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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복지-착한 복지, 민주당식 복지-나쁜 복지."

 

'투사'로 변신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해 들어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0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하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고 미래 세대엔 빚으로 되돌아오는 무차별적 퍼주기식 '나쁜 복지'에 맞서 지난 4년간 '서울형 그물망 복지(서울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쌓아온 '착한 복지'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은 서울형 복지를 스스로 자활·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자립형 복지', 소득 수준에 따라 복지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 민간참여 루트를 다양하게 운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복지효과를 내는 '참여형 복지' 등 세 가지 열쇳말을 설명하면서 "서울시는 의존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제활성화와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견인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서울형 복지가 도대체 뭘까?'. 오세훈 시장은 "지난 4년간 꾸준히 서울형 복지를 쌓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개념을 아는 서울시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문. '서울형 복지는 정말 착한 복지일까?'.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조규영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재선 시의원인 조 위원장은 민선 4기 4년 그리고 지난 6개월간의 서울시 복지정책을 "시민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오세훈 시장을 위한 홍보복지"라고 규정했다. "서울시 복지의 총체적인 비전은 없고 몇몇 반짝 사업들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 위원장은 오 시장의 대표적인 서울형 복지 사업인 희망플러스 통장,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회복지는 공적부조와 사회보험 그리고 사회복지 서비스가 결합되어야 하는데 오 시장은 눈에 띄는 사회복지 서비스 사업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 조 위원장은 "고용·주거·소득보장·건강 등의 영역에서 서울시민들이 어느 정도의 복지를 누려야 할지 보여주는 '서울 복지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규영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과도한 홍보에 비해 실집행 복지예산 수준은 저열"

 

-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재선의원이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복지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 마디로 철학이 빈곤한 복지다. '복지 도시 서울'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다. 서울시 복지정책의 대부분은 국가의 복지정책에 대한 매칭사업과 몇 개의 반짝 사업일 뿐, 서울의 복지를 어떤 철학과 어떤 프로세스를 가지고 이끌어 가겠다는 비전이 없다.

 

오세훈 시장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보면 이건 시민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오세훈 시장을 위한 홍보복지다. 지하철이며 가판대며 서울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과도한 홍보에 비해서 그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한 실 집행예산의 수준은 너무나 저열하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서울형 복지의 대표적인 사업인 희망플러스통장 사업(참가자가 3년간 매월 저축하는 금액에 동일한 금액을 적립지원)을 보자. 이게 기존에 1만2620가구였는데 올해 신규로 3400가구를 더 늘리기 위해서 149억 원을 쓰겠다는 거다. 지난해는 115억8200만 원을 썼다. 이 149억 원이 서울시 예산 21조 가운데 몇 퍼센트인지 생각을 해 봐라.

 

꿈나래 통장(참가자가 5~7년간 매월 저축하는 금액에 동일한 금액을 적립지원)은 자녀교육자금 용도니까 예산이 더 적게 든다. 기존 1만2640가구에 올해 3100명을 더하겠다는 건데, 여기에 드는 예산이 2010년도는 50억 원이었고 올해는 62억 원이다.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돈도 그리 많지 않다. 가구 소득수준별로 매월 5~20만 원을 3년 동안 저축하면 1440만 원 플러스 이자를 수령한다. 20만 원씩 넣었을 때가 그렇다. 그런데 이 돈 받아서 과연 서울시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나는 집을 샀다', '나는 가게를 냈다'고 할 수 있을까. 너무 황당무계한 것 아닌가.

 

그나마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에 수급자, 비수급 빈곤층, 차상위 계층을 모두 다 더하면 15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희망플러스 통장 대상자? 이들 가운데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꿈나래 통장 대상자까지 다 합해도 3만 명이다. 너무나 선별적인 '로또복지'다. 이걸 오 시장은 서울시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온갖 지하철 가판대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다.

 

또 하나. 희망플러스 통장·꿈나래 통장 모두 서울시 50%, 민간 50% 지원 방식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것이 마치 자신의 사업인 것처럼 홍보한다. 민간 파트너는 철저한 소외되어 있다. 이는 민간의 지원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 오 시장은 스스로 자활,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하고 있는데.

"'우리는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일어서게 하는 복지를 하겠다',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원도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건 너무나 잔혹한 복지다. 서울시의 또 다른 대표적 복지사업인 희망의 인문학 과정(노숙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을 보자. 이러한 강좌의 경우 참여자의 강한 욕구가 있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자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몇 명 참석하라고 할당을 주는 식으로 이루어지니까 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졸려도 앉아 있어야 하고 괴로워도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는 시민을 위한 게 아니다."

