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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바다표범Baby Seal 의 대표적인 모습. 이 사진은 레베카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아기 바다표범Baby Seal 의 대표적인 모습. 이 사진은 레베카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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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캐나다의 부빙을 떠다니는 바다표범의 머리를 몽둥이로 가격해 죽이는 사냥꾼들의 잔혹한 행위를 담은 영상이 전 세계에 배포됐다. 같은 해 <환경스페셜>(2005년 3월 15일 방송분)에서 중국모피농장의 잔인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모피산업에 대한 국내적 여론이 조금씩 제기됐다.

이후 국내 언론에 소개된 해외 동물단체의 모피반대 시위는 주로 '누드'로 진행됐다. 자극적인 영상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 효과도 있으나 누드 시위에는 나름대로 깊은 의미가 있다.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벗겠다"는 것이다.

모피 반대 캠페인은 동물실험 이슈처럼 서구사회에서는 매우 익숙한 이슈이다. 80년대 초 농가 부업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잠시 유행하기도 했으나 현재 생산비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모피생산농장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동물보호운동이 각 국내적 상황에 맞춰 발전하면서 생산농장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모피반대운동은 일회적 캠페인을 제외하고 정기적으로 체계화된 이슈로 전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모피산업이 생산에서 소비까지 국제적 무역시스템으로 움직이면서 모피반대운동의 국제연대활동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속한 동물자유연대는 HSI(Humane Society International)와 함께 바다표범 모피사냥 반대운동을 준비해 왔다. 2010년 11월 30일 베이징에서 시작돼 대만, 홍콩, 한국으로 이어진 국제연대 캠페인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바다표범 제품 소비 금지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지난 6일 HSI의 활동가 레베카 앨드워쓰씨가 방한했다. HSI는 이후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한국의 바다표범 제품 거래금지와 캐나다의 바다표범 사냥금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7일 레베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한의 목적과 향후 계획을 정리했다.

캐나다가 아시아서 바다표범 제품 공략하는 이유

캐나다에서 방한한 HSI의 활동가 레베카 앨드워쓰. 12월 8일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캐나다에서 방한한 HSI의 활동가 레베카 앨드워쓰. 12월 8일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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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SI에 대한 소개와 당신의 활동, 그리고 이번 방한 목적은?

"HS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동물단체로 나는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바다표범 사냥의 잔혹성에 대해 조사하고 반대하는 활동을 12년간 해왔다. 바다표범 사냥 반대운동은 지난 50여년간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미국은 1972년, 그리고 EU는 2009년에 상업적 바다표범 제품 거래를 금지 시켰다. 캐나다의 주요 무역상대국인 미국과 EU가 거래국에서 제외되자 캐나다 정부는 바다표범 무역의 초점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리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동물복지 의식이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나는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지난 몇 년간 동물복지 의식이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현재 바다표범 오일의 최고 소비국이다.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면 캐나다의 모피산업은 붕괴할 것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은 당연히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나는 사전에 몇몇 정치가와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를 캐나다의 산업문제로 생각하고 이 이슈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외교적 간섭이라고 판단하는 여론이 많다.
"중요한 것은 바다표범 사냥이 캐나다의 모피사냥꾼의 생업을 이어가는 중요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사냥이 많이 이루어지는 뉴펀들랜드 지역에서 사냥으로 이루어지는 수입은 지역경제의 1% 미만이며 대부분의 사냥꾼이 사냥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연간수입의 5% 미만이다. 나머지의 수입은 일반 어업을 통해 벌어들인다.

그럼에도 어린 새끼 바다표범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고 이들 산업체의 로비를 통해 캐나다 정부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사냥사업 보조금으로 이용하고 있다. 2001년 캐나다의 비즈니스환경연구소(CIBE)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1년 7년간 바다표범 사냥에 대한 정부보조금으로 2000만 달러 이상이 제공됐다. 문제는 대다수의 캐나다 국민들이 바다표범 사냥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환경관리학 리서치(Environics Research)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70%가 상업적 바다표범 사냥에 반대하고 있다.

캐나다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이다. 그러나 미국은 1972년에 이미 상업적 바다표범 사냥에 의한 제품거래를 금지시켰고 EU는 2009년에 이 성과를 이루었다. 중요한 것은 각 나라가 보여주는 의지다. 캐나다는 이 조치에 대해 보복하지 않았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원칙에 어긋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정부는 동물복지적 원칙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소비가 없어지면 생산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이 제품에 대한 소비가 없기 때문에 시장은 외국으로의 무역으로 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남은 무역 타깃은 아시아다. 이것이 우리가 아시아 지역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태어난지 12일 된 새끼 바다표범, 몽둥이로 내리쳐

바다표범 사냥의 대표적인 방법 몽둥이로 가격하고 현장에서 가죽을 벗기거나 갈고리로 끌어 배로 이동시킨다.
 바다표범 사냥의 대표적인 방법 몽둥이로 가격하고 현장에서 가죽을 벗기거나 갈고리로 끌어 배로 이동시킨다.
ⓒ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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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표범 사냥의 잔인성에 대해 한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당신이 현장에서 본 것을 생생하게 전달해 달라.

