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생활의 황민화라고 하는 것은 사상, 감정, 풍습, 습관 중에 비 일본적인 것을 제거하고 일본적인 것을 대입 순화하는 것이다. 혼상의례의 일본화, 가족·친척·관념의 일본화, 경신숭조 천황중심의 생활의 신 건설을 일컫는 것이다." - <반도 민중의 애국운동> 중에서
"그대도 부르시네. 1억이 모조리 전투배치에 서랍시는 오늘 그대는 벌써 뜻이 정하였으리. 나가리이다. 나가 싸우리이다. 싸워서 이기리이다." - <조선의 학도여> 중에서

이광수 시비
 이광수 시비
ⓒ 김대갑

관련사진보기


이게 도대체 누구의 글인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히 일본인이 아니고서는 이런 글을 쓸 수가 없다. 나이 어린 조선의 학도들에게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란다. 그게 장한 일이라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던 반민족 행위자, 바로 친일작가 이광수의 글이다. 부끄럽다. 그리고 분하다. 어찌하여 이런 작자가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이며, 어찌하여 이런 작자의 글이 아직도 출판되고 있으며, 어찌하여 이런 작자의 시가 해운대 달맞이 동산에 버젓이 버티고 있단 말인가?

철거운동의 역사를 담은 해운대 지회 소식지
 철거운동의 역사를 담은 해운대 지회 소식지
ⓒ 김대갑

관련사진보기


1983년 해운대 달맞이 길 안내용도로 건립된 달맞이 동산 석비. 앞면에는 달맞이 동산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뒷면에 친일파로 검증된 이광수라는 이름과 그의 시 <해운대에서>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철학도 없이 이광수의 시를 새긴 것이다. 이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35년의 치욕스런 일제 식민시대를 살아오면서 일본인들에게 유린된 민족정기가 내려온 결과물인 것이다. 안 된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부산의 자랑이자 대표적인 관광지인 달맞이 동산에 친일작가 이광수의 시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서명 하는 시민
 서명 하는 시민
ⓒ 김대갑

관련사진보기


2011년 3월 1일. 부산의 참여자치시민연대 해운대 지회에서 본격적인 시비 철거 운동을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현수막 걸기, 삭제를 위한 대 시민 서명 작업, 유인물 나눠주기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달맞이 고개를 찾은 시민들은 열띤 호응을 벌였으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하였다.

사실, 이 운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07년 친일파 이광수의 시비 삭제를 주장하는 글이 지역 언론에 실리면서 해운대구의회 고창권 의원에 의해 공개적으로 거론된 바가 있었다. 또한 CJ케이블 해운대 뉴스에도 방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해운대구청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찬반 설문조사를 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 결과는 존치의견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는 조작의혹의 성격이 짙었다. 마감 하루 전, 하루 동안에 갑자기 반대의견이 5천 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중복으로 참여해도 되는 방식으로. 이건 누가 봐도 헛웃음이 나올 여론조사였다.   

열띤 호응을 벌이는 시민들
 열띤 호응을 벌이는 시민들
ⓒ 김대갑

관련사진보기


해운대 지회의 어느 회원은 구청 게시판에 정식으로 철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구청 측은 차후에 정비 사업을 통해 검토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상태다. 참으로 한심하다. 만일 이런 일이 프랑스나 중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철저히 식민 잔재를 청산하는데 앞장 선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상하고 어리석은 일로 비쳐질 것이다.

해운대 구청은 무얼 그리 망설이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구청이 도대체 무얼 하는 기관인가? 나라의 공복인 공무원들은 무얼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나라 사람을 학살하고 짓밟은 일본인에게 자진해서 협력한 민족반역자의 시를 왜 가만 놔둔단 말인가? 이런 일은 오히려 구청이 자진해서 철거를 서둘러야 마땅한 일이다. 그게 국민의 공복이 할 일이다.

이광수 시비 노!!
 이광수 시비 노!!
ⓒ 김대갑

관련사진보기


참여자치연대 해운대 지회는 오후 2시경 모든 서명운동을 마무리한 후, 다음 운동을 기약하며 마지막 정리 평가회를 가졌다. 앞으로 한 차례 더 서명운동을 거친 다음, 정식으로 해운대 구청장에게 공개질의를 할 예정이다. 또한 구청 앞 1인 시위, 부산지역 야권과의 연대, 반일단체와의 연대 활동, 해운대구 의회의 진보적 의원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번 기회에 이광수 시비 삭제를 성취할 것을 다짐했다.

올곧은 민족정기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친일파 이광수의 시비는 당장 철거되어야 한다. 더불어 문학의 선구자 운운하며 생가를 건립한다 기념관을 세운다 하는 다른 친일작가들의 지저분한 글들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삭제되어야 한다. 그게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역사를 남겨야 하는 우리의 지금 의무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도 송고함



태그:#이광수 시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