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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2009년) 경남의 총 주택 수는 103만 2226호, 그중 아파트만 53만 8751호로 52.2%였다.…계획도시인 창원은 처음부터 '아파트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고 출발했다. 1995년 말 창원시의 총 주택 10만 3514호 중에서 70.6%인 7만3041호가 아파트였다. 11년 뒤인 2006년 말 창원에는 아파트가 10만 호에 육박하면서 점유율 73.4%를 나타냈다. 당시 아파트 점유율이 75.6%였던 양산시 다음으로….
- <아파트키드 득구> 중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보급률과 아파트 인구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지역들의 경우만 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는 이야기다. 아니 이 지역들뿐이랴.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는 주거지로서 얼마나 바람직할까?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화재, 남의 일이 아닙니다

 1일 오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경에도 연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오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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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키드 득구>(이일균 지음, 산지니 펴냄)는 좁은 땅에서 효율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이유로 88올림픽 이후 급속도로 보급됐으며, 재산 증식의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층 아파트, 그리하여 우리 국민의 절반이 당연한 듯이 살고 있는 대단지 고층아파트의 현실을 진단, 그 문제점들을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책이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소방 고가사다리가 도달할 수 없는 15층 이상에 사는 주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나름대로 탈출법과 응급처치법을 스스로 숙지하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죠."

지난 10월 1일 초고층 아파트인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한 소방관계자의 말이다.

 <아파트키드 득구>겉그림
 <아파트키드 득구>겉그림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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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소방관계자의 이 말을 접한 고향 친구가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의 단독주택의 시세를 알아봐 달라는 의외의 전화를 해왔다. 빌라에 살다가 '투자가치가 좋고 살기에도 편하다'는 이유로 5년 전 대단지 고층아파트 11층으로 이사 간 친구였다.

친구는 4층에서 번진 불길이 불과 이십 여 분 만에 38층 스위트룸을 거쳐 옥상까지 번졌다는 사실이 너무 공포스럽다고 했다. 때문에 처음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러자 '불이 나면 이 높은 곳에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나? 과연 대피할 수는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겪은 화재를 TV를 통해 본 이후 시작된 이런 불안은 날이 갈수록 더해져 이제는 일 때문에 남편이 집을 비우는 날이면 불안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정도란다.

이는 내 친구의 '오버한' 염려와 불안에 불과할까. 이미 몇 년 전에 고층 아파트가 주택 전체 50% 이상을 넘어 버린, 여전히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우리의 현실에 15층 높이에 사는 주민 스스로 화재 발생 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방관계자의 이와 같은 말은 쉽게 흘려들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사다리차는 차폭이 한 2미터 정도 되는데, 양쪽으로 1미터씩 더 확보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5~6층 정도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높은 고층에서는 옆 세대와 통하는 방호벽을 활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보통 합판으로 돼 있는데, 평소에 통로를 확보해 두어야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죠" (책속 진영소방서 한 소방관의 말)

발코니를 통한  옆 가구와의 대피경로는 문제다. 4층 아파트의 경우 이처럼 옆 가구와의 경량구조 경계 벽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입주민들이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수납공간으로 활용돼 물건이 쌓여있거나 수납가구, 에어컨 실외기 등이 설치되어 있어 비상시에 제구실을 할 수 없다. 물론, 발코니를 확장한 경우나 요즘 주상복합처럼 발코니 없이 건축되는 경우 아예 이 대피통로는 없다.
- 책에서

이제는 지었다 하면 15층 이상의 고층아파트인데, 현재의 사다리차들은 5~6층 정도까지만 쓸 수 있다? 그야말로 위험천만, 아찔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와 같은 위험천만 아찔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만난 우리의 초고층 아파트들은 주거지로서의 점수가 너무 낮아 보인다. 거기에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안일해 보인다.

아파트 안전인식, 당신은 몇 점입니까

화재 시 대피소 역할을 해야 할 옥상으로 진입할 수 없도록 문이 아예 잠겨 있거나 입구에 물건들이 쌓여 있는 경우는 아주 당연한 풍경이다. 법으로 규정했기에 아파트마다 '피난 방화시설'은 갖췄지만 입주민들의 인식부족과 관리소홀로 있으나 마나한 경우가 많다.

또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주차된 차량이나 얼키설키 얽혀있는 전선 때문에 인명을 구해야 할 소방사다리차가 진입할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단다. 2009년 6월 7일 새벽에 창원시 도계동 5층짜리 ㄷ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맨 위층인 5층에 살던 일가족 4명이 화재발생 추정 30분 만에 사망한 사건은 우리의 이런 현실을 잘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목격자들에 의하면 부인 이모씨가 안방 발코니 창문을 통해 5분 넘게 구조를 요청했는데도 소방 사다리차가 접근하지 않아 결국 뛰어내려 죽었다고 한다. 이후 구조가 미흡했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에 해당 소방서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결과, 전선 때문에 사다리차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음이 드러났다.

