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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과일장수와 물장수들의 목청소리에 잠에서 깼다. 요란스러운 소리에 일어나보니, 밤새 모기와의 혈투로 인한 흔적이 난무하다. 그러나 호세 아저씨는 지금은 겨울철이라 그나마 모기가 없어서 운이 좋은 것이라 말한다.

마나과의 아침이 궁금해서 발코니 밖으로 나가봤다. 니카라과 건기에 맞이하는 아침 바람은 참 신선하고 쾌적했다.

우리가 머문 마나과의 가정집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갖추고 있었는데, 앞마당은 꽃나무들로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뒷마당 안쪽에는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빨래판 모양의 싱크대가 있었다. 다 된 빨래는 널어 놓으면 햇볕이 좋아 반나절이면 다 마른다고 한다.

꽃나무로 잘 꾸며놓은 앞마당을 배경으로.
▲ 마나과 주택의 앞마당 꽃나무로 잘 꾸며놓은 앞마당을 배경으로.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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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방문을 열고 들어온 호세아저씨의 딸. 호기심 많은 꼬마아가씨다. 우리가 한국말을 가르쳐주니 곧 잘 따라했다. 그리곤 우리의 스페인어 발음을 교정해주었다.

가요 삔또(gallo pinto)의 나라

드디어 고대하던 니카라과에서의 첫 아침식사다. 그것도 호세아저씨와 그의 부인이 만든 가정식. 니카라과 사람들은 아침식사로 주로 가요 삔또, 계란, 니카라과 치즈, 옥수수로 만든 또띠아(tortilla) 혹은 빵, 그리고 커피를 즐겨 먹는다.

니카라과의 아침식사
 니카라과의 아침식사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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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삔또는 흰쌀과 붉은 콩을 기본으로 양파, 피망, 마늘 등을 넣어 기름에 볶아 낸 것인데 흡사 우리내 팥밥과 비슷한 모양이다. 맛은 고소하고 짭조롬하며 닭육수 맛이 진했다. 우리의 된장찌개가 만드는 이의 손맛과 장맛에 따라 그 맛이 제각각이듯이 가요 삔또도 만드는 이에 따라 그 맛 또한 다르다. 현지인이 "우리는 가요 삔또의 힘으로 산다"고 말 할 만큼 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주식.

사실 우리도 여행하면서 가요 삔또 덕을 많이 봤다. 우리 입맛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아침에 간편하게 먹기에도 좋았다. 특히 조금 가져간 볶음 고추장과는 찰떡궁합이었다.

니카라과 사람들의 주식
▲ 가요 삔또 니카라과 사람들의 주식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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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삔또와 더불어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로써 스페인어로 '튀기다'라는 뜻의 토스톤(tostones). 이는 바나나같이 생겼지만 그보다 더 큰 플랜테인(plantain)이라는 열매를 길다랗게 썰거나 납짝하게 눌러 튀긴 것이다. 그 맛은 바나나와 달리 단맛은 적고 고소하다. 

플렌테인 열매를 잘라 튀긴 것.
▲ 토스톤(tostones) 플렌테인 열매를 잘라 튀긴 것.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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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에서의 환전

공항에서 미리 환전을 하지 못하여,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 옆에서 일명 '코요테'라 불리우는 이를 통해 환전을 했다. 코요테는 거리에서 환전해 주는 이들의 속칭인데 놀랍게도 대부분이 합법이란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명찰을 꼭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호세 아저씨 말로는 은행보다 이 방법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환율도 좋다고 한다. 물론 거리에서 환전을 하니 주변을 살펴 보며 여러가지로 조심은 해야 한다.

니카라과에서는 웬만하면 미화를 그냥 쓸 수 있다. 그러나 환전을 해서 쓰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달러를 주면 거스름돈 계산이 복잡해지고 결국 조금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미화 1달러는 약 22꼬르도바스(cordobas)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말이 통하지 않을 땐 계산기 사용하기!

이제 환전도 했으니, 본격적으로 뭐라도 사보지 싶어서 집 근처 구멍가게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마치 전당포를 연상케 할 만큼 철창으로 둘러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내저으시며 "No!!!"라고 하신다. 알고보니, 마나과는 치안상의 문제로 이런 허름한 가게조차 작은 철창을 통해 물건을 사고 지불해야 하는 곳이 많단다.

