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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자 변외성 씨 지난달 31일 동작구청 로비 앞에서, 변외성씨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씨는 이날로 단식 및 노숙농성 19일째를 맞았다.
▲ 단식농성자 변외성 씨 지난달 31일 동작구청 로비 앞에서, 변외성씨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씨는 이날로 단식 및 노숙농성 19일째를 맞았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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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2동 동작구청 1층 로비입구.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바쁘게 오가는 구청건물 입구 앞에 한 남자가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초췌한 얼굴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앉아 있는 남자의 다리 밑에는 '단식농성 19일째'라고 적힌 푯말이 놓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2004년 10월 1일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가 단행됐어요. 그때 43가구에 모여 살고 있던 100여명의 가옥주와 세입자들이 옷 한 벌, 아이들 교과서 한 권 못 건지고 철거용역들에게 들려 나왔습니다."

단식농성중인 남자는 변외성 상도1동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변씨는 지난 2004년 10월,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는 '상도동 강제철거' 철거민이었다. 당시 수백여 명의 철거용역들에게 이끌려 삶의 터전을 통째로 잃은 변씨는 이후 8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철거지역 바로 위쪽 공원녹지지역으로 주거를 옮겨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반복되는 강제철거, 상도1동엔 무슨 일이 있었나?

변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상도1동 인근지역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소유의 사유지였다. 그러나 해방이후 정부가 이 토지를 환수해 국유지로 만들었고, 1960년대 초 일부 토지브로커들에 의해 토지소유권이 한양학원 측으로 넘어갔다.

이후 거주민들과 한양학원 사이에 몇 차례 소유권분쟁이 있었지만, 7~8년간의 분쟁 끝에 대법원은 2만5000여 평에 달하는 해당지역을 한양한원의 사유지로 인정했다. 문제는 토지소유권을 인정받은 한양학원측이 토지를 한국전력공사조합에 팔아넘기면서부터 시작됐다.

소유권이 이전된 후 해당지역은 민영개발 대상지역으로 사업인허가가 떨어져, 2004년 10월 1차 강제철거가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40여 년간 해당지역에 거주하던 거주민들이 강제퇴거 당했고, 가옥주들과 일부 세입자들이 5년간의 투쟁 끝에 조합 측과 합의하고 상도1동을 떠났다.

하지만 변씨를 비롯한 2가구 주민은 당시 조합과 합의를 보지 않았다. 세입자 처지에서 비현실적인 이주대책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변씨 등 2가구는 공원녹지지역으로 개발이 예정된 지금의 거주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는 3월 강제철거될 예정이다.

변씨의 잠자리 지난달 31일 저녁, 변씨와 함께 농성을 벌이는 철거민들이 동작구청 1층 로비 앞에 변씨의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변씨의 잠자리 지난달 31일 저녁, 변씨와 함께 농성을 벌이는 철거민들이 동작구청 1층 로비 앞에 변씨의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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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철거민들이 힘든 투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

"우리는 선택된 강요로 인해 여기에 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작구청과 개발조합에서는 먼저 농성을 해제하라고 요구하지만 지금 농성을 그만 둔다는 것은 무장해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명분도 없이 단식을 해제할 수는 없어요. 농성을 그만두면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변씨는 "지난달 19일과 27일에 동작구청의 중재로 개발조합과 협상을 진행했다"며 "2차 협상에서 그동안 요구해왔던 '임시수용시설마련'과 '임대주택입주'는 일단 타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씨의 마지막 요구사항이었던 '현실적인 이주비용 및 대책마련'은 조합 측이 '선 농성해제 및 집회중단'을 요구해 결렬됐다.

이와 관련, 변씨는 "동작구에는 상도1동 외에도 민영개발형태로 사업이 추진 중인 지역이 13곳이나 더 있다"며 "우리 같은 철거민들이 또 다시 힘든 투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씨는 "상도1동 문제가 잘 해결돼야 동작구에서 추진하는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 개발 사업이 세입자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일괄타결이 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 인허가를 내준 구청과 개발조합 측은 사업 파트너"라며 "구청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다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변씨의 요구와 관련, 류현수 동작구청 주택과 재건축사업팀장은 "이 문제는 변씨와 개발조합 양자의 문제"라며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원만한 협상을 위해서 변씨도 농성을 해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3차 협상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당분간은 상황을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예정 가옥 동작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중인 변씨의 집. 현재 변씨의 집은 오는 3월 강제철거 될 예정이다.
▲ 철거예정 가옥 동작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중인 변씨의 집. 현재 변씨의 집은 오는 3월 강제철거 될 예정이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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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것은 "날씨보다 더 쌀쌀한 사람들의 시선"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 분들의 편향적인 시각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요. 지역구민의 혈세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 처지에서 인간적인 감성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이나 힐난, 냉대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시면 좋겠어요."

