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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하고, 국 끓이고, 나물도 무치며 정성들여 준비한 차례상을 차립니다. 준비하는 손이 여럿이면 쉽게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 또는 며느리 혼자라면 정말 예사 고생이 아닙니다. 전도 준비해야 하고, 떡도 해 와야 하고, 고기도 구워야 하고, 과일도 빠짐없이 챙겨야 합니다.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구제역 파동 때문에 명절날 고향에 못오게 한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생각이 간절하게 나기도 합니다. 우르르 같이 하면 일도 쉬워지고, 재미도 갑절일텐데 말입니다.

 

차례상이 차려지면 절차와 순서에 따라 차례를 지냅니다. 절차와 순서는 집집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머리 아플 정도로(특히 여자 입장에서) 아주 세밀하고 복잡한 집안도 있고, 현대 사회에 맞게 간소화 시켜서 차례를 지내는 집안도 있습니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지키는 집안이 양반 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간소화 시켜서 차례를 지내는 집안이 상놈 집인가? 의문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 시대 중기까지 양반 집이라고 일컬어지던 가구는 10%를 넘지 못했다고 하니 지금 와서 양반이 어떻고, 상놈이 어떻고 할 상황은 아닌 듯 합니다. 조상을 모시는 마음에 정성을 다하는 집이 양반 집입니다. 가족 모두가 서로서로 배려하며 아껴주는 마음 넘치는 집이 양반 집입니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나면 세배와 덕담이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1년 중 딱 한 번 로또에 당첨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입니다. 경기의 영향을 조금 받긴 하지만 세뱃돈이 확 줄어드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간혹 몇 년째 동결된 채 주어지는 세뱃돈 때문에 또 째째한 어른들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면서 곤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세뱃돈~ 1년에 한 번인데, 좀 팍팍 베풀어주세요!"

 

어른들이 차례로 앉아 있으면 자식들이 모여서 세배를 합니다. 세배가 끝나면 세뱃돈을 나누어 주는데 지그시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순식간에 세뱃돈 교환식으로 변하고 맙니다. 디지털 세상을 사는 아이들이라 아나로그 방식이 잘 통하질 않습니다. 조금 씁쓸하긴 해도 아이들 방식을 따라가야 할 듯합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아야 재밌습니다. 여럿이 같이 가면 밤나무 산 중턱에 올라가도 무섭지 않습니다. 밤송이 사이에 붙어 있는 밤 주워 모으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밤송이에 찔렸는데 아프지도 않습니다. 또래 집단의 중요성을 자신도 모르게 깨우쳐 갑니다.

 

추석, 설 명절만이라도 몇 명 안 되는 4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어야 합니다. 요즘엔 네 집 아이들 다 보태봤자 옛날 한 집 아이에도 못미칩니다. (요즘 네 집 아이= 6~7명, 옛날 한집 아이=7~8명)

 

낮선 사람들 기척에 놀란 까치가 집 근처를 내려다 봅니다. 참새는 짹짹, 방울새는 방울방울 소리내며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정겨운 설명절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차례상, #설명절, #세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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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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