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틸컷

▲ 아메리칸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아메리칸>은 할리우드 톱스타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작품이에요. 그는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좋은 작품에 출연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배우죠. 전작 <인 디 에어>는 제작비 2500만 불로 북미 극장수입만 8382만 불을 기록했죠.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지만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역시 제작비가 2500만 불에 불과했어요. 여기에다 29일 개봉하는 최신작 <아메리칸>은 제작비 2000만 불의 작품이에요. 그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은 작품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배우죠.

<아메리칸>은 제작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에요. 혹시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어요. <아메리칸>은 모든 이야기가 슬로우 스타트에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가는 과정이 느릿하면서 진중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여기에다 이전 조지 클루니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너무나 처절한 고독을 느끼는 킬러의 모습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요.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잭이란 캐릭터는 그만큼 따뜻한 온기가 없는 인물이에요.

잭(조지 클루니)은 킬러로서도 유명하지만 무기 제작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에요. 스웨덴에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작가로 위장해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머물게 되죠. 잭이 킬러로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에요. 바로 어떤 일이 있어도 친구를 사귀지 말란 원칙이죠.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킬러에게 인간의 정을 느낀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겠죠.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이 원칙을 깨게 되죠. 신부 베네테토(파올로 보나첼리)와 알게 되고 클라라(비올란테 플라치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부터죠. 이 두 사람을 통해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되는 잭이에요. 하지만 킬러에게 행복이란 쉽게 허락되는 것이 아니죠. 그에게 무기 제작 명령이 떨어지게 되고 잭이 느꼈던 작은 행복은 점점 깨져가게 되죠.

킬러가 나온다고 해서 액션영화를 기대했다면?

아메리칸 스틸컷

▲ 아메리칸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아메리칸>은 액션영화가 아니에요. 우리가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그런 것들은 이 작품에 없어요. 잭과 다른 킬러들이 싸우는 총 싸움 조차도 몇 방으로 끝날 정도로 미지근해요.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킬러로서의 화려한 액션 본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잭이 자신을 죽이려는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쾌감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란 의미에요. <본>시리즈 같은 킬러의 통쾌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에서 얻어갈 것이 없어요.

<아메리칸>은 철저하게 한 인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품이에요. 잭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마저도 죽일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평생을 혼자 살아왔고 고독하게 살아온 인물이에요. 하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도 느끼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그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사치에요. 잭이 클라라를 만나서 행복을 느끼고 삶에 대한 열망을 꿈꾸는 그 순간에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배경은 외딴 이탈리아 마을의 황량함이에요.

이 작품에서 조지 클루니가 보여주는 표정은 온화하지 않아요. 그는 항상 맡은 역할마다 신사 이미지가 강했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는 무미건조한 표정만 짓고 있어요. 이 표정만으로도 그의 삶의 무게와 그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줄 정도죠. 혼자 살아가야하는 킬러의 삶이 그의 연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어요. 따라서 <아메리칸>이 한국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조지 클루니가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냉혹하면서 차가운 표정의 캐릭터 잭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연기가 슬로우 스타트이자 조금은 무거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이죠.

<아메리칸>은 팝콘무비용 할리우드 액션영화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작품이에요. 따라서 화끈한 화력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은 좋은 해답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아요. 단지 고독한 킬러가 보여주는 무거운 이야기가 마치 우리들의 삶 같이 느껴지는 관객들이라면 조지 클루니가 만들어낸 잭이란 인물은 상당히 마음 가는 캐릭터가 될 것이에요.

그와 클라라가 보여주는 비극적인 운명이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 마음에 확실한 각인을 남기기 때문이죠.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2월 29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조지 클루니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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