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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를 장식하고 있는 뉴스는 한파, 물가폭등, 그리고 구제역으로 인한 소돼지의 살처분 광경과 고병원성 조류독감, 신종플루의 재유행이다. 이러한 이슈들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나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획연재에서는 구제역,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현재의 대규모 전염병 사태의 역사적 맥락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잔인한 경제논리, 그리고 이것이 실제 서민대중들에게 어떤 문제로 다가오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 기자말

 17일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 가운데 한 곳이던 함양군은 3만400마리분(여분포함)의 백신을 정부로부터 공급받아 수의사와 공무원, 축협 등 50여명 14개의 접종반을 편성해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 가운데 한 곳이던 함양군은 3만400마리분(여분포함)의 백신을 정부로부터 공급받아 수의사와 공무원, 축협 등 50여 명 14개의 접종반을 편성해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 함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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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육류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 육류로 바뀌고 있고, 특히 그 추세는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BRICs(브릭스)의 경제성장으로 이 지역 먹을거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가격 인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애그플레이션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제품을 포함한 육류소비량이다. 전 세계적으로 13억 명이 축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구 농업생산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총 육류소비가 95년에 25.45kg에서 2008년 35.6kg으로 증가하는 동안 곡물소비량은 97년 102.4kg에서 2009년 74kg으로 줄었다. 이러한 육류소비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1980년 이후 본격화된 공장식 축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점

공장식 축산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동일한 조건 하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하여 밀집 사육 환경을 선택한다. 또한 공장식 축산은 높은 생산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동물의 자연적인 습성은 무시된다. 성장 환경의 부적합성, 신체 훼손, 질병 등으로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확산 속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사육되는 가축들은 자연스레 많은 양의 항생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장식 축산업은 무게가 많이 나가고 번식력이 좋은 종을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들어낸다. 이 역시 이윤추구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유전자 조작은 유전적 다양성을 낮추어 질병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밀집된 사육환경을 통해 최소한의 공간과 최소한의 활동범위만이 허용되는데, 빠른 시간 내에 성장시키기 위해 성장호르몬이 포함된 사료를 먹이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낮은 농도의 항생제를 항시 투여하고 있다. 사료는 경제성의 논리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모이며 이 과정에서 변질을 막기 위해 막대한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지금까지 간단히 짚어본 이러한 공장식 축산업의 공정은 전염병 발생의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 물론 대규모 축산업은 20세기 초반에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는 이런 생산방식이 더욱 거대화되고 기존의 소농장 생산방식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이미 상위 몇 개의 공장형 농장이 세계 대부분의 육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90년대 후반 농축산업 개방으로 심각한 축소를 경험했던 축산농가는 국내 축산업 진흥정책과 국산 육류소비 경향에 힘입어 개방 이전의 규모를 회복했다. 더 큰 변화는 기업식 대규모 축산의 증가로 '07년 축산 농가수(소규모 포함)는 17만4197호로 '99년(48만3785호) 대비 64.0%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사육두수는 반대로 18.9%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아 축산농가가 점차 대규모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사육 환경에서 동물들은 병에 더 취약해지고, 전염병은 빠르게 전파돼 더 치명적인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 축으로는 세계화로 인한 무역량의 증가가 있다. 조류독감이 유행할 당시 생산시스템과 무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 억울하게도 희생자로 지목된 것은 야생조류이다. 하지만 역학조사결과는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은 밀집형 공장에서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키고 무역을 통해 세계로 전파되어 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물론 전파과정에 철새들도 일정한 기여를 했으나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발생지는 밀집형 공장이며 전파경로는 철새들로 한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다양한 전파경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오히려 세계무역이다.

세계무역은 1950년대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07년 무역량은 1950년의 약 29배를 넘고 6.1%로 같은 기간 GDP 연평균 증가율인 3.7%를 약 1.6배 앞서고 있다. 먹을거리 시장은 생산물을 대부분 국내에서 기초소비되고 이후에 수출되어야 한다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으나 3.7%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역시 특히 생물종의 교역 증가는 매우 커서 2000~2005년까지 무역량을 보면 조류는 670만 마리, 양서류·파충류는 810만 마리가 교역됐으며, 식물은 7억2천만 개로 가장 많이 수출입 됐다.