이것이 바로 진짜 '구멍'가게가 아닐까?
▲ 마나과 구멍가게 이것이 바로 진짜 '구멍'가게가 아닐까?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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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철창 사이로 우리가 필요한 물 네 병과 환타 한 병 구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물'이 스페인어로 뭔지 몰라 '워터(water)'라고 말했더니, 도통 못 알아듣는 눈치다. 어렵사리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아구아?"라며 꺼내주신다. 큰일이다! 대충 영어가 통할 줄 알았는데 기본적인 것조차 버겁다. 우리도 스페인어는 인사말과 감사표현밖에 모르는 상황. 계산을 할때도 소통이 어려워서 계산기를 드리밀며 금액을 확인했다. 이미 오픈한 환타병은 외부로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 자리에서 완샷!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일 높은 곳에서 부터 마나과 살피기

아침도 든든히 먹었겠다, 물도 충분히 사놨으니 오늘은 마나과 시내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볼거리들을 찾아 다니기위해 택시를 대여했다. 사실 지도를 봐가며 버스를 타고, 걷고 해야 진정한 배낭여행이겠다만 마나과는 여행객을 위한 안내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다. 하물며 영어로 된 안내 표시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니, 우리같이 스폐인어 까막눈인 사람들에겐 초난감한 상황. 게다가 너무나 친절한 호세아저씨는 우리끼리 나가는 걸 급구 반대하신다. 그리하여 결국 호세아저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택시 대여비는 한 시간에 C$120.00 꼬르도바스. 약 미화 5달러 50센트 정도.)

먼저, 마나과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전망대가 있다는 엘 꾸르세로로 향했다. 가는 길가 곳곳에서 커피나무와 바나나 나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레스토랑에서는 마당에 커피열매를 직접 말리고 있었다. 한 두개 집어서 입에 넣어 봤는더니 아직 커피 향은 못 느끼겠더라. 역시 볶아야 하나보다.

니카라과는 커피 산업도 활발하다.
▲ 볕에 말리고 있는커피 니카라과는 커피 산업도 활발하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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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던 페허가 된 마녀집(witch house)이다. 호세 아저씨 말로는 과거 이 집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자살을 하거나 죽어나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양 옆에 서있는 나무마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 집이다.
▲ 마녀집 (witch house) 과거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 집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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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향해 계속 오르자, 기압차로 귀가 얼얼해졌다. 드디어 해발 930m 높이, 엘꾸르세로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다. 시가지 너머로 마나과 호수(Lago de Managua)가 보인다.

해발 930m 높이. 마나과 호수와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 전망대 (Las Lubes Monte Carmelo) 해발 930m 높이. 마나과 호수와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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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과 사람들은 옛부터 마나과 호수와 더불어 살아왔다. 현재는 생활하수로 많이 더렵혀진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호수 인근 사람들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생활수로 쓰고 있다고 한다.

니카라과 최대의 패스트푸드점 'Tip-Top'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위해 인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그러고보니, 이 노란색 닭 그림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서 대성하고 있는 프렌차이점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미국의 맥도날드나 KFC 정도 될까? 재밌는 것은 다른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리,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해주고 있었다.

호세 아저씨가 말하기를 '팁 탑(Tip-Top)'이란 심장이 콩콩 뛰는 소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어째 닭이 포크를 들고, 심장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니 좀 잔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치킨, 프렌치 프라이드, 콜슬로, 빵이 나오는 치킨 콤보. 치킨맛이 KFC보다 훨씬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 패스트 푸드점 팁탑(Tip-Top) 치킨, 프렌치 프라이드, 콜슬로, 빵이 나오는 치킨 콤보. 치킨맛이 KFC보다 훨씬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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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고생이로세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호세아저씨와 헤어지고, 찾아간 곳은 Las Huellas de Acahualinca(고대인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유적지). 여행 가이드 책에서도 소개된 곳이었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영어 안내문이 전혀! 없었다. 아니, 다섯여개의 외국어로 된 안내문에도 단, '영어'는 없었다는 것. 스폐인어도 익히지 못한 채, 미국과 멀지 않은 나라니깐 대충 영어가 통하겠지…라고 맘 놓고 왔다만, 아차! 싶다. 벙어리, 귀먹어리가 돼 버리니 안내 직원이 얘기를 해도, 그저 알아 듣는 척 베시시 웃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곤, 사진과 실물을 보며 추측한 후에 책과 인터넷을 찾아볼 수 밖에.

오늘의 일인냥 생생하게 남아있다.
▲ 니카라과 원주민 발자국 오늘의 일인냥 생생하게 남아있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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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천년 전, 이곳에 거주했던 고대 인간이 마나과 호수 길을 걸어갔던 발자국이다. 큰 발자국, 작은 발자국 그리고 가축의 것까지 대략 열은 돼 보인다. 재미난 것은 깊이 박힌 발자국과 비교적 얕게 박힌 발자국이 있었는데, 깊은 것이 여자의 것이란다.

아마 한 가족이 이동을 할 당시에 여자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갔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그 무거운 것이 혹시 어린 자식은 아니었을까? 그러고보니, 깊은 발자국 주변에 작은 발자국들도 보인다. 이는 엄마가 막내 아이를 엎고, 한 손에 다른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갔던 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멀찌감치 희미하게 보이는 발자국은 아마 그집 남편의 것이겠지?

제일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마나과 엿보기. 어느덧 반나절이 지났다.
다음엔 혁명광장(Plaza de la Revolucion)과 니카라과 민족의 영웅 산디노의 기념비가 있는 La Laguna de Tiscapa를 찾아 가보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1년 1월 2주간의 니카라과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하연주, 박인권 부부가 공동 작성하였습니다.



태그:#마나과 시내투어, #니카라과 여행, #가요삔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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