"내가 현장에서 본 사냥꾼들은 어릴 적부터 그 일을 해왔기 때문에 바다표범이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었다. 태어난 지 12일부터 3개월까지의 새끼들이 주요 사냥 대상이다. 이들은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수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상태다. 사냥꾼들이 이들을 주로 사냥하는 이유는 이들의 모피가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캐나다의 수산해양성은 백만 마리 이상의 바다표범 사냥을 허용했고 그들 중 97%는 3개월 미만의 새끼들이다. 사냥꾼들은 야생 상태의 바다표범의 머리를 몽둥이로 가격하거나 총으로 쏜다. 그러나 고정되어 있지 않은 동물을 가격하는 것으로 의식을 단번에 잃게 만들 수 없다. 나는 사냥꾼의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며 수시간 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다표범을 많이 봤다. 사냥꾼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 바다표범을 갈고리로 찔러 얼음 위로 질질 끈 후 배로 이동 시킨다. 나는 상처 입은 새끼가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거리며 도륙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 잔인한 사냥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많이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7년 우리는 수의사 동물학 전문가들과 상업적 사냥을 조사했다. 바다표범 사냥꾼들은 최소한의 규정조차 위반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하지만 캐나다 당국이 넓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를 일일이 모니터하지 못해 동물들이 부상 당한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 수의사 조사위원회가 빙판 위에 방치된 바다표범 사체들을 검사했는데 조사대상의 42%가 가죽을 벗기는 순간 무의식이었다는 두개골 부상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이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가죽을 벗긴다는 과학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다."

가죽을 벗겨낸 후 사체는 그대로 버려진다 사냥철이 되면 이런 시체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가죽을 벗겨낸 후 사체는 그대로 버려진다 사냥철이 되면 이런 시체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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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표범의 숫자가 폭발하고 있으며 대구어장을 지키기 위해 사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브리스톨 대학의 스테판 해리스(stephan harris)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바다표범에 대한 캐나다 관리양식은 바다표범의 개체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살육 수준이 1950년대와 60년대 과도한 사냥으로 인해 바다표범의 개체수가 3분의 2로 줄어든 상황과 비슷하다고 결론내렸다. 지금의 부실한 정부관리 시스템으로는 위협을 느끼는 순간 너무 늦어질 수 있다. 북대서양 대구어장의 붕괴는 인류 역사 최대의 자원관리 재난이라고 불리고 있다. 대중의 문제제기 이후 1990년대 수산업 운영자들은 희생양을 찾았다. 그것이 바다표범이다. 바다표범의 포식 때문에 대구어장이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캐나다 수산해양부의 과학자 랜슨 마이어스(Ranson Myers)는 대구어장의 붕괴는 남획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1960년 이후 발전한 수산업 기술은 한 시간에 200톤에 이르는 어획을 가능하게 했고 대구어획은 1968년 80만톤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의 주장을 정부가 끊임없이 무시해 왔다는 것이다. 수산해양성 소속의 과학자들이 대구어장 붕괴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을 때 그들은 생업의 위협을 받기도 했으며 심지어 그들의 연구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무시 당했다. 1995년 로렌스(Lawrence) 해저 연안에 대한 어족 상태 보고서(Stock Status Report on Gulf of St Lawrence groundfish)에서도 그들의 연구보고서는 의도적으로 제외됐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995년 해산포유류 생물학 컨퍼런스(Biennial Conference on the Biology of Marine Mammals)에서 15개국 97명의 과학자들은 "캐나다의 해외어족에 대한 바다표범의 약탈을 증명하려는 노력은 어떠한 영향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남획만이 어족 붕괴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보존 문제로 남아 있다"는 내용의 청원을 낸 바 있다."

'정력강화' 바다표범 건강식품, 학살의 결과물

2009년 모피반대 거리캠페인에서. 모피관련 시위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2009년 모피반대 거리캠페인에서. 모피관련 시위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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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피산업의 이면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진리는 동물을 사냥해 먹거나 모피를 이용해 생존해야 하는 절실함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이 바다표범 오일의 최대 소비국이라는 사실은 이 산업이 생존의 필요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비과학적 미신 그리고 산업을 통한 이윤이라는 탐욕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바다표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시아 지역으로 국한되면서 현지 사냥꾼들 중 일부는 산업의 발전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동물보호활동가와 경제학자들은 상업적 사냥을 연방정부가 인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냥꾼들에게 대안경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냥꾼들의 50% 정도는 이 프로그램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소비가 없어진다면 그들이 가진 환상도 사라질 것이다. 제품을 팔 시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메일함에 들어오는 스팸메일에 유독 캐나다산 건강 제품 선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것들 대부분은 남성의 성기능과 정력 강화 등의 선전과 관련되어 있다. 건강제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야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몽둥이에 맞아 죽으며 장기간 고통에 몸부림치다 살아있는 채로 껍질이 벗겨져 죽어가는 어린 생명과 맞바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상업적 바다표범 사냥에 반대하는 것은 과도하고 감정적인 동물애호 행동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과학적인 판단과 양심있는 행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면 이 살육은 멈추는 것이 당연하다. 그 열쇠가 우리의 손에 있다. 우리가 소비를 멈추면 사냥은 중단된다. 그리고 사냥에서 얻는 이익을 포기하는 사냥꾼들에 대한 대안 역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살육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가 그 안에 숨어있다.


태그:#캐나다 바다표범사냥, #동물학대, #HSI,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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