세계 상품교역과 GDP 출처 : WTO(2008)
▲ 세계 상품교역과 GDP 출처 : WTO(2008)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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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이 위협받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외래종유입, 오염, 과도한 포획 등이 지적된다. 특히 동식물의 국제무역은 더욱 심각한 생태계 변화를 초래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새로운 개체군이 만나면 상호 경쟁, 공생, 기생 등을 통해 적정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적응기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하지만 현대의 교역은 매우 빠르게,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생태계 간에 균형을 이룰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 결과 새로운 개체군들의 만남을 통한 생태계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또한 대규모 전염병 발생의 기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통큰 치킨과 구제역의 경제학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전염병의 유행의 메커니즘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을 통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 및 값싼 농산물 가격의 유지→사료용 곡물 재배 증가 및 곡물시장 불안정 확대→공장식 축산업 확대→취약한 사육환경과 집단화로 인한 바이러스 변이→전염병 발생→사료와 곡물, 축산물 유통의 증가→전염병의 대규모 유행

이러한 대규모 전염병 발생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먹을거리 산업의 다국적기업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업 발전의 배경에는 식품가격의 하락과 신자유주의 발전, 공장식 축산업의 배경이 되는 경제학이 있다. 신자유주의가 번영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배경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저렴한 기초재 상품의 출현이 있었다. 80년대부터 먹을거리의 소비자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주요 곡물 실질가격의 변화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개발 장기전략 및 실행계획, 2008
▲ 주요 곡물 실질가격의 변화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개발 장기전략 및 실행계획, 2008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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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소비재의 전 세계적 유통, 그에 기반한 고용 불안정 및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 공급, 제3세계 지역경제 파탄과 값싼 노동력의 도시유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중심에 거대 농축산업과 값싼 먹을거리가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적인 과잉생산을 통해 실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상품과 노동력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금융을 중심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싼 농산품과 공산품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공급된 값싼 소비재는 저임금의 토대가 되고 금융산업의 거품과 더불어 실질임금의 저하에도 신자유주의 시대의 번영이라는 환상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작동해 왔다.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9일 오전 11시 L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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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큰 치킨의 판매로 모 대형할인매장업체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서민들도 싼 통닭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통닭을 파는 동네 치킨점들은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는 어떤 사회경제학이 숨어 있을까?

그동안 쌀을 포함한 기본 먹을거리의 가격은 여타의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의 오르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신자유주의는 저가의 농축산물을 기반으로 한 저임금구조를 한 축으로 하고, 여기서 이탈된 지역민들이 저임금 노동자군을 형성하는 것을 또 다른 한 축으로 발전해 왔다. 그 배경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곡물-축산-원자재-가공-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식품회사들이 있다. 이들이 값싸게 공급한 저질의 풍족한 먹을거리는 신자유주의 풍요의 결과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먹을거리의 대량생산체계와 거대 식품산업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했고 세계 정상들은 현재의 소비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식적 결론을 내렸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야기되는 새로운 전염병은 부차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저가의 식품가격마저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을 비롯한 물가상승의 배경에도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미 원자재 가격과 곡물가격의 인상은 매우 가파르며 세계 경제 성장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장기전망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개발 장기전략 및 실행계획, 2008
▲ 국제 곡물가격의 장기전망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개발 장기전략 및 실행계획, 2008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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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치킨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닭을 공급해야 하는 생산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큰치킨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들을 몇 개 나열해보자.

가장 먼저는 저가의 병아리 공급, 대규모 사육환경, 값싼 사료, 빠른 성장을 위한 항생제 및 화학물질 투여, 농장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값싼 노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병아리와 사료, 약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집단이다. 현재는 이 모두를 케겔, 몬산토 등과 같은 다국적 식품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제약회사도 큰 돈을 벌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인 제약회사들은 이미 생산하는 항생제의 40%가 가축에게 사용되고 있고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면 백신과 치료제를 판매하면서 큰 돈을 번다.

이외에도 값싼 치킨을 먹기 위해서는 또한 이런 원자재들이 값싸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체계가 필요하다. 옆집에서 기르는 닭을 좀 더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하기보다 수만 킬로를 날라오더라도 생산비가 더 싼 닭을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먹을거리 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값싼 통닭을 먹기 위해서는 또한 부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저임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노동자들은 임금이 너무 낮아서 제 값 주고 질 좋은 닭을 먹을 수 없다!

간단하게 짚어보았지만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장형 축산업은 지금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대규모 전염병의 진원지다. 그리고 공장형 축산업이 다시 유통재벌들과 합작하여 동네치킨점과 같은 영세자영업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 와중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전 세계는 공장식 축산업이 만들어낸 대규모 전염병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 이보다 더한 악순환이 있을까? 그러나 이렇게 끔찍한 악순환이 누군가들에게는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내는 이윤의 선순환이 되기도 한다. 이 악순환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은경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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