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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경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위원장 표창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강재경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위원장 표창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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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경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펼쳐들고 있는 가운데, 현병철 위원장이 웃으며 상장을 펼쳐들고 있다.
 강재경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펼쳐들고 있는 가운데, 현병철 위원장이 웃으며 상장을 펼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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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10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단상 위에 올라선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었다.

이어 '인권위 표창장' 수상단체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의 차례가 오자, 강재경 인천장차연 집행위원장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현 위원장 앞에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단상 아래에서는 박길연 인천장차연 공동대표가 같은 내용의 펼침막을 들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300여 명이 참석한 기념식장이 술렁였다. 현 위원장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강재경 집행위원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강 위원장이 "인권 말살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사퇴하라, 우리는 이 상을 거부합니다"라고 외치자, 현 위원장은 난처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강 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결국 현 위원장은 '인권위 표창장' 시상을 하지 못한 채 서둘러 시상식을 마무리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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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건 상이 아니라 인권, '현병철 인권상' 거부 어렵지 않아"

소복을 입은 중증장애인들이 '근조 국가인권위원회' '근조 날치기 예산통과 한나라당' '근조 미친 이명박 정부' '근조 대한민국 인권'이 적힌 영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복을 입은 중증장애인들이 '근조 국가인권위원회' '근조 날치기 예산통과 한나라당' '근조 미친 이명박 정부' '근조 대한민국 인권'이 적힌 영정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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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62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현병철인권위원장사퇴촉구대책회의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근조 대한민국 복지'가 적힌 영정에 국회꽃을 놓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62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현병철인권위원장사퇴촉구대책회의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근조 대한민국 복지'가 적힌 영정에 국회꽃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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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나자, 목발을 짚은 강재경 집행위원장, 전동 휠체어를 탄 박길연 공동대표는 호텔 맞은편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으로 향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촉구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 등이 주최한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천장차연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인권상'을 거부한 수상자들이 함께했다.

박길연 공동대표는 "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현 위원장이 사퇴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며 "인권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시상식장에서 직접 수상거부 의사를 밝힌 이유를 전했다. 현 위원장 앞에서 들어 보였던 펼침막을 다시 꺼내 든 박 공동대표는 "이것이 저희가 오늘 받은 상"이라며 "현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인천장차연과 함께 '인권위 표창장' 수상자로 선정된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소모뚜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건 상이 아니라 인권이었기 때문에 인권상 거부가 어렵지 않았다"고 '수상거부 소감'을 밝혔다. "인권침해의 나라 버마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소모뚜 대표는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고 기뻤고 부러웠다, 그러나 인권위는 제가 기대했던 인권위가 아니었다"며 "그래서 상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논문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이경 활동가는 "우파기독교세력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인권위 앞에서 매일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데도 인권위는 침묵하고 있다, 인권위의 모습이 참혹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동성애자가 이 사회에서 기댈 수 있는 곳도,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권고할 수 있는 곳도 인권위 하나뿐"이라며 "그런데 현 위원장은 탄압받는 소수자의 인권을 철저히 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사망'을 상징하는 영정사진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사망'을 상징하는 영정사진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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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증장애인이 '인권무시 이명박, 인권무능 현병철'이 적힌 피켓을 휠체어에 붙이고 있다.
 한 중증장애인이 '인권무시 이명박, 인권무능 현병철'이 적힌 피켓을 휠체어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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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세이 부문 대상을 받은 김은총양의 수상 거부 기사를 본 후, 상을 받을지 말지를 놓고 갈등했다는 이상윤씨는 "내 검은 속마음보다 김은총양의 용기가 더 밝았다"며 다음과 같은 수상 거부 소감을 인권단체에 보내왔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씨는 성전환자와 관련된 논문으로 '인권논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로스쿨 동료들의 조언과 격려로 쓰여진 논문이다. 그들의 격려가 더 빛났다. 어두운 모텔방 한켠에서 홀로 호르몬을 주사할, 성전환자의 삶에 대한 희망이 내 검은 마음보다 더 눈부셨다. 그래서 나는 희망의 이름으로 수상을 거부한다. 이 빛들이 현 위원장의 퇴진과 국가인권위원위의 정상화를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한편, 지난 11월 15일 인권위가 위촉한 전문·자문·상담위원 61명이 동반 사퇴한 데 이어 이날도 인권위 위촉직 전문가 7인(조정위원 1인, 정보인권특별전문위원2인, 민간보조금사업심사위원1인, 외국인인권전문위원1인, 전문상담위원2인)이 추가로 사퇴의사를 밝혀 인권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현병철, #대한민국인권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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