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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복지국가 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 파문의 후폭풍이자, 향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를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세금폭탄론'으로 맞불을 놨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한국형 복지' 행보를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 이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들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진보 진영의 안방 이슈인 복지 정책을 철저하게 준비하자고 했는데 무상복지에 반기를 들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의원총회에서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등 당이 추진 중인 복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당내 정책 토론 모임을 꾸리겠다고 나선 게 복지 확대 흐름에 제동을 거는 모습으로 비쳐진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 출신으로 정책통인 김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복지 확대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라며 "다만 준비를 소홀히 해서 한나라당에 되치기 당하면 당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어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보수 언론에 대한 그의 불만은 또 있었다. 복지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예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남미와 남부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든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것이다.

 

"남미·남유럽이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사실 왜곡"

 

 김효석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남유럽이 복지 때문에 망했다는 논리대로라면 그들보다 훨씬 많은 복지 정책을 실시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망했어야 한다"며 "남미도 북유럽 수준의 복지 제도를 시행해 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 포루투갈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단일 통화권으로 통합된 것이, 남미는 부패가 문제였지 복지가 문제가 아니었다"며 "북유럽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게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 김 의원은 증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복지 확대에 증세가 필요하긴 하지만 "증세 논란으로 먼저 힘을 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복지 후증세론'이다.

 

김 의원은 "사실 우리나라는 '저부담 저복지' 상태라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도 조금 늘리고 복지도 늘리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하지만 먼저 증세를 이야기하기보다 증세 없이 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그 효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난 후 더 필요하다면 증세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는 부유세에 대해서도 "부자들에게만 특별한 짐을 지우는 것은 지속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국민 전체가 각자의 처지에 맞게 부담을 나눠지고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복지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나 보육 등 현재 기본적으로 영리적 성격이 강한 공급 시스템의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무상 노인 틀니 사업을 예로 들면 이게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치과의사들도 추가 수입을 올리게 했다"며 "영리적인 성격이 강한 의료 공급자의 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아무리 세금을 늘린 들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없고 효과도 제대로 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의료의 경우 국가가 국공립 의료시설 등을 공공 공급을 늘리고 보육도 국공립 시설을 늘려 비용을 통제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효석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국공립 시설 확대 없는 무상의료·보육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 당내 복지 정책을 포함해 정책 이슈를 놓고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모임을 꾸릴 생각이라고 했는데 어떤 성격의 모임인가.

"18대 국회 전반기에 당내에 여러 정책 이슈에 대한 토론을 했던 민주정책포럼이 있었다. 지금은 중단됐는데 이런 형식의 정책 포럼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당 내에서 여러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다. 정책에 대한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민주당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초청해서 토론을 해 볼 계획이다.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은 열 번, 스무 번 만나도 별 도움이 안된다. 반대쪽 이야기도 들어보고 점검할 부분들을 꼼꼼히 체크해서 정책을 탄탄하게 만들어 가야한다. 마침 복지 문제가 떠올랐으니 그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이고 물가나 전세값 대란 등 여러 다른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공부해 나갈 계획이다."

 

- 복지 정책을 둘러싼 당내 분란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일부 언론에서 당내 무상복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혹은 검증에 나섰다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 국가 초입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복지 확대는 시대정신이다. 포퓰리즘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서투르게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복지는 진보진영의 안방 이슈인데 소홀하게 준비해 한나라당에 되치기 당하면 당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당내 복지 확대 움직임에 대립각을 세웠다고 하는 것은 왜곡이다."

 

- 민주당 '3+1'(무상급식.의료.보육)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민주당은 소요비용을 16조4000억이라고 추산한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의료에만 30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것이고 반면 한나라당은 많이 부풀렸다.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무상의료 분야다. 민주당은 8조 원이고 한나라당은 30조 원이다. 차이가 크게 벌어진 이유는 수요예측의 차이 때문이다. 정부나 한나라당은 무상의료를 시행했을 경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정부여당의 계산에는 의료 공급 체계를 현 상태로 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무상의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급 체계의 개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가가 비용을 통제하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게 필수다. 공급 체계 개혁에 대한 고려 없이 추정한 소요 비용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 복지 공급 체계 개혁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1조2000억 원이 투입된 노인 틀니 사업을 보자. 틀니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됐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치과 의사들도 횡재했다. 전국에 치과의사들이 2만명인데 그들에게 추가 수입을 올리게 해준 것이다. 영리적 성격이 강한 의료 공급자의 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재정이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밑빠진 독에 물붙기에 복지 효과도 제대로 낼 수 없다. 국가가 국공립 의료시설 등 공공 공급을 늘려 비용을 통제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추는 게 필수다. 마찬가지로 보육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국공립 시설을 많이 늘리는 등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게 필수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거둬서 복지에 투입해도 재정 감당도 안 되고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 복지 재원 조달 방안도 논란 거리다. 당내 기구인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 기획단'에서는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허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저부담 저복지' 상태에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재정 지출이나 공공복지 지출 비중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도 조금 늘리고 복지도 늘리는 쪽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항로는 다양할 수 있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증세의 불가피성을 알려서 정면으로 증세에 대한 동의를 구해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국민들이 복지 확대에 대한 필요는 느끼지만 증세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증세 없이 조달 가능한 재원이 얼마인가를 고려해 보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찾아 우선순위를 매겨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들이 복지 정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난 후 더 필요하다면 증세에 대한 동의를 구하자는 것이다. 나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증세 논란으로 먼저 힘 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해"

