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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부터 심심해 하는 지호(만 4살)와 지윤(만 2살)이를 데리고 'Ontario Early Years Center'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아기로부터 만 6살까지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들 중에는 사전에 등록이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고, 간단하게 방문(Drop In)해서 2시간 정도 노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Drop In 프로그램 중에는 체육관에서 운동기구를 펼쳐놓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활동적인 프로그램도 있고, 장난감이나 색종이, 풀을 이용해서 나름대로 작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데리고 다니는 것이 조금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보다는 일단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유달리 추운 캐나다의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을 두껍게 챙겨입혀서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13일)에는 'Ontario Early Years Center'에서 '산타 방문'(Santa's Visit)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산타가 방문하고, 원하는 아이들을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는 딸들은 산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3일 전부터 엄청난 기대와 흥분으로 월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McNicoll에 있는 'Ontario Early Years Center'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와서 산타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번호표를 받고서 순서가 되면 산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함께 간 친구가 산타를 보더니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울기 시작하니까 이전까지 산타와 사진을 찍겠다던 우리 아이들도 겁을 먹고 산타에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이전의 많은 아이들이 산타를 무서워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산타를 무서워하네..."
"그러게... 그런데 산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초보인가봐..."

아내가 나에게 속삭였습니다. 물론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말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중인가봐. 그리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어쩔 수 없이 산타 역할을 맡은 것 같아..."
"얼굴에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

산타가 방문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면 갑자기 아이들을 산타와 대면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리 산타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방문해서 간단한 마술도 보여주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아이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어야 하는 데, 그런 사전 작업 없이 마치 옛날 어렸을 때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순서를 기다렸다가 산타와 사진만 달랑 찍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사진 찍기를 거부했던 것입니다. 즐겁고 신나야 하는 시간이 갑자기 담력훈련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기들이 예상했던 친근하고 자상한 산타의 이미지가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산타에게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산타가 가지고 있는 사탕과 과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간신히 벌벌 떨면서 산타에게 다가갔습니다. 결국 산타와 사진을 찍은 아이들은 산타에게서 받은 과자와 사탕을 산타와 사진을 찍지 못한 친구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산타와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마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담력훈련에 참가한 표정입니다.
▲ 산타와 사진 찍기 산타와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마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담력훈련에 참가한 표정입니다.
ⓒ 이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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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산타와 사진을 찍은 다음에 색종이를 오려붙여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면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함께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마무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담력훈련(?)이 끝난 후, 종이를 오려 붙이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에 열중인 아이들...
▲ 즐거운 놀이시간 담력훈련(?)이 끝난 후, 종이를 오려 붙이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에 열중인 아이들...
ⓒ 이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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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 마무리 시간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 이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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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은 다음에 아이들은 아주 힘든 담력훈련을 거친 아이들처럼 자신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산타와 사진을 찍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타, #담력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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