 

"4년간 꾸준히 '서울형 복지' 추진? 얼마 안 됐다"

 

- 오 시장은 지난 4년간 꾸준히 서울형 복지를 추진해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이 처음 서울시 비전을 이야기할 때는 환경, 문화 그리고 디자인을 내세웠다. 그런데 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아주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환경이나 문화는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데 4년이라는 기간은 짧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물망 복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민선 4기 후반기 들어서다. 얼마 안 됐다."

 

- 오세훈 시장이 이야기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보편적 복지의 가장 큰 핵심은 '필요로 하니까 (복지를) 준다'가 아니라 '국가 및 사회로부터 (복지를) 당연히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로 보면 될 것 같다. 즉 욕구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시민권리가 중심이 되는 거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준다'? 그 필요한 수준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하는 건가. 주는 사람이 시혜적으로 하는 거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는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 사람의 욕구가 이러니까 이만큼 줘야지'가 아니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서비스가 필요하니까, 국가와 사회에서는 이만큼을 달라'는 권리적 차원이다. 따라서 오세훈 시장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 자체가 잘못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 오 시장은 무상급식과 같은 '단순한 퍼주기 식의 시혜성 복지'를 하기 시작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고 공격하고 있는데.

"복지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에는 사회통합이다. 물론 이기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출발선은 같이 맞춰줘야 한다. 기회는 줘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상실감이 아니라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통합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선별적 복지의 가장 큰 문제는 계속 '나는 진짜 불쌍한 사람이거든요', '나는 꼭 도움 받아야 하는 사람이거든요'라는 증명을 계속해서 하게끔 만든다. 동시에 '너는 불쌍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선별하게 하기 위한 과도한 행정비용을 들게 한다.

 

보편적 복지는 무조건식 퍼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참여의 기준선을 모두가 같이 공유를 해야 하는 거다. 그 기준선의 대표적인 예가 교육·보육·의료 이런 것들이다."

 

- 하지만 무상교육·보육·의료를 이야기하면서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논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부자감세의 철회, 두 번째는 투명한 세수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 증세를 하는 게 맞다. 부자들한테 대규모의 감세를 해놓고 혹은 세수가 누락되는 걸 방치해놓고 증세를 하자? 이러면 시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온다. 재원확보에도 순서가 있다."

 

"'돈 많이 드는' 서울시민들, '복지기준선' 만들어야"

 

 

-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시 복지기준선'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오세훈 시장은 사회복지 서비스 가운데서도 몇 개만 선별적으로 시행을 하면서 이를 '서울형 복지'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 서비스만이 사회복지 정책은 아니다. 공적부조와 사회보험 그리고 사회복지 서비스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적부조나 사회보험은 모른다, 그건 국가가 할 일이고 나는 이 영역만 할 거다'. 그건 반쪽짜리 복지다.  

 

서울복지기준선에서 주장하고 싶은 건, 첫 번째로 공적부조라는 게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하는 거다. 현재 이 기초생활보장 가이드라인이 대한민국 중소도시에 맞춰져 있는데, 서울은 주거비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중소도시와는 다르다. 생활비도 20%~30%정도 더 든다.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사회보험과 관련해서도 의료보장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건강보험으로 의료보장 다 해결하는 거지, 우리는 몰라'. 이게 아니고 그런 의료보장이 안 되는 영역들과 관련해 서울시는 어떻게 정책을 갖고 갈 거냐가 필요하다. 고용도 그렇고 실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총체적인 비전이 마련되어야지, 사회복지 서비스 가운데서 그야말로 눈에 들어오는 거 몇 개 해놓고 서울형 복지라고 하는 건 철학적 빈곤이고 복지에 대한 몰이해다. 시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 '서울시 복지선' 진행상황은 어떤가.

"현재 고용·주거·소득보장·건강 이렇게 4가지 분야로 나눠서 기준선을 만들고 있다. 곧 1차 용역 보고서가 나올 거다. 시의회, 시민단체 뿐만이 아니라 이에 관심 있는 구청장들과도 간담회를 열 거다."

 

- 얼마 전 시의회가 "서울시가 시의회 증액·신설예산을 전액 집행하지 않으면서 시민불편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올해 저소득 노인 급식 제공 예산을 2010년보다 18억 원이 삭감 된 100억 원을 편성했다. 그래서 시의회가 서울시 예산보다 28억 원 증액된 128억 원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를 집행하지 않아서 당장 피해가 생기고 있다. 저도 얼마 전에 제보를 받았는데, 서울시에서 결식노인 지원자수를 줄이라고 압력이 들어왔다고 한다.

 

중증 장애인 예산도 활동보조 지원 200억 원, 전세주택 제공 지원 20억 원, 자립생활 지원 42억 원 등을 증액했는데 모두 집행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복지철학이 무엇인지 만천하에 드러내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시의회뿐만 아니라 직접 불편을 겪게 되는 시민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태그:#조규영 , #서울형 복지, #오세훈, #서울형 그물망 복지,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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