  일본의 '2방향 대피시스템'
두 곳(도쿄 추오구 쓰키시마지구 68㎡형 아파트와 44㎡형 아파트)은 발코니 쪽 대피시설이 완벽했다. 옆 세대와 통하는 발코니 벽은 물론, 우리에게는 낯선 피난계단이 돋보였다. 피난계단의 일본 발음은 '피낭하치'.

발코니 가운데에 맨홀 뚜껑을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금속관이 있었고, 도다씨가 힘을 들여 금속판을 들여 올렸더니 구멍사이로 아래층 발코니가 보였다. 그때 도다씨가 뭔가 눌렀더니 '촤아악'하면서 비상계단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이거, 뭔가 악용될 일은 없을까' 싶었다. 물었더니 도다씨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피난계단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지 40년이 넘은 지금까지요"
- 책에서

저자는 이처럼 아파트 혹은 고층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칫 인명피해를 부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화재대책 사례를 알려주고 있다. 또 안전대비책이 확실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사례를 자세히 알려줌으로써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의 문제점들을 지적, 마땅한 대비책을 고민하게 한다.

덧붙이자면, 화재발생시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나 에어컨 실외기 등으로 가려져 있어 제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경우 고층 건축물에는 '2방향 대피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있단다. 우리도 필요한 시스템 같아 소개한다(옆의 박스 기사 참고).

일본의 '2방향 대피시스템'은 발코니가 대피시설 역할을 톡톡하게 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의 아파트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거실을 확장하려고 돈을 들여 발코니를 없애 버리는 추세 아닌가. 게다가 요즘 주상복합은 애초 지을 때부터 발코니가 없지 않은가. 덧붙이자면,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와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화재점화속도를 실험했는데, 실험 결과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가 화재점화속도가 3배나 빨랐단다.

고층아파트의 문제는 화재 시 대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시시비비로 살인까지 부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일반 주택에 사는 아이들보다 아토피나 비염과 천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것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나무가 자라는 높이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높이

  저자 '이일균'은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같은 초고층 아파트 화재가 예견됐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뒤에 누구나 모르는 사실도 있다. 2007년 서울시립대 박철수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초고층 아파트 문제요? 그걸 누가 연구하려 하나요? 지금처럼 초고층 건축 추세와 이에 발맞추는 듯한 연구풍토 속에서…"

같은 해 일본 동해대 의대 오우사카 후미오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일본 언론은 광고주와의 관계 때문에 초고층 문제를 다루지 않죠. 정부는 답이 없고, 건축업자는 그나마 연구하려는 저의 집이나 학교로 협박전화를 하죠."

그때나 지금이나 초고층 아파트의 문제점이 연구되거나 소개되는 예는 드물다. 초고층 아파트의 화재대비 연구도 이로 인해 소홀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분야의 연구와 취재를 시작했고,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려 한다. 현재 <경남도민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 책표지 저자 프로필 참고

사실 화재와 관련 대책은 이 책의 10분의 1에 불과(227페이지 중 20페이지)하다. 저자 이일균은 고층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는 전형적인 아파트키드인 득구와 진구 형제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우리의 보편적인 주거지가 된 고층 아파트라는 환경과 직결 시켜 들려준다.

책은 또한 주거환경과 아파트 층수에 따른 외출 횟수, 유산율 및 출산율, 범죄와의 개연성, 아이들의 행동 및 성격장애, 자살률과 유형 등 우리들 생활과 직접 관련된, 눈에 띄는 실험과 자료들도 다양하게 제시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법한 그런 자료들 같다.

"나무가 자라는 높이 정도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높이죠."

오늘날 우리들이 당연하게 살고 있는 고층 아파트의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렇다면 사람이 살 수 있는 높이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이런 말이 눈에 띈다. '사람은 땅에서 멀어질수록 건강과도 멀어진다'는 말도.

현재 경남도민일보 기자인 저자는 오늘날 우리 국민 절반이 살고 있다는 아파트를 취재, 연구한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 아파트의 문제점들을 12장에 나눠 조목조목 들려준다. 이런 이 책이 가급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국민 절반이 당연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주거지 1순위인 아파트요, 이제까지 이처럼 쉽게 아파트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해주는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을 두는 만큼 문제점이 보이고, 아는 만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아파트키드 득구>|저자:이일균|출판사:산지니|출간일:2010.11.18|값:13000원



아파트키드 득구

이일균 지음, 산지니(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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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