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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오크
 로스 오크
ⓒ Ross 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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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해외입양 세계 4위 국가다. 한국이 경제 대국인 것을 생각하면 수치스러운 수치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해외입양되는 것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니다. 한국의 해외입양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으며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해외입양아로 보내졌다.

연구에 의하면 해외입양아들의 자살률은 일반아들의 5배가 넘는다. 이들은 약물중독이나 인종차별 등의 고통도 일반아들보다 더 겪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인들은 해외입양아들의 아픔이나 고통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른다.

비록 한국은 지금 OECD 회원국이고 지난 몇 십 년 동안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해외입양 비율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해외입양아 비율을 극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무관심한 인권과 복지후진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 양부모들이 입양단체에 지불하는 높은 수수료도 해외입양의 숫자를 줄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입양단체들은 국내입양과는 달리 해외입양을 통해서 아이 1인당 약 1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에도 걸맞지 않은 이러한 후진국형 해외입양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행과 행동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하나로 미혼모들이나 편모들에게 적극적 지원을 한다면 생계문제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고 버리는 엄마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로스 오크(한국 이름 박수웅)씨는 28세이며 한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아직 자기의 뿌리인 한국인 친부모를 찾지 못했다. 다음은 지난 1월 29일부터 30일까지 로스씨와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와 관련해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국내 입양 장려? 입양 문제 해결책 아니다"

TRACK 캠페인 모습
 TRACK 캠페인 모습
ⓒ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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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살 때 서울 화양동에 버려지고 이름이 박수웅이었다는 것이 당신이 아는 한국에서 당신 과거의 전부인데, 이러한 정보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경찰기록에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친부모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기록이 조작되기에 나는 이러한 기록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기록에 의하면,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가 내가 길에서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옷 주머니 속에 있던 것으로 되어 있다. 2005년 <코리아 타임스>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2006년 그 기사를 읽고 친척이라는 분이 나타났다. 그분은 나에 대한 기록이 친부모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사람은 나중에 내 친척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또 미국에 있는 내 담당의사는 나에 관한 기록을 보고 회의적이었다. 담당의사는 기록보다 내 나이가 많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여간 이것이 내가 아는 한국에서의 나의 과거에 관한 전부다."

- 2004년 9월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나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다. 당시는 3개월만 머물 계획이었다. 그 와중에 다른 해외입양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통해 나는 해외입양과 관련한 한국의 열악한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던 중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한국 NGO단체 분들과 만나면서 그 심각성에 대해 더 배우게 됐다. 나는 '한국인'인이자 해외입양인으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미국으로 도망치고 싶지가 않았다. 이것이 한국에 더 머물게 된 동기다. 그 후 나는 입양인 문제에 관여하게 되었다."

- 해외입양인의 입장에서, 해외입양을 줄이거나 아니면 대안으로 국내입양을 권장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이라고 보나?
"국내입양도 해외입양에 대한 대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외입양 대신 국내입양을 하는 것은 단지 미봉책일 뿐이다. 국내외를 떠나서 입양 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해외입양도 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는 아니다.

입양문제의 근원은 미혼모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나 사회복지가 열악하다는 데 있다. 미혼모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보아야 하고 임시방편보다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이 말은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인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가 낮은 출산율을 우려하지만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는 비판인 것 같은데,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에 구체적으로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정부뿐 아니라 한국사회는 입양아들이나 미혼모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나 자신이 입양된 한국인이자 동시에 미혼모와 다른 입양인들을 위한 인권운동가로서, 한국사회에서 나와 이들에 대해 만연한 차별을 직접 경험했다. 나는 이러한 차별의 문제가 단지 한국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혼모, 편부모, 입양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함께 향상 시킬 책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한국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정부 혼자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 입양인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며 우리와 함께 일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싫든 좋든 다원화 되어가고 있다. 만약 정부가 부모들에게, 그 부모가 편모이건, 기혼이건, 미혼이건 어떤 종류의 가족형태이든 상관없이, 아이들을 긍정적인 환경에서 그 부모들이 양육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지원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다. 단지 돈을 누구에게 더 주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형태의 가족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한국의 다문화가정이 증가해 가는 현상을 무시 할 수 없듯이 다원화 된 가족의 형태를 무시하면 미래가 없다."

"해외입양인이 '순수' 한국인 가정에 편입되는 것, 정말 힘들다"

입양 당시의 로스 오크(박수웅씨) 모습
 입양 당시의 로스 오크(박수웅씨) 모습
ⓒ Ross 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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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없다면 한국정부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나?
"나는 친부모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한국정부에서 중앙입양정보원을 통해서 많은 일을 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입양인들 의견도 받아들이면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양인들이 친부모나 자기 자신에 관한 정보를 찾을 때 한 기관의 정보만 의지하게 되어 있는 현재 체제보다는 가급적 많은 채널을 통해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바람직하다.

현재처럼 한 기관의 정보에만 입양인이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체제는 문제가 있다. 입양인은 특정한 한 기관에 기록된 자신의 정보에 대해 교차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만약 입양인이 그 기록을 믿을 수 없을 때는 다른 기관을 통해 그 기록의 진위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그 기록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되었는지 추가조사를 하거나 알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에도, 현재 제도 하에선 한 특정한 기관이 준 기록을 수긍하지 않는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 어떤 특정 기관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공개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나에 관한 정보를 내가 원하면 추가로 취득하거나 조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말은 내 기록에 대해 교차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한 곳 이상 필요하다는 말이다."

- 지금도 친부모를 찾고 있나?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다른 해외입양인들과 힘을 모아 '진실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Truth and Reconciliation for the Adoption Community of Korea)을 만들었다. 다른 모든 입양인들을 돕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 TRACK의 목표는 입양인들은 돕는 것이다."

TRACK 활동 모습
 TRACK 활동 모습
ⓒ Ross 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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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입양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면? 
"내가 해외입양인으로서 겪었던 가장 가슴 아팠던 경험은 미국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였다. 입양인으로서 한국사회에서 내가 가장 낮은 사회계급의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인들에게 나는 입양인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나를 동정했지만, 또 동시에 나는 차별을 느꼈다.

나는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순수' 한국인들과 결혼하거나 한국가정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입양인들은 그 입양인이라는 것 때문에 '순수' 한국인들로부터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에 오래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입양인들에 대해 아직도 한국사회에 강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차별적인 태도가 계속되는 사회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포용적인 문화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인간을 그 개인 자체로 평가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어느 가문 출신인가로 평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입양인들처럼 그 '가문'이 없을 때 한국사람들은 마치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러한 입양인의 위치를 생각할 때 나는 많은 아픔을 느낀다."

- TRACK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동안 TRACK이 이룩한 성과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나는 TRACK의 행정과장(Director of Administration)으로 봉사하고 있다. 현재 나는 모금활동과 예산작성 일을 한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 홈페이지를 많이 방문하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한국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또 많은 사람들은 입양아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사회는 현재 혼혈아, 외국인 신부, 외국인 입국 등이 늘고 있다. 이것은 가까운 미래에 한국사회가 급변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한 그룹의 사람들이 배척 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 사회의 연대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양과 편모 문제가 오랫동안 '낙인' 찍힌 것처럼 여겨진 사회에서 편모와 입양아들의 권리문제를 언급하고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선진국은 모든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다. 우리가 모두 함께 사는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그 것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태그:#복지, #입양, #김성수, #로스 오크, #TRACK, #해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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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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