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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인 앤디가 감옥을 나가고 싶어 했듯, 나도 마음속 감옥에서 나가고 싶은 꿈, 늦기 전에 혼자 힘으로 해외에 나가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막연한 꿈일지 모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자리를 지키면서 틈틈이 노력해 보련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대외협력 일을 맡았던 우동민 활동가(42세, 뇌병변장애 1급)가 남긴 수기의 일부다. 그는 지난 2일 오전 10시께 급성폐렴 등의 증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달 8일 국회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모습.
▲ 우동민 활동가 지난 달 8일 국회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모습.
ⓒ 홍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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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다가 응급차에 실려 입원했다.

이후 우동민 활동가는 병세가 잠시 호전되었으나 지난달 8일 올해 예산안과 장애인활동지원법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된다는 소식에 긴급히 열린 기자회견과 국회 앞 도로 점거투쟁에 참여했다가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연말에 상계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했다.

그의 수기를 보면, 사무실 동료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는 동민씨'였고, 다른 하나는 '한 달 용돈 만 원'이었다.

우동민 활동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싶어, 장애를 핑계로 집안에만 있는 것이 싫어" 출근한다고 설명했다.

예산 날치기 통과 항의하다가 중환자실 입원

'한 달 용돈 만 원'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그는 "시설에서의 한 달 용돈이 3만 원이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만큼 시설에서는 돈 쓸 일, 특히나 내 마음대로 무엇을 할 일이 극히 적어서 어떤 일을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나 또한 다른 시설 입소자들과 마찬가지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태어난 지 삼 일만에 고열로 장애를 입게 된 우동민 활동가는 가족과 생활하다가 지난 1991년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해 5년간 생활했고 그룹홈으로 옮겨 5년 동안 자립생활을 준비했다.

이후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립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05년 정립회관 민주화투쟁부터 지난해 말까지 장애인운동 투쟁 현장이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거리로 나왔다.

함께 활동했던 장애인활동가들은 우동민 활동가가 "수기에 나와 있듯 다소 늦은 나이에도 생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다"면서 "그럼에도 현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복지와 인권의 현실이 고인을 이 추운 겨울날 또다시 길거리로 내몰았고, 결국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라고 개탄했다.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에서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
▲ 우동민 활동가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에서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
ⓒ 홍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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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북채를 잡고 신문고를 울리는 행사에 참여한 고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로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장애등급심사를 강화해 장애인들의 장애등급을 떨어뜨리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 분개해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달 중순으로 기억되는, 출근길 지하철 안이었다. 몸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미소를 짓는 것으로 서로 대화를 대신 했다.

이제야 들으니 그는 주위의 간곡한 만류에도 수기에 남긴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싶어, 장애를 핑계로 집안에만 있는 것이 싫어"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그가 '세상의 감옥'에 남긴 말을 다시 한 번 옮겨본다.

"언젠가는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비록 그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지라도, 시도에 의의를 두련다. 스스로 계획하고 부딪혀 보는 것이 참된 자립생활의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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