노숙·단식농성 20일째에 접어든 변씨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가장 견디기 힘든 일로 꼽았다. '연휴에도 농성을 계속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설 연휴 동안 우리가 동작구청을 지킨다"며 "문충실 구청장님이나 구청 측에서 우리에게 급여를 지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변씨는 "이곳에 바람을 막아주는 별다른 외벽이 없기 때문에 병에 뜨거운 물을 넣어서 끌어안고 잔다"며 기자에게 끓인 물을 채운 페트병을 보여줬다. 이어 그는 "단식 7일째와 17일째에 가장 배고픔을 느꼈다"며 "이틀에 한 번씩 먹는 소금을 제외하면 국화차나 감잎차등 차 종류만을 마시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대부분 퇴근한 오후 7시 무렵이 되자 변씨 뒤쪽으로 설치된 철제 셔터가 내려졌다. 변씨는 "구청에서 오후11시까지는 건물을 개방하고 있다"며 "그 시간까지 1층 당직실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용무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문제도 있지만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11시 이전에 잠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라는 변씨는 "고향에 어르신들이 계시지만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혼절하실 것"이라며 "(설 연휴 때도) 자녀들만 고향에 내려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씨와 함께 동작구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 권수철(가명)씨는 개발조합이나 구청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서로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자리도 없고 이런 농성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농성 20일째 2월1일, 농성 20일째를 맞은 변외성 씨.
▲ 농성 20일째 2월1일, 농성 20일째를 맞은 변외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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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변외성 상도1동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노숙·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추위는 견딜 만한가?
"이곳에 외벽이 없고 트여있기 때문에 저녁에 이런 물병들에 끓인 물을 넣어서 2시간 주기로 갈아주면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지난주 기온이 -17도 -18도 될 때가 있었다. 그때 오른쪽 발가락에 동상이 걸렸는데 그때 이외에는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 발가락은 지금 괜찮나?
"까맣게 물들었다. 지금 녹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고 아팠는데 이제 녹아가는 과정이라 가려운 정도다."

- 자녀들이 단식농성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 아이들은 일찍 철들었다고 생각한다.(웃음) 과거에 노동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구속당한 경험도 있고, 수배를 당하기도해서 아이들이 일찍 깨우친 것 같다. 더군다나 7년 동안 철거민 투쟁을 하면서 본인들이 몸소 체험했다. 용역들의 심한 욕설과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언제쯤 농성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청의 의지다. 구청의 의지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위 파업이나 투쟁에서 '극적타결'이란 말이 있는데 이런 말이 생산 되려면 결국 구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책이 많다. 농성 중에 책을 읽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곳 동작구청에서 그동안 개괄적으로 읽었던 사회과학 도서나 인문서적들을 정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웃음) 과거에 공사현장 앞에서 28일간 천막농성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24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다시 한 번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들을 재정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어떤 투쟁이나 개혁, 혹은 진보. 이런 것들이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언론의 관심이 너무 상업적인 것에만 몰리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절절히 아쉽다. 기자님도 이런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한편으론 내 처지가 불쌍... 공무원들, 매몰차다"
[인터뷰] 농성자 권수철(가명)씨
- 밤에는 어디서 자나?
"우리는 차에서 자고, 저 양반(변씨)은 건물 앞에서 자고. 차에서 자다가도 시간되면 나와서 뜨거운 물 갈아주고 해야 한다."

- 가장 힘든 것이 뭔가?
"우리는 그나마 밥을 먹고 있으니까 괜찮은데, 저 사람은 밥도 못 먹고 물만 먹고있잖나. 밥을 먹고 있는 우리는 속이 말이 아니다. 마음이 좋지 않다."

- 낮 시간에 오가는 공무원들 반응은 어떤가?
"그냥 지나다닌다. 신경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녁에 당직 서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어도 보는데, 그런 사람은 극히 소수다. 화장실 문제 때문에 기어들어갈 수 있게끔 공간을 조금 남겨 셔터를 닫아 달라고 부탁해도 매몰차다."

- 자녀분들이나 친인척 분들이 여기서 농성하는 걸 알고 계시나?
"시골에는 알리지 않았다. 애들은 알고, 친척들은 모른다. 속이 아파서 얘기를 못하겠더라. 자녀들은 서울에 있으니까 다 알고 있다. 와서 울고 가고 그런다."

- 설인데 고향에 못 가신다. 마음이 어떠신가?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 처지가 불쌍하다. 못 내려간다고 전화하면서도 이유는 밝히지 않으니까 형제들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일 끝나고 나면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겠지. 그런데 변씨 집에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혼자 있다."

- 이야기 좀 해달라.
"초등학교 6학년이 막내고, 둘째는 고등학생이다. 첫째는 대학생인데 둘째와 나가서 산다. 막내 혼자 집에 있는데, 여기서 단식하는 아빠가 있다 보니까 엄마가 집에 있을 수는 없잖나. 그러다보니 애가 집에 혼자 있다. 자기도 단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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