 (phimosis),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검열반 등 안과질환, 의치·의수족·의안·안경·콘택트렌즈·보청기·목발·팔걸이(Arm Sling)·보조기 등 진료재료의 구입 및 대체비용,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쌍꺼풀, 주름살제거술, 성형수술, 사시고정, 다리 정맥류), 인간면역바이러스(HIV)감염으로 인한 치료비, 전쟁·외국의 무력행사·혁명·내란·사변·폭동, 자동차보험(공제를 포함합니다) 또는 산재보험에서 보상받는 의료비 등. - 실손형 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의료비(금감원 표준안)

[암보험] 보험금 받으려면 병을 더 키워야 한다?

암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모두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인 갑상샘암은 일반암에 비해 보장이 10%에 불과하다. 갑상샘암은 여성암중 1위로, 전체의 23.5%를 차지하고 있다(2007년).

또 일반암이라 하더라도 사보험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조직학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보통 말기암이나 고령으로 인해 굳이 치료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암등록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암으로 인정되고 암등록을 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사보험 대부분은 암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암보험 상품의 약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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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①] L 생명보험의 암보험 약관 중 .
ⓒ 김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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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암이라고 하더라도, 병기(病期)에 따라 암 진단금을 차별할 때도 있다. 한 예로, S생명 통합보험의 암특약이 그렇다. 통합보험에서 암보장은 3년 갱신으로 중대한 질병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한 암중에서 악성 흑색종과 전립선암의 경우, 암 진단을 받더라도 조기암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장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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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S생명의 통합보험의 약관 중 .
ⓒ 김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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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③]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센터 자료 .
ⓒ 김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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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흑생종의 경우, 종양의 깊이가 1.5mm이하인 사람들은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종양의 깊이가 1.5mm 이하라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은 87% 정도에 불과하다.
전립선의 경우도 병기 T1c이하는 보장을 제외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최근 급격히 증가(남성 평균 발생률 증가가 1.2%, 남성 암 중 전립샘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2.3%)하고 있는 암이다. 전립샘암 중 병기 T1c(암이 만져지지도 않고 방사선 검사상 보이지 않음) 이하인 경우는 전체 전립샘암 중 30%를 상회하고 있으며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전립샘암의 50%이상이 T1c 병기 이하에서 발견된다.

즉, 민영의료보험에서 암 관련 보험료를 타기 위해서는, 암이 더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CI보험] 뇌혈관질환 중 오로지 뇌출혈만 보장

CI보험이란 중대한 질환(Critical Illiness)에 대해 보장을 해주는 상품으로 보통 3대 주요 질환인 암, 뇌졸중, 심근경색증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상품들은 사망원인의 1, 2, 3 위를 보장해준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래는 A보험회사의 3대 질병보험 광고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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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④] A 생명보험의 CI보험 광고 .
ⓒ 김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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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보험은 사망원인 1, 2, 3위에 대해 보장해준다고 홍보한다. 위 광고를 보면 1~3위의 질환이 50%를 넘어서는 것처럼 광고하나 실제로 모두 합산하면 48%에 불과하다. 2~3위의 질환에 대해서도 모두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뇌혈관질환 중에선 뇌출혈만, 심장질환 중에서도 급성심근경색증만을 보장해준다.

뇌혈관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뇌졸중이며, 뇌졸중은 다시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뉘는데 뇌졸중 중 뇌출혈 빈도는 뇌졸중의 30%정도에 불과다. 또 심장질환 중에서도 급성심근경색증만을 보장해주면서, 마치 주요사망원인에 대해서 모두 보장해주는 듯 홍보를 하고 있다.

더욱이 뇌출혈과 급성심근경색증의 원인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그 원인이다.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가진 경우, CI보험에는 가입 거부당하기가 일쑤라는 점. 즉, 이 CI 보험은 젊고 건강하여 이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대상들만 선별하여 가입시킨다.

[실버보험] 보험료가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실버보험(혹은 부모님보험, 효보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상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보장을 해주는 사보험 상품이다. 시리즈 2번째 글('노인들은 돈 안 돼요, 거부합니다'…중산층도 허덕이게 하는 '사보험 상술')에서 얘기했듯 암보험이나 실손형 보험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격하게 보험료가 증가한다. 30~40대와 60대 이상의 암발생률이나 300만 원 이상의 고액진료비 차이는 무려 10~20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개인위험률에 따라 부과하는 민영의료보험은 어르신들을 위한 암보험이나 실손형 보험을 내놓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보험료 부담이 수십만 원에 이르러 소득이 없는 노령층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은 다양한 형태로 보장해주는 실버보험이다. 실버보험은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 등 몇 개의 질환만을 대상으로 한정하여 보장해 주거나, 장례비, 사고 등을 묶어서 보장해주는 상품들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가 1만~5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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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⑤] A생명보험의 실버보험 예 .
ⓒ 김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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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렴한 데는 다 그 이유가 있다. 대부분 보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예로, 위의 경우 흔히 5대 노인성 질환이라고 알려진 것들에 대한 보장 내용을 보자. 5대 노인성 질환 역시 매우 자의적이기도 하지만, 허혈성 심잘질환, 신부전증, 간경화, 만성 폐질환의 수술비를 보장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위의 질환들은 주로 내과적으로 치료하는 것들이지, 외과적 수술을 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중대한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관상동맥 우회술 같은 외과 수술은 1년에 겨우 3000여 건(10만명당 6명)에 불과한, 극히 드문 수술이다. 대동맥류 수술이나 심장판막수술, 장기이식수술 등도 그 빈도수는 매우 적다. 즉 확률적으로 매우 드문 질환의 수술에 대해서는 고액을 보장해 마치 보장성이 높은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암보험, 실손형 보험, CI 보험, 실버보험 등 흔히 팔리는 보험상품들을 온갖 멋진 표현들로 포장돼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장내용은 과대포장되어 있거나 형편없는 경우들이 다반사다.

많은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민영의료보험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이 못해주는 부분은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해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지, 민영의료보험이 대신해 줄 순 없다. 민영의료보험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보험료보다 몇 배에 이르는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능력이 있는 국민들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마지막 글에서는 국민들에게 가중되는 의료비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김종명 기자는 진보신당 건강위원장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태그:#민영의료보험, #건강보험하나로, #건강보험, #사보험, #보험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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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사회를 염원하는 의료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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