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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싸인에서 검사로 활약 중인 그녀
▲ 엄지원 드라마 싸인에서 검사로 활약 중인 그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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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수목드라마 <싸인>은 종영한 MBC <마이 프린세스>와 KBS <프레지던트>를 시청률에서 확실히 제치고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우뚝 섰다. 20%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더 이상 경쟁드라마의 추격을 허용치 않았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출연한 배우들의 주가 역시 뛰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배우들은 역시 박신양과 김아중이다. 하지만 엄지원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녀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떠올려보면 더 그렇다.

<싸인>에서 엄지원(정우진 역)의 진면목이 드러난 부분은 지난 2월 23일 방송된 15회서였다. 그녀는 서윤형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면서 '최강용자' 검사란 닉네임을 받았다. 시간이 지난 사건이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진실을 파헤치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현재 한국 검사에게서 보기 힘든 용자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엄지원은 현실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검사 캐릭터를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꾸준히 구축해가면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싸인>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엄지원, 그녀는 1998년 데뷔한 이후 200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녀가 그동안 자신의 출연 작품으로 필모그래피에 올려놓은 영화와 드라마는 단편과 특별출연을 제외하면 무려 18편이나 된다. 매년 2~3작품 이상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배우란 것이다. 특히 엄지원은 작품성만 있다면 저예산 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맡은 배역들 역시 여배우로서 꼭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인물은 아니었다. 조금은 당돌하고 거친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벌> 등 작품성 높은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카우트>, <그림자 살인>, <불량남녀> 등을 통해 그녀의 톡톡 튀는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지난 몇 년간 그녀가 영화에서 보여준 활동을 감안한다면 감독들에게 상당히 사랑 받는 여배우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렇게 그녀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캐릭터에서 엄지원이란 여배우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도시 여성의 차가운 이미지와 함께, 조금 당돌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 억척스러운 캐릭터, 혹은 유쾌하면서 쾌활한 인물을 만들어내는데 그녀만큼 확실한 느낌을 풍겨준 여배우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 <싸인>에서도 이런 매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여검사 역할을 맡아서 그 누구보다도 당돌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엄지원이란 이름으로 그녀가 이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들어 놓은 캐릭터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여서 <싸인>에서도 빛을 발하는 중이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낸 여배우 엄지원

드라마 싸인에서 검사로 활약 중인 그녀
▲ 엄지원 드라마 싸인에서 검사로 활약 중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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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은 다르게 보면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이미지가 너무 비슷하게 소비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특히 이런 약점은 꾸준하게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작품마다 비슷한 배역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이 코미디이건, 드라마이건 혹은 멜로건 캐릭터에서 크게 차이가 없단 평가 역시 있었다.

특히 대사를 쳐내는 발성부분에서 너무나 엇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엄지원이란 배우를 평가할 때 약점이 있는 배우란 평가 역시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확고하게 평론가나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여배우들 중에 가장 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녀이지만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은 <가을로>를 통해 제15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여우조연상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분명 현재까지 보여준 활동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출연한 작품에서 확고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태껏 엄지원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녀의 연기력 부족으로 입방아에 오른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엄지원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든지 항상 자신의 이미지를 잘 사용한 캐릭터를 구축했단 평가를 받은 경우가 더 많았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긍정적인 장점으로 변화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배역이 들어오든 엄지원이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잘 극대화 시켜서 그 캐릭터에 옷을 입혔단 것이다.

<싸인>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히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임에도, 그녀는 초반 존재감이 약간 부족했던 자신의 캐릭터를 회가 거듭할수록 점점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그녀의 노력은 지난 15회 방송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내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드라마가 인기를 더해가는 시점에서 그녀가 만들어낸 정우진 검사 역할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시 <싸인>이 20% 시청률 돌파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는 모습들을 선사하면서 드라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독이나 PD들이 어떤 배역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드라마 <싸인>에서 그녀가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더 공고히 만들어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엄지원, #싸인,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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