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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시뉴스>는 6일 장자연씨가 지인에게 보냈다는 편지 50통을 공개했다.
 SBS <8시뉴스>는 6일 장자연씨가 지인에게 보냈다는 편지 50통을 공개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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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7일 오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자연의 빈소가 마련되고 있던 그 시간,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후배기자가 "죽은 장자연이 뭔가를 고발하는 내용을 남긴 문건이 있답니다"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자연이 직접 작성하고 붉은색 인주로 날인한 이른바 '장자연 문건'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세상에 분노하고 몸서리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문건의 내용 공개는 유족의 결정에 따르고 문건의 존재만 알리자"는 것이었다.

장자연의 문건 존재를 최초로 알렸다는 이유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 장자연…. 그가 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청춘을 노리개로 삼았던 이 세상 전체에 대한 분노였지, 자신의 인생과 삶이 송두리째 언론을 통해 벗겨지는 것은 아니었으리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2년이 지난 2011년 3월 7일. 2주기 기일이다. 다시 한 번 죽음을 결심했던 그녀를 2년 만에 만났다. 그리고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고민이 또다시 주어졌다. 이번 고민의 중심에는 SBS가 있다.

이번 '장자연 친필편지 특종'을 거둬들인 SBS 취재진 역시 고심했을 것이다. 장자연의 문건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불행한 운명을 지닌 몇몇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쩌면 더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원했던 것은 세상에 대한 복수였으리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고발하는 것이 가녀린 영혼을 달래주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SBS가 입수한 문건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필적감정'에 대한 확신을 제외하고선 허점투성이다.

사적편지는 조잡할 정도로 구체적, 소송앞둔 친필 문건은 애매모호?

장자연 문건
 장자연 문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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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2009년 당시 일부 취재진에 잠시 공개됐던 고 장자연씨가 작성한 친필 문건의 필체와 이번 SBS가 공개한 문건의 필체가 다르다.

물론 필적감정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한 발 양보하더라도 이번 SBS가 공개한 문건은 2년 전 공개됐던 장자연씨의 친필 문건의 어투와 감정 표현이 너무도 다르다.

모든 혼란이 고 장자연씨의 모호한 표현으로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SBS가 내놓은 문건은 유치(?)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사적인 편지로 주고받은 문건은 조잡스러울 정도로 구체적인데, 법적 소송을 염두에 둔 문건은 모호하고, 일부는 오인했거나 착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SBS가 입수한 문건의 작성자, 아니 한 발 양보해 문건의 출처로 지목하고 있는 전모씨는 이미 2009년 한 언론사에 자신을 '왕첸첸'이라고 주장하면서 고 장자연씨에 관한 허위 문건을 전달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SBS는 당시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언론사에 배달된 봉투의 소인만으로 수사에 착수, 왕첸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교도소에 수감중인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내국인 신분의 전모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 면회기록과 재소자 우편물 수발급 대장을 확인한 후 장자연과는 일면식이나 서신왕래가 전혀 없었던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 2주기 기일을 앞두고 이번 보도를 하면서 SBS는 적어도 유족들에게 이 문건의 내용을 확인하거나 보도의 목적을 설명했어야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지만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SBS의 단독 보도에는 유족에 대한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친고죄인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그리고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SBS가 확신하는 것처럼 고 장자연의 친필 편지로 판정이 나든, 아니면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한 재소자의 집착에 의한 자작극으로 끝을 맺든 장자연의 영혼은 더 이상 찢겨질 것도 없을 만큼 세상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영혼을 수습해야 할 의무를 지닌 것도 바로 우리들이다.


태그:#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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