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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자연늪인 우포늪은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있는 70만평에 이르는 광할한 늪입니다.

어떤 장소에서도 한 눈에 늪 전체를 바라볼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에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우포늪 둘레길을 처음 걷고 와서 1년이 조금 지나 다시 우포를 둘레길을 다녀왔습니다.

12월 25일, 성탄절 오후에 창녕 우포늪(소벌)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우포늪을 구경하고 걷기만 하다가 이번엔 우포늪의 깊은 맛을 한 번 보는 호사(?)를 누리고 왔습니다.

아~참 우포늪의 본래 이름은 '소벌'입니다. 워낙 우포늪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저도 제목에 우포늪이라고 썼습니다만, 지금부터는 소벌이라고 쓰겠습니다.

겨울 해질무렵의 소벌(우포늪)
 겨울 해질무렵의 소벌(우포늪)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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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등록습지, '소벌'에서 잡은 붕어로 만든 찜

붕어찜 먹은 것이 특별한 호사인 것은 소벌이 람사르에 등록된 세계적인 보호습지이고, 이곳에서는 아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소벌에서 잡은 붕어로 만든 붕어찜을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그동안 붕어찜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직접 먹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먹어 본 붕어찜과 맛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소목마을에 있는 붕어찜과 엑기스를 만드는 식당에서 붕어찜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앉으니 먼저 붕어엑기스 한 봉씩을 나눠주셨습니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늦게 들어가서 '붕어엑기스'가 어디에 좋은지 설명을 미처듣지 못하였습니다만, 한약 냄새와 약간의 비릿한 맛이 섞여 있어 맛은 없었지만 저는 그냥 먹을만 하더군요. 아마 보양식의 일종이었겠지요.

붕어의 효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흔을 훌쩍 넘기신 이 식당 주인 어른이 지금도 젊은이들과 팔씨름을 해서 져 본일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소주와 소벌에서 잡은 붕어, 가물치로 밥을 대신하는 것이 건강과 힘의 비결이라더군요.

소벌에서 잡은 붕어로 요리한 붕어찜
 소벌에서 잡은 붕어로 요리한 붕어찜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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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찜이 담긴 냄비에는 어른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손목 길이 만큼 되는 붕어 2마리가 누워 있었습니다. 무청 우거지와 무를 깔고 갖은 양념을 하고 냄비에 졸였더군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였는데, 첫 인상은 아주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안내를 해주신 선생님에 따르면 다른집에서는 붕어뼈를 발라먹는 일이 성가신데, 이집은 붕어를 뼈째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생선을 뼈째로 씹었더니 마치 통조림에 담겨 있던 고등어나 꽁치를 요리한 것처럼 뼈째로 씹히더군요.

생선의 살이 많은 부위는 쫀득쫀득한 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폭 고아냈다고 하는데 생선살에 쫄깃한 맛이 살아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붕어찜을 먹는 젓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붕어찜을 먹는 젓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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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이 있는 뱃살이나 머리쪽을 씹어보니 흙내가 나더군요. 민물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인데 못 먹을 맛도 아니었지만 그리 반가운 맛도 아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습지 전문가가 추천한 맛집이니 아마 아주 괜찮은 맛집이었을 겁니다. 다만, 제가 흙내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게는 생선국물과 양념에 잘 익은 무청과 무가 더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나절 소벌을 걷고 온 시장기 때문인지, 아니면 맛있는 붕어찜 때문인지 대부분 밥 한 공기씩을 금새 뚝딱 해치우시더군요.

아,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는 주인할머니 손맛이 배인 김치, 동치미, 깻잎 등 밑반찬은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접시를 여러번 비우고 반찬을 더 가져다 먹었답니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할머니의 손맛이 베인 밑반찬들이 붕어찜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할머니의 손맛이 베인 밑반찬들이 붕어찜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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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뼈, 지느러미까지 모두 먹는 붕어찜... 음식 쓰레기 '제로'

식사가 끝났을 때, 음식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참 신기하였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서 생선찌개를 먹고 나면 생선뼈가 많이 나오는데, 붕어찜을 먹은 식탁에는 정말 뼈 하나도 음식쓰레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잔뼈는 물론이고, 제법 두툼한 생선의 가운데 뼈도 모두 사각사각 씹히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리고 지느러미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요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하였더군요.

남기지 않으려고 냄비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더니 과식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많이 먹어 본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처음 먹어보는 붕어찜이 아주 반갑고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소벌에서 잡은 붕어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어린 시절부터 민물 생선을 많이 먹어 본 분들이라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먹어보지 못하였지만, 이 집에선 가물치를 회로도 요리해주신다고 하더군요. 소벌 구경을 갔다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붕어찜이 땡기거나 혹은 어린 시절 강가에서 잡아 먹던 민물고기 맛이 생각나면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빠질 수 없죠. 안내를 맡아주셨던 선생님이 유어면에서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담그는 술도가에서 '전주'를 한 병 받아오셨는데, 그맛이 끝내주더군요.

막걸리 전주를 여러번 먹어보았지만, 이 술만큼 달짝지근하게 맛이 있는 술은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지금도 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만 파는 아주 독특한 술도가라고 하더군요. 딱 한 잔 맛을 보았습니다만, 술을 즐기지 않는 저도 다음에 꼭 다시 먹어 보고 싶은 술맛이었습니다.

돈방석
 돈방석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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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돈방석에 앉아 붕어찜을 먹었다'는 것은 이 식당 방석이 모두 '돈방석'이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간 모든 사람이 돈방석(?)에 앉아 붕어찜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돈방석'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기분좋게 해주는 모양입니다. 돈방석을 사다놓은 주인도 그런 생각을 하셨겠지요. 이왕이면 돈방석이지 하는 마음도 있었을거구요.

누군가 돈방석을 만들어 팔면 돈방석에 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이런 방석이 만들어졌을겁니다. 이 방석을 만든 분은 돈방석에 앉았을지 궁금하네요. 예상만큼 히트 상품이 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만.

그날, 함께 계셨던 분들은 대체로 돈방석에 앉기 위하여 노력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처음보는 신기한 돈방석이 별로 화제가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늘 돈방석에 앉아계시고 싶은 분들은 이 방석 하나 사서 앉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벌, #우포, #창녕, #람사르,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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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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