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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조국 교수 강연회에서 공동저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책을 출판하게 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조국 교수 강연회에서 공동저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책을 출판하게 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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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솟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는 창간 11년 인사를 하면서 반가운 소식 한 가지를 전했다. <오마이뉴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가 났다는 소식이었다. 오 대표는 "누계로 1만 명에 가까운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이 도와주시고, 교육사업, 출판사업 등이 선전하면서 이룩한 성과"라며 "광고주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오마이뉴스에 광고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여러분이 오마이뉴스를 지켜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위기 속 출발

언론사의 흑자 경영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와 포털 사이트 전송 등에서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가 흑자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 인터넷 언론사인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광고가 뚝 끊긴 상태에서도 흑자를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오마이뉴스>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었다. 2009년 3월 <오마이뉴스>는 직원은 20%, 간부는 30%, 대표는 40% 임금을 삭감했고 이후 10여 명의 직원이 자연 퇴사를 하는 등 경기 침체로 인한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살아남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같은 해 7월 9일 독자에게 10만인클럽을 제안했다. 월 1만 원을 내는 <오마이뉴스> 유료회원 10만 명을 3년간 모은다는 계획이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 "월 1만 원이 아깝지 않도록 하겠다"는 <오마이뉴스>의 자신감은 공짜 일색인 인터넷 뉴스 컨텐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당시 이 제안은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켜 연말까지 유효회원을 5000명 이상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도전을 곱지 않은 시선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독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내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보집권플랜> 출판 기념으로 지난달 25일 저녁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 안희정 충남지사(가운데)가 참석해 조국 서울대 교수(오른쪽),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진보집권플랜> 출판 기념으로 지난달 25일 저녁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 안희정 충남지사(가운데)가 참석해 조국 서울대 교수(오른쪽),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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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칼럼'으로 울고 '진보집권플랜'으로 웃다

10만인클럽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일은 지난해 2월 시민기자 신분이기도 한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칼럼을 <오마이뉴스>에서 싣지 않았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경향신문>은 삼성그룹을 비판한 이 칼럼을 싣지 않아 2월 24일 1면에 '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당시 <오마이뉴스> 편집국 기자들도 강하게 반발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오마이뉴스> 경영진은 이 칼럼이 실릴 경우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소송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일로 10만인클럽에서 탈퇴한 독자들이 꽤 많았다. 10만인클럽을 제안하면서 내세운 게 자본에 대한 언론의 독립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변명 같은 대기업의 소송 위험이 내게는 유독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 2년간 직업 기자로 현장을 누비면서 언론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게 허우대만 멀쩡한 국내의 언론사다.

<오마이뉴스>는 칼럼을 싣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이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살아남을 제대로 된 언론사는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이 문제가 소송까지 갔다면 인터넷 언론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오마이뉴스>는 그만큼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언론이 권력이라고 하지만 언론사가 법 위에 있는 건 아니다. 이 일에 대해 실망은 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초에 병살타로 체면을 구긴 <오마이뉴스>는 연말 역전 홈런을 날리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마이뉴스>의 출판 브랜드인 <오마이북>은 지난해 11월 5일 '진보집권플랜'을 펴냈다. '진보집권플랜'은 오연호 대표기자가 조국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출간 3개월 만에 8쇄를 앞두고 있을 만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보집권플랜'은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해 온 <오마이뉴스>의 장점을 그대로 따왔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쉬워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마이뉴스>는 진보의 집권이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제시해 이와 관련한 담론을 꾸준히 이끌어 냈고 북 콘서트까지 열면서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자가 컨텐츠를 기꺼이 구매하고 이를 통해 언론사가 수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기사로 수익을 내기 힘겨운 현실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바람직한 수익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은 5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은 5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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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 '유쾌한 10만 민란'으로

10만인클럽은 1년 반을 넘어선 현재 누적회원 수 1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유효회원은 오히려 줄어든 4000명 수준이다. 오 대표는 유효회원 2~3만 명이 실제 목표라고 했지만 그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만든 컨텐츠를 보고 그 가치를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지금의 방식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증거다.

가장 큰 문제점은 10만인클럽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마이뉴스>는 10만인클럽의 혜택으로 ▲세계 최초라는 자부심 ▲함께하는 기쁨 ▲주간 <오마이뉴스> 배송 ▲오마이스쿨 할인 ▲각종 행사 우선참여권을 내걸었다. 하지만 10만인클럽에 가입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이라는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진보집권플랜'이 다른 경쟁 서적을 물리치고 내놓기 무섭게 팔린 것처럼 10만인클럽 회원에게 일반 독자와는 다른 무언가를 안겨줘야 눈길을 끌고 회원 수를 더 늘릴 수 있다.

언젠간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조금 늦었지만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에 가입한다. 내가 보는 <오마이뉴스>는 월 1만 원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 있으며 꾸준히 지원하면 독자에게 더욱 훌륭한 컨텐츠로 보답할 수 있는 언론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침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절이라 언론 독립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그 의미가 더할 것 같다.

10만인클럽은 깨어 있는 시민들이 명령하는 '유쾌한 10만 민란 프로젝트'와도 같다. 10만인클럽이 보다 발전해 <오마이뉴스>의 시민 참여 저널리즘과 재정 자립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길 기대해 본다.


태그:#10만인클럽, #10만민란, #오마이뉴스, #오연호,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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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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