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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안내와 함께 교육비 700만원이 소개됐다.
 입학안내와 함께 교육비 700만원이 소개됐다.
ⓒ (사)인간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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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정신을 따른다고 말하는 기독교의 핵심은 결국 '희생'입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와 왕으로 오신 예수는 자신의 모든 힘을 오직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섬기는데 바치고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당시 구세주를 기다렸던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출해 줄 다윗왕과 같은 힘있는 장군을 기대했었지만 예수는 오히려 매맞고 버림받으며 찢기고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조차 이런 예수의 모습에 실망한 채 도망을 가 버렸고, 가롯유다는 돈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겼습니다.

오늘날의 기독교가 지나치게 권력과 결탁하고, 교회가 정치화되고, 목사들의 독재가 넘쳐나고 있는 것은 예수의 이런 정신을 잃어버린 꼴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세상으로부터 지탄과 욕을 듣는 것입니다. 그것을 마치 순교를 당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 또한 웃기는 일입니다.

다윗도 간음을 저지르고 아들에 의해 쫓겨날 때 시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온갖 저주를 들었지만 없애버리자는 부하들을 말리며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저 사람의 입을 빌려서 나를 저주하는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묵묵히 참회의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이런 저주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저것들이 뭘 몰라서 저러지, 죽어보면 천당이 있다는 걸 알테지" 라며 애써 무시해버립니다.

섬김의 리더십과 인맥관리, 어느 쪽인가?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인간개발연구원이라는 단체에서는 '크리스천 리더스 아카데미'를 개설해 지원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CBS(기독교TV)와 공동으로 개설한 이 과정에서 지난 해 1기가 수료를 했고, 이번 새학기에는 2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아카데미의 지향점은 ▲ 진리와 사랑과 거룩함과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바탕으로 한다 ▲ 예수님의 CEO 리더십과 섬김을 지향한다 ▲ 글로벌 비즈니스시대에 맞는 동서양 융합 글로벌 비즈니스정신 ▲ 인본중심의 사상과 경제, 기업문화 융합 ▲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진국이미지정립 ▲ 크리스천 리더 관리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틀을 다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2기에는 33명의 강사들이 1차, 2차로 나뉘어 강의를 하는데,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와 김준규 검찰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만의 환경부장관,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과 김광석 참존회장을 비롯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조서환 세라젬H&B회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회장 등 기업인들도 강사로 소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강사들도 섬김의 리더십을 강의할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강만수 특보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외환위기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최근에는 4대강이 치수사업이 아닌 호텔, 레저 등 파생사업으로 봐야한다는 발언으로 환경에 대한 그의 인식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김광석 참존회장은 그 두 아들들이 외제차 수입사업에 뛰어들면서 재벌가 2세들이 특권의식에 빠졌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은 인물이며,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어뤤지'발언으로 영어몰입교육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썼던 사람입니다.

강사들 뿐 아니라 강의과정도 문제가 많습니다. 3월 8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7월 12일 종강식까지 총 18회의 강의를 하는데 드는 비용은 700만 원입니다. 물론 CEO들에게는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이런 강의에 '예수의 섬김'이 과연 어울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과정 중에는 골프대회, 해외봉사, 청와대 방문 등의 일정도 잡혀있고 수시로 만찬도 함께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초호화 강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강의를 소개하는 CBS 이재천 사장의 인사말이 귀 밖에서 맴도는 이유입니다.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섬김을 받기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김으로써 그는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2천 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예수의 섬김의 의미를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의 섬김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21세기 경영계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CBS가 인간개발연구원과 함께 '크리스천 리더스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유는 크리스천 리더들이 깨어야 세상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천 리더스 아카데미'는 '예수의 섬김 리더십'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육의 장(場)이 될 것입니다."(모집 브로슈어 CBS 이재천 사장 인사말 중)

CEO형 섬김의 리더십은 '어불성설'

경영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예수의 섬김의 리더십을 따른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접근방법 자체가 오류가 있다는 뜻입니다. 경영마인드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이익의 분배를 뜻합니다. 예수의 정신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래서 더욱 이익과는 거리가 먼 생애를 살았습니다.

그가 뽑았던 12명의 제자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당시 가장 천한 직업의 소유자들이자 전혀 생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인데다, 개성도 제각각이어서 화합과 단결과는 어울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 중 한사람은 조직을 배신할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채용을 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조직구성이 어디있습니까. '크리스천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마인드와 예수의 섬김을 적절하게 조화하는 시도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가난한 사람들은 가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섬김의 리더십 배우려면 골프채도 갖고와?

한편 생각하면 질 좋은 강의를 듣고 서로 눈높이가 맞는 경영인들끼리 화합도 하고, 예수의 정신으로 봉사도 하면서 사회에 이바지해보자는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구성원 자체가 예수의 섬김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직이기에 결국 700만 원을 내고 수업을 받은 만큼 의도했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들의 수업이 상상이 됩니다. 개강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가장 먼저 명함을 돌리고 서로 인사하고, 너와 내가 같이 알고 있는 유력인사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안부를 묻고, 거기서 더 나아가 보다 높은 지위의 인맥을 가진 사람에게는 꼭 다시 만나서 식사하자는 약속을 잡을 것입니다. 마치고 돌아 올 때는 자신의 호주머니에 두둑해진 명함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누가 내 사업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다가, 거기서 선택받지 못한 명함들은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대다수의 최고경영자과정이 그렇듯 말입니다.

이런 수업에 참여하는 CEO들이 다른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은 안 가 봤겠습니까. 크리스천 리더십이라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칫 또 하나의 '경영인맥'으로 빠져 버린다면 그야말로 이들이 처음 계획했던 '서번트 리더십'이란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채 또 하나의 '기독교 부자들의 집단'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태그:#기독교, #CBS, #크리스천아카데미, #섬김의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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