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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가끔은 횡재를 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뻔질나게 앞으로 지나다니면서도, 그 집이 '등록문화재'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저 주변의 집보다는 조금 동떨어진 건물 구조가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집이 '등록문화재'라는 안내판이 앞에 놓였다.

 

이런 경우에는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소중한 것을 아직은 볼 수 없다는 좁은 식견을 탓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런 문화재 하나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지만. 전주시 중앙동은 예전에는 전주에서 가장 상권이 발달하고 번화했던 곳이다. 지금은 비록 사양길에 접어들어, 예전과 같은 흥청거림은 사라지긴 했지만.

 

이 중앙동 일대를 현재는 '웨딩거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곳에 '박다옥'이라는 등록문화재 제173호가 소재한다. 지금까지 이곳을 지나치면서도, 이집이 등록문화재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다만 얼마 전에 그 앞에 등록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기 전까지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선 우동집 박다옥

 

박다옥은 우동집이었다. 안내판에는 이 집이 '구 박다옥'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지금은 1층에는 여러 가지 집안은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화초 등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고, 몇 집인가 한복집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중앙통의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은, 1929년 무렵에 건립이 되었다고 한다.

 

등록문화재란 근대의 문화유적이다. 국보 및 보물, 사적이나 명승 등 기존 지정문화재가 아닌, 우리나라 근대 이후 제작, 형성된 문화재 중에서 그 보존 및 활용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물을 지정한 것이다.

 

등록문화재의 지정 기준은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 지난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유산 중에서, 역사·문화·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서 근대사의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혹은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가치가 널리 알려진 것, 기술 발전이나 예술적 사조 등 그 시대를 반영하는 데 가치가 있는 것 등을 지정한다(다음 백과사전 참조).

 

구 박다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상업지역에 들어 선 우동집으로, 전주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대형 일식집이었다. 현재 구 박다옥이 들어서 있는 중앙동은 20여 년 전만 하여도 전주에서는 가장 번화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던 곳이다. 아마 박다옥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도, 이곳이 전주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을 것이다.

 

타일과 인조석으로 꾸민 외부

 

구 박다옥은 당시의 건물로서는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는 타일과 인조석을 이용하여 건물을 꾸몄는데, 지금도 이 건물은 거리에서 제일 눈에 띄인다. 이 건물의 특징은 페디먼트(pediment)로 상부를 장식하였다는 점이다. 페디먼트는 고전건축에서 기둥으로 받쳐진 지붕이 있는 현관을 말하는 것으로, 삼각형의 박공이나 창문 위를 꾸미는데 쓰인 기법이다.

 

이 구 박다옥 건물은 건물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주 출입구와 계단을 설치하고, 주 출입구의 상부에는 타일과 인조석을 교대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특별한 양식을 1929년대에 건물을 짓는데 사용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모두 3층으로 꾸며진 구 박다옥 건물을 지나칠 때마다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전문적인 건축기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낮 부끄럽다.

 

비록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집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우리의 슬픈 역사도, 또한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을 것을 생각해본다. 그래서 구 박다옥 건물이 더욱 새롭게 보이는가 보다.   건물이 지니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태그:#구 박다옥, #등록문화재, #전주, #중앙동, #페디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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