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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월) 오후 3시경 의정부행 전철의 맨뒤칸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송내역에서 전철이 멈췄고 잠시후 바로 앞 칸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는가 싶더니 누군가  비상벨을 누르고 기관사와 통화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 OOOO호 차량인데 사람이 쓰러졌어요. 의식이 없어요...'

어떤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앞칸을 쳐다보니 중년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등산배낭이 옆에 있고 귀마개와 모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등산을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바로 뒤칸의 기관사가 달려와서 상황을 살피더니 다시 돌아간 뒤에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전철안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은 남자가 밖에서 누워있다.
 전철안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은 남자가 밖에서 누워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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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갑자기 쓰러진 남자가 누운 채 연거푸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뇌진탕을 일으키면 구토를 한다는 것이 생각났고, 구토물이 기도(목구멍)를 막지 않도록 재빨리 다가가서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양손으로 입을 벌려 입안의 구토물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손으로 남자의 얼굴과 입을 잡은 채 승객들에게 119로 연락 좀 해달라고 하자 한 남자승객이 전화를 걸었고, 급한 마음에 사고내용도 미리 말해줬습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 뇌진탕으로 구토를 하고 의식이 없다고 말해주세요."

쓰러진 남자의 얼굴과 옷은 구토물로 범벅이 되었고, 시큼한 냄새와 함께 술냄새도 느껴졌습니다.

"정신 드세요? 제 말 들리세요?"
"으으..."

남자는 흐릿하게 나마 대답을 했고 의식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승객들이 상황을 말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전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 뛰어들다가 배낭이 문에 걸려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바로 머리를 찧었다고 합니다. 양쪽 신발이 모두 벗겨지고 한 짝은 선로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진 것 같았습니다. 잠시후 달려온 역무원과 공익요원 몇명이 곧 쓰러진 남자를 밖으로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119 연락했으니 조금 기다려 봅시다 옮기다 상태가 더 안좋을 수도 있거든요."
"언제 연락했어요?"
"조금 전에요. 차 운행보다 사람이 먼저죠. 기다려봅시다."

그러나 역무원은 전철운행을 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공익요원과 함께 남자를 밖으로 옮겼고 다시 긴 나무의자에 눕혔습니다. 같이 따라 내려서 119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남자는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고, 약속한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일 때문에 더 이상 같이 있을 수가 없어서 뒤 따라온 전철을 타고 가면서 별 탈 없기를 빌었습니다.

 나무의자로 옮겨진 남자가 119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의자로 옮겨진 남자가 119를 기다리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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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등산 배낭과 모자, 신발 한짝
 남자의 등산 배낭과 모자, 신발 한짝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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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제 사고처리가 궁금해서 송내역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무원은 119가 도착했을때 남자가 의식을 차렸고, 구급대원이 살핀 결과 음주를 많이 해서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  같다며 구토를 한 것도 술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남자는 스스로 걸어서 귀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과도한 음주로 선로에 떨어진 취객에 대한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고 언젠가는 직접 목격한 일도 있습니다. 등산하면서 술을 많이 먹는 경우도 자주 보는데 요즘처럼 춥고 땅이 얼었을 때는 얼마나 위험한지 굳이 말이 필요없습니다. 어제의 급박한 상황을 떠올리면 천만 다행이지만 그 남자분이 술에 대한 자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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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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