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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준 국장 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스웨덴 교육을 통해본 한국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 황선준 국장 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스웨덴 교육을 통해본 한국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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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의 문제는 '내 자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류대학 나와서 사회 지도자로 군림하고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있습니다. 사회에 너무나 많은 불평등이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강단에 올라선 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은 인사말 대신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청중들에게 당부했다. 올해로 14년째 스웨덴 국립교육청에서 일하고 있는 황 국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초청으로 방한해 지난 9일 '스웨덴 교육을 통해본 한국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서울시 방배동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 2층 강의실에서 열린 이날 특강에는 60여명의 서울시교육청 예비 장학사들이 참석했다.

"한국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

황 국장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유학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회·정치적 평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86년 암살당한 당시 스웨덴 올로프 팔메 수상을 언급하며 "스웨덴 정치인들은 시민들과 떨어져 생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경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도 시민들처럼 지하철을 타고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본다"며 "이것이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황 국장은 이어 스톡홀름대학 박사과정 재학당시 지도교수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어느 비오는 날 교수와 점심을 먹고 돌아오다가 복도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부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며 "한국에서 청소부가 원로교수에게 발자국을 남겼다고 항의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지도교수와 청소부의 봉급액수차이가 2.5배정도였다"며 최근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된 홍익대 청소노동자 사건을 언급했다. 황 국장은 "홍익대 교수와 청소부의 봉급액수는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 계층 간 평등의 문제"라고 말했다.

황 국장은 "한국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들인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계층 간 사회적 불평등이 경쟁위주의 교육을 심화시키고, 과도한 경쟁은 다시 한국교육의 총체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동일한 출발선에 세워놓는 것이 평등은 아니다"

"스웨덴이 잘하는 것이 학습부진아나 장애아, 이민자 자녀 등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입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이민자 자녀의 경우 모국어 교사까지 채용해 옆에 붙여줍니다. 참 인간적인 생각 아닌가요?"

황 국장은 "한국에서는 백 명의 어린이들을 출발선에 세워 놓고 동시에 출발시키는 것을 '평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것으로 국가의 역할 다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평등'으로 꼽으며 그 의미를 '가능성의 평등'(Equal Possibility)이라고 설명했다. 황 국장은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해도 어떤 아이들은 빠르거나 느리고, 또 어떤 아이들은 신체적 장애로 뛰지도 못한다"며 "모든 아이들을 일정한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스웨덴 교육이 추구하는 '평등'이라고 설명했다.

황 국장은 이어 "스웨덴 교육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이 45조 원 규모"라며 "한국도 약 30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웨덴 인구가 900만 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생 한 명당 투입되는 교육비용은 한국에 비해 훨씬 많다"고 스웨덴의 수준 높은 교육환경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도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지출되는 사교육비의 일부만으로도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고 질 높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엄마들, 조잡한 정부의 출산정책 던져버려라"

특강 듣는 예비 장학사들 서울시교육청 '예비 장학사'들이 황선준 국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 특강 듣는 예비 장학사들 서울시교육청 '예비 장학사'들이 황선준 국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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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 국장은 스웨덴의 미취학아동학교(Preschool Activity)과 취학아동을 위한 방과 후 학교(Childcare for Schoolchild)를 한국 부모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것 2가지로 꼽았다.

미취학아동학교는 스웨덴의 1~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학교로 교육과 돌봄이 합쳐진 개념인 에듀케어(Educare)라 불린다. 황 국장은 유아학교를 "대부분 맞벌이 생활을 하는 스웨덴 부부가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정책"이라고 소개하며 "유아학교와 방과 후 학교 운영비 중 부모들이 내는 돈은 전체비용의 8%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황 국장은 스웨덴 정부가 교육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첫째는 스웨덴의 모든 어린이들 위해서"라며 "계층이나 지역, 인종을 떠나 모든 어린이들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보육과 직장생활을 양립하게 하는 것"으로 꼽으며 "맞벌이가 가능하게 하려면 이런 시설들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 국장은 "최근 스웨덴에서는 3명의 자녀를 낳는 것이 유행"이라고 전하며 한국의 낮은 출산율(2009년 기준 1.15명)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여자 분들은 정부에서 던지는 조잡한 출산장려정책들을 다 던져버리고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강이 끝나갈 무렵 황 국장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복지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아 사망률이나 범죄 발생률 등의 지표와 소득불평등 지수를 보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미국은 꼴찌 면치 못한다"며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한국을 보면 소위 야경국가와 비슷하다"며 "국가는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한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청중들에게 "작은 정부 운운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라"며 "우리 스스로 돈(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서로 마음을 열고 돌봐주면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국장은 정치권의 무상급식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48년에 무상급식을 시행한 스웨덴의 결정을 "시대를 앞서 나간 훌륭한 정치적 결정"으로 평가했다. 이어 "부모들은 출산을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부모 선택할 수 없다"며 "선택권이 없는 그 아이들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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