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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anal Mother Language Day)이다. 하루 앞서 20일 오후 부산광역시 진구 전포2동 소재 '(사)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자 50여명이 모여 기념행사를 열었다.

부산·경남지역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와 유학생들이 모여 들었다. 무대에는 방글라데시 국기를 걸어 놓고, 천장에는 방글라데시 모국어인 '벵골리'의 글자를 매달아 놓았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국가를 부른 뒤 59년 전인 1952년 2월21일 희생 되었던 학생들을 기리며 묵념을 올렸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방글라데시공동체 라흐만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방글라데시공동체 라흐만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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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출신자들은 왜 먼 이국 땅에서 '세계 모국어의 날'을 기념할까? 1999년 유네스코가 '세계 모국어의 날'(2월 21일)을 정했는데, 그것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모국어 찾기 투쟁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남부 아시아의 인도 북동부에 있는 방글라데시(동파키스탄)는 1971년 서파키스탄(지금의 파키스탄)에서 분리․독립했다. 방글라데시는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파키스탄(동․서)으로 독립해 있다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벵골족'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핍박을 받아왔고, 1971년 유혈 독립전쟁을 통해 서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다.

1950년부터 1952년 사이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파키스탄어인 '우르드'만 공식어로 채택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우르드는 서파키스탄의 엘리트 계급만 쓰는 언어였다. 동파키스탄에서는 방글라데시어인 '벵골리'를 쓰고 있었다.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벵골리를 제외시켰고, 문학에서도 모국어 표현을 못하도록 했다.

동파키스탄 대학생과 시민들은 벵골리를 지켜내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고, 1952년 2월 21일 운동은 최고조에 달했다. 파키스탄 중앙정부는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그 어떠한 저항도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도 했는데, 당시 대학생을 비롯한 시민 4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결국 벵골리가 국가 공식 언어로 공표된 것이다. 유네스코는 방글라데시인들의 모국어 찾기 투쟁을 기려 이 날을 '세계 모국어의 날'로 정했으며, 2000년 2월부터 매년 세계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교육관 천장에는 방글라데시의 모국어인 '벵골리' 문자가 매달려 있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교육관 천장에는 방글라데시의 모국어인 '벵골리' 문자가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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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검정색 리본 달아... "그날을 잊어서는 안된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대표 라흐만)와 평등을위한이주민연대(대표 샤골), (사)이주민과함께가 '세계 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주노동자와 대학생들이 많아 하루 앞선 일요일 오후에 행사를 연 것.

참석자들은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모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상영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가슴에 검정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쇼히둘 이슬람(Mr. Shahidul Islam)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의 메시지를 유학생 미자노르 로흐만(부경대)씨가 대신 읽기도 했다.

라흐만 대표는 "세계 모국어의 날이 어떻게 해서 제정되었고, 1952년 2월 벵골리를 지키기 위해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잘 기억해야 한다"면서 "멀리 한국에 와 있더라도 우리는 그 날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학생 아시시 쇼르까르(부산대)씨는 "말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싸운 민족은 세계적으로 방글라데시가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 유네스코도 기념일을 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부산경남 방글라데시공동체는 20일 오후 부산 부전동 소재 '이주민과함께' 교육관에서 "세계모국어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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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로 바니(부산대)씨는 "방글라데시에서도 요즘 들어 외래어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고유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모국어를 잘 살려 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들의 모국어 지키기에 힘을 보탰다. 부산국제교류재단 홍순범씨와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정귀순 대표는 "방글라데시 언어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노력한 역사를 보니 인상 깊다"며 격려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

"언어는 우리의 유형·무형의 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모국어 보급을 촉진하는 모든 움직임은 언어적 다양성과 다중언어 교육을 장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고, 이해와 관용, 대화에 기초한 연대의 정신을 고취시킬 것이다."


태그:#세계 모국어의 날, #방글라데시, #이주민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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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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