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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현상〉
▲ 책겉그림 〈박근혜 현상〉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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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후보 가운데 박근혜가 독보적이다. 여당 내에서나 야당의 거물급들과도 10%차를 벌이고 있다. 지지율도 그만큼 앞서고, 대중성도 압도적이다. 이유가 뭘까? 승자독식에 대한 약자핍박의 구도와 원칙주의 리더십 전략, 그리고 중도보수와 친서민으로 나아가는 각종 정책들이 탄력을 불어 넣는 까닭이다.

그녀는 이명박 대선후보자에게 패배했고, 총선에서도 그 수모는 이어졌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동정론을 불러오게 한 것일까. 또한 그녀는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세종시 원안 고수도 그녀의 원칙주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진면목이다. 2009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들은 서민과 중도를 껴안겠다는 전략적 정책이다. 모두 박근혜 현상을 불러오는 이슈들이다.

김종욱·김헌태·안병진·이철희·정한울의 <박근혜 현상>은 2012년 대선몰이를 하고 있는 박근혜의 바람이 그녀 안에서 일어난 것인지, 그녀 밖에서 불어 온 것인지 탐색한 책이다. 사실 그녀는 대통령의 딸이지만, 2004년 탄핵 정국 때 몰락한 당을 천막당사로 옮겨 쇄신시킨 공로가 있다. 더욱이 그녀가 지킨 원칙주의로 보수층은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그녀의 바람은 비단 외풍이 아니라 내풍으로부터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논객들은 박근혜의 바람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지지율이 그 누구보다 견고하긴 하지만,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게 그것이다. 그만큼 보수층과 지역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딜레마는 서울시민을 비롯한 친이계 지지층을 흡수하는 것, 본선 대결에서의 보수적 이미지의 모색이 최대관건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모은다.

그녀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떨어진 것은 홍보효과 때문이라고, 정한울 소장은 말한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홍보에 열을 냈지만 그녀는 모든 면에서 미미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패배의 원인인 줄 알았을까. 이제는 그녀도 자신을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 트위터와 게시글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녀의 공식홈페이지나 미니홈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없다고, 김헌태 소장은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자립심의 강화나, 어렸을 때의 상처와 상실의 공간을 그대로 붙잡아 두고 싶은 '아련한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녀의 리더십은 이제 껏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이다. 2년간의 시험대 위에서 1인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할지, 서서히 거품이 빠질지,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정치인에게는 온화함과 깨끗함이 묻어나지만, 정치는 깨끗함으로 하는 게 아니라 더러움으로 하는 한계본능이 있다. 더욱이 그녀가 당내 경선을 거치면 정책도 보수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적잖이 고민이 될 것이다.

"사실 보수와 진보가 상대편 이슈를 나의 장점으로 삼겠다며 내세우면, 그것이 자신의 장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거에서는 상대방이 집권해야 할 당위성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가 복지를 내세우면 그것은 복지 아젠다를 중심 가치로 삼는 진보진영이 집권해야 함을 강조하는 모습이 될 수 있어요."(289쪽)

"중요한 사실은 박근혜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나라가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과감하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역사상 어느 지도자나 후보든 간에 자기 것을 제시하지 않고 대중의 정서나 흐름에 맞는 이야기만 던져서 성공한 사람은 없잖아요. 결국 자신의 것을 제시하고 대중들이 수용하는 과정이 기본이기 때문에, 저는 박근혜가 주저 없이 많은 것을 제시했으면 좋겠고, 그걸 꺼린다면 지금 보이는 한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 지적하고 싶습니다."(290쪽)

이는 김헌태 소장과 이철희 교수가 각각 밝힌 전망이다. 박근혜 현상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한 것이다. 자신만의 어젠다를 만들고,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이전 대통령에 오른 사람들이 보여준 태도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박근혜 바람은 긍정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2년 내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때에도 내풍이 외풍으로 이어져 활활 타오르게 될지, 아니면 그저 잠시 타오르다가 그칠지 말이다.


박근혜 현상 - 진보논객, 대중 속의 박근혜를 해명하다

김종욱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2010)


태그:#박근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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