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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청장은 요즘 만나는 이들에게 'B급 좌파' 김규항씨가 쓴 <예수전>을 권한다.
 민형배 청장은 요즘 만나는 이들에게 'B급 좌파' 김규항씨가 쓴 <예수전>을 권한다.
ⓒ 모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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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으면 노무현이 좋습니까, 예수가 좋습니까?"

인터뷰를 위해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민형배 청장이 불쑥 질문을 했다. 긴 공중비행을 하다 지상 먹잇감으로 순식간에 돌진하는 매처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유명한 민완기자 출신이다. 나는 그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점을 '정치적으로 감안'했다.

- 청장님 말씀처럼 '요즘 같으면' 예수님보다는 노 전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조금 아쉽다는 듯 약간 머쓱해하며) 아, 그래요? 근데 저는 요즘 예수님에 푹 빠져 삽니다. 제가 대통령님에 대한 충성심이 변했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사람들이 혁명과 영성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예수님이 떠올라서요. 그래서 요즘 주변 분들에게 김규항씨가 쓴 <예수전>을 선물하곤 해요."

- 예수님 관련 책이 많은데 왜 하필 'B급 좌파'가 쓴 <예수전>을 선물하십니까?"
"예수님에 대한 접근방식이 신학 쪽 분들은 지나치게 교리에 집중되어 있는데 김규항씨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예수의 모습을 다뤘어요. 정책이나 교리 같은 건 아닌데 일종의 방향, 지침, 나침반이랄까, 선거가 끝나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할 때 제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준 책이에요."

민 청장이 <예수전>을 인터뷰 시작 전부터 꺼낸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이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정치적 고려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말할 때는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의 문제"라고 했고, 몇 가지 개혁정책 시행에는 '구정방침' 아닌 '구정 원리'를 빗대 설명했다.

광산구는 모두 5개의 구정원리가 있다. ▲ 구정일반에 적용하는 '원칙과 신뢰'  ▲ 일하는 자세를 다룬 '공정과 투명'  ▲ 개인의 덕목을 강조하는 '자율과 책임' ▲ 대외관계 기준으로 삼는 '연대와 균형'  ▲ 민선 5기 방향을 규정하는 '참여와 혁신' 등이다.

민 청장은 "이 원리에 기초해서 광산구정을 하는 나의 키워드는 '참여와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자기학습 출장이나 런치토크, 관내를 걷는 동행 등의 프로그램에서 참여의 강제나 현장을 떠난 탁상놀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자 출신인 그는 취임하자마자 '취재지원 개선방안'과 관련 일부 언론과 불화를 겪었다. 광산구는 광역시에 소속돼 있지만 '출입기자 제도' 가 아니라 유일하게 '주재기자 제도' (주재기자는 취재 뿐 아니라 신문판매부수에 따른 이익을 직접 본사에 송금하는 역할 등 영업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가 운영되는 곳이다. 민 청장은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지방정부는 지방정부 역할을 하면 된다"며 "양자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이것 써 달라, 저것 써 달라 하지 않을 테니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에게 와서 함부로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정보를 일원화해서 주겠으니 약속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불쑥 들어와서 '어이 김 과장, 김 팀장' 이런 식으로 언론인의 상식을 어기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자신의 숨소리까지 기록해서 공개하겠다는 민 청장. 이제 공무원도 '근무'가 아닌 '활동'을 해야 한다며 공무원에게 활동가 역할을 주문하는 구청장. 그의 '색깔 다른 행정'이 어떤 성과를 이어갈지 안팎의 기대가 높다.


태그:#예수, #김규향, #B급 좌파, #공무원,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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