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춰놓고 미리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EPL 최고의 경기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경기장소는 올드 트레포드, 맨유의 홈구장. 새벽 4시 알람을 듣자마자 일어난 제가 스스로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 탓이겠죠.

 

아무래도 박지성 선수가 몸담고 있는 맨유이다 보니 국내언론들은 모두 맨유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한국 공식홈페이지 아스날코리아 운영자인 저로서는 아스날의 선두유지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축구팬인지라, 박지성 선수의 활약이 기대되기는 마찬가지였죠. 한편으로는 아스날이 강적을 만나 두렵기도 했습니다.

 

아스날은 이 경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선두자리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역시 아스날은 공수에 걸쳐서 부상여파를 맞았지만 스쿼드가 단단해진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에서나 챔피언스리그에서나 외줄타기하듯 선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나스리의 상승세가 상당한데, 이 때문에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 전에는 '맨유'의 박지성과 '아스날'의 나스리에 대한 비교분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espnsoccernet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espnsoccernet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 espnsoccernet.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아스날, 그리고 박지성의 골

 

장소가 올드트레포드인만큼 경기초반 맨유의 압박이 상당합니다. 사실 전반전 내내 두 팀 모두 추운 날씨 탓인지 패스미스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아스날은 No.1 골키퍼였던 알무니아를 부상으로 잃고, 그나마 주전입지를 굳히던 파비앙스키마저 다리부상으로 벤치를 지켰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시즌까지 No.4 골키퍼였던 90년생 190cm의 골키퍼 슈제츠니가 골문을 지켰습니다. 그럼에도 슈제츠니를 시험할 만한 위협적인 공격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스날은 맨유보다 더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고요.

 

이런 경기 분위기를 와장창 깨버린 것은 바로 박지성의 골. 경기 내내 클리쉬가 불안불안하다 했습니다. 나니의 드리블에 맥을 못 추더니, 패널티박스 우측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박지성이 감각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슈제츠니가 막을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볼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이 골로 맨유는 1-0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를 탈환했습니다. 게다가 한 경기를 덜 한 상태인데도요.

 

박지성, 너무 무서웠다

 

사실 팬으로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아무래도 애정이 섞이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경기서 아스날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맨유의 박지성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박지성을 마킹한 라이트백 사냐가 어느 정도 무난하게 경기를 끌어주었지만 박지성은 경기장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에브라와의 끈끈한 호흡을 보여주었고, 아스날이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려 할 때마다 패스를 끊어버리며 아스날의 흐름을 차단했습니다. 볼을 빼앗으려는 집념도 아스날 선수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전반 41분 골로 1-0 앞선상황, 이후 맨유는 수비가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역습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루니, 박지성, 나니를 제외하고는 무리해서 공격라인으로 올라오려고 하지 않았죠. 박지성은 볼을 잘 간수하며 맨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아스날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경기 스코어는 1-0으로 끝났지만 아스날의 총체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가 후반으로 진행되며 박지성의 선제골이 결승골로 확실시 될 즈음, 문득 '박지성이 아스날 선수였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공수에 있어서 모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항상 열심히 뛰는 선수. 

 

아스날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어쩌면 현재의 아스날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선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경기 전 벵거 감독이 이례적으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융베리와 같은 선수다'라며 칭찬을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경기를 예상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박지성 선수가 맨유소속이 아닌 아스날 소속이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http://sejin90.tistory.com/689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2010.12.14 11:0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http://sejin90.tistory.com/689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박지성 아스날 맨유 박지성 골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