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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돌격대 할 때는 언제고,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그래도 의원직까지 걸고 한미FTA는 날치기 안 하겠다는데…."

 

한나라당 내에서 터져나온 '날치기 거부' 선언을 놓고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원 사격을 하기엔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되고, 그렇다고 외면하자니 여당 내에서 어렵게 생긴 변화의 불씨를 꺼뜨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부겸, 정장선, 우제창 등 민주당 의원 8명은 17일 국회에서 긴급 모임을 열고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날 모임에서는 "한나라당 내에서 터져나온 자성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이 같은 움직임이 여당 변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6일 남경필, 김성식, 정태근, 홍정욱 의원 등 22명이 "앞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며 의원직까지 내건 것에 대해서도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나라당의 자성? 한미FTA 처리까지 봐야"

 

하지만 이들 여당 의원들이 날치기 책임 규명 회피와 함께 사태 원상 복구 노력에 소극적인 점을 들어 비판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반성에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날치기 예산안과 법안의 폐기 및 수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만큼 이들의 '날치기 거부' 결의가 본격 시험대에 오를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과 법안의 정상화가 전제 돼야 한다"며 "실제 한미FTA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끝까지 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론의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자정 결의에 쉽게 맞장구를 칠 경우 자칫 손학규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한겨울 한파 속 장외 투쟁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당 내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보를 날치기 후폭풍을 피해가려는 면피용 혹은 총선용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각도 강하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자성의 목소리를 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날치기에서 최전방 돌격대 역할을 맡았고, 이후에는 한나라당 지도부 면죄부 주기에도 앞장섰다"며 "이들의 자성론은 진심이 아니라 지역구에서 불리해진 표심을 의식한 위선"이라고 직언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도 "날치기에 앞장 섰을 때는 이런 후폭풍에 시달릴지 몰랐다가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으니까 반성하는 척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 중 대다수의 지역구가 수도권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원 사격 할까 말까...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때문에 이날 모임을 국회 폭력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공조 움직임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시각이 역력하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이 한나라당의 물리력에 일방적으로 당한 게 이번 날치기 사태의 본질"이라며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꿈쩍하지 않는데 민주당이 자성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도 "날치기 예산안과 법안에 대한 수정 및 폐기가 선행 돼야 국회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강경 모드다.

 

이에 따라 이들 8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주말 여론 수렴에 나서는 한편 오는 20일 다시 만나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이날 합의된 내용을 정리해 모임 차원의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성명서에는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과 예산안과 법안의 원상회복 요구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난 8일 날치기에 대한 책임 인정과 예산과 법안의 수정 및 폐기는 물론 한미FTA의 처리 과정까지 지켜본 후 여야 국회 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 보겠다는 게 이날 모임의 취지"라며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 동력을 죽이지도 않으면서 민주당의 장외 투쟁 열기를 식히지 않는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예산안 날치기, #날치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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