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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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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진실규명'으로 결정된 전원위원회 의결을 뒤짚고 임의적으로 '진실규명 불능'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30일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실위)는 포항 지역 미군폭격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신청된 10건을 조사결과에 따라 '진실규명' 또는 '진실규명 불능'으로 의결했다.

진실위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신청사건 4건과 조사 중 파악된 미신청사건 1건은 미군폭격에 의한 희생사실을 인정하는 '진실규명'으로, 나머지 5건은 불법적 폭격에 의한 희생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진실규명불능'으로 의결했다.

통상 이런 의결 결과는 내부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신청인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통보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 등을 한 경우에 지체 없이 그 사유를 명시해야 하고, 신청인과 조사대상자, 참고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후 이영조 위원장이 해외출장 등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90일 이상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상환 상임위원 등이 이 위원장을 공개비판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위원장님! 결재는 하고 해외출장을 가셔야죠").

'진실규명'에서 '진실규명 불능'으로... 위원장 맘대로 바뀐 진실위 조사

한편 이영조 위원장은 전원위원회 결과 고지 대신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8월 19일 '포항지역 미군폭격 사건 TF팀'을 구성하고, 포항미군사건을 재검토해 새로운 결정문안과 본문 내용을 고쳐서 결재를 올리라고 한 것이다. TF팀에는 진실위 국장급 담당 특별보좌관 1인과 조사관 3인이 임명됐다.

그 후 지난 9월 14일 이영조 위원장은 포항지역 미군폭격사건을 전원위원회에서 '진실규명'에서 '진실규명 불능'으로 재심의하는 안건 상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재심의안은 전원위에서 의결 받지 못했다. 당시 전원위원회에서 김외숙 위원은 "지금 다시 저희가 새로 의결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상환 상임위원은 "전원위에서 이미 의결한 사건에 대해 재심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퇴장했다.

이처럼 재심의가 무산되자 이영조 위원장은 의결 내용을 변경해서 결재를 상신하라고 TF팀 특별보좌관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이 특별보좌관은 "이미 의결된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뒤엎는 보고서는 결재 상신할 수 없다"며 지시에 불응했다. 그러자 이영조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이 보좌관을 면직시켰다.

이 후 이 위원장은 지난 11월 3일 비서실 사무원에게 해당 문서를 기안하게 한 후 김용직 상임위원의 중간 결재에 이어 '진실규명' 부분을 '진실규명 불능'으로 바꾼 수정보고서에 결재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30일 '진실규명'된 5건의 포항지역 미군폭격사건 중 3건이 11월 3일자로 '불능' 처리된 상태로 신청인 등에게 통지됐다. 진실위 전원위원회가 '진실규명'으로 의결한 지 4개월이나 지나 이영조 위원장이 '진실규명불능'으로 변경해 결재한 것이다.

"위원장 권한 넘어선 자의적 처리... 있을 수 없는 일 일어났다"

진실위 전원위원회의 의결사항은 법에 규정된 방식 외에는 진실위 전원위조차 임의로 '진실규명' 혹은 '불능'으로 바꿀 수 없다. 물론 조사보고서 내용상의 오탈자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바로잡거나 다듬는 정도의 윤문 등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도 위원회 의결 당시 위임받은 사항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왔을 뿐이다.

위원회 같은 회의 구조에서 결정한 것은 결정한 기관도 고칠 수 없고 다른 국가기관도 결정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그 효력을 다투지 않아야 한다는 불가변력, 불가쟁력의 원칙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고쳐야 할 때는 법원의 재판에 의해서만 결론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진실위 전원위원회는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표결이 이루어질 경우 당연히 위원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각각 1표씩만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1표의 의결권만 가지고 있는 이영조 위원장이 전원위 의결을 뒤엎고 '진실규명'된 희생사건을 '불능' 사건으로 변개한 것이다. 이는 마치 국회에서 본회의 '의결'로 동의한 사항을 다음 날 국회의장이 정부에 통보하기 위한 결재서류에서 임의로 '부결'로 바꾸어 보내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진실위 이기욱 비상임위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영조 위원장은 전원위 진행시 회의를 주재하는 사회자로서의 역할은 있지만 이미 의결된 사항을 자의적으로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포항지역 미군 폭격사건의 유계리 유족인 이영애씨는 "이영조 위원장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에 대하여 끝까지 투쟁하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며 분노했다. 포항미군폭격사건 유족들은 진실위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진실위는 23일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유족들의 이의신청을 다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진실위 홍보관실에 문의했지만 진실위측은 "따로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태그:#김성수, #이영조, #진실화해, #진실위, #전원위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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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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