 

 김효석 민주당 의원.

-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정치 전략상 '선복지 후증세'가 맞다는 이야기인가.

"지금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일고 있는 복지 논쟁은 굉장히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민주당이 이런 화두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복지를 증세와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마치 증세가 없으면 복지 확대가 안되는 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해서는 안된다. 증세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증세 논란으로 먼저 힘을 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해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정 구조 개혁이나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복지 재원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증세를 하든 안 하든 재정 구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효율적인 복지 예산 집행이 가능해진다. 재정 개혁할 용기도 없으면서 어떻게 증세를 먼저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재정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도 문제다. 국민들에게 걷은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제도 마련 없이 먼저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는 것도 염치없는 짓이다. 재정 개혁을 통해서 복지에 우선순위를 둬서 예산 구조를 바꿔나가고 예산 절감할 수 있는 부분도 찾아내야 한다. 4대강 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재조정하고 또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세수 20조 원도 복지에 우선 배분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하다고 보나.

"부자감세의 완전 철회가 먼저다. 그리고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도 검토할 수 있다. 추가 세원 발굴도 필요하다. 또 추가 세목 신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있다. 소득에 대해서 과세하지 않는 건 주식이 유일하다. 처음에 자본시장 육성하기 위해 비과세하기로 한 것인데 이제는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할 때가 됐다. 대신 현재 손해가 나든 이익이 나든 무조건 부과되는 거래세를 줄여주면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정동영 최고위원이 제안한 부유세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종합부동산세가 '세금폭탄론'의 오명을 뒤집어 썼던 과거를 잘 살펴야한다. 종부세는 사회 정의에 맞는 세금이다.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를 이념적으로 몰고 갔다. 강남 부동산 부자들 '맛 좀 보라'는 식이었다. 그게 종부세의 슬픈 운명의 시작이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서 종부세가 완전히 무력화 되고 말았다. 조세 문제는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부자들 재산을 더 뺏어다가 쓰자는 '로빈후드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이다. 편가르기 방식은 안 된다. 국민 각자가 많건 적건 처지에 따라 부담하고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좋다."

 

- 민주당이 집권하면 당장 무상복지 중 일부라도 시행해야 하는데 재정 개혁이나 증세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당장 필요한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우선 필요한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결국 선택지는 증세냐 아니면 빚을 내느냐,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증세는 현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고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내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넘기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재정 건정성이 괜찮다고 하지만 부채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는 있다."

 

"증세 앞서 성장·복지 선순환 가능하단 인식 전환 필수"

 

-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에서는 남미나 남부 유럽 사례를 들어 이들 국가들이 국가부도 사태까지 이르게 된 이유가 무책임한 복지 정책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왜곡이다. 북구 유럽 등 선진국들의 '복지병'에 대해서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대 수명 예측 실패로 인한 연금 고갈 문제라든지 실업 수당을 너무 높게 책정한 부분 등은 뒤따라가는 우리가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남미와 남유럽의 경제 위기 원인은 복지병 때문이 아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통화가 유로화로 통합되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유럽연합 내 국가들의 경쟁력이 다 다른데 이게 환율이라는 가격 기구를 통해서 조정이 돼야 한다. 하지만 단일 통화 경제권으로 통합되다 보니 그리스나 포루투갈 같은 나라들은 조정 수단이 없어져 금융위기의 타격을 그대로 입은 것이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시행한 나라들도 아니다. 남유럽이 복지 때문에 망했다는 논리대로라면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망했어야 한다. 남미도 북유럽 수준의 복지 정책을 시행해 보지도 못했다. 부패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 복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복지병'을 앓고 있다는 북유럽 국가들도 결코 복지를 줄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복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건 바보여서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개발 독재시절부터 내려온 성장 지상주의 때문에 복지 논쟁 자체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이 복지하면 '퍼주기 아니야', '포퓰리즘 아니야' 그런 선동에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복지가 왜 개인을 위해 국가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져야만 지속적인 복지 확대와 그에 따른 증세를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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