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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6학년 공부에 필요한 책과 교사 지도자료입니다. 사회책과 사회과탐구는 올해 6학년들이 마지막으로 배운 7차 교과서로 다 역사내용입니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역사가 5학년으로 내려가서, 내년에 특별히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사회만 7차 교과서로 배우게 됩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교사들을 위한 지도자료입니다.
 내년도 6학년 공부에 필요한 책과 교사 지도자료입니다. 사회책과 사회과탐구는 올해 6학년들이 마지막으로 배운 7차 교과서로 다 역사내용입니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역사가 5학년으로 내려가서, 내년에 특별히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사회만 7차 교과서로 배우게 됩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교사들을 위한 지도자료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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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3, 4학년은 2007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교과서로 공부했다. 내년에 5, 6학년이 새로운 교과서를 쓰게 되면, 이제 초등학교 전체가 2007 개정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1, 2학년에 2009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긴 하겠지만, 운영 방법에서 변화가 약간 있을 뿐 교과서 내용은 그대로다. 

그런데 내년도 6학년 학생들이 2007 개정교과서로만 배우게 될 경우 심각한 학습 결손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2007 개정교육과정을 만들 때 역사 영역이 6학년 1학기에서 5학년으로 내려가 버린 것처럼, 학년간에 오고 간 것이 많아 못 배우는 내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완전히 없어진 내용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다. 문제는 그 내용이 5학년 학습 내용으로 내려가 있어, 그걸 배우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리면 6학년이나 중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배우게 되어 있고, 학문적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중 수학은 미리 5학년 때 배우게 했지만 이마저도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공부할 책(보충교재)은 주지 않았다.(관련기사 :이주호장관은 왜 우리 학교에만 책을 준다고 했을까) 교과서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교과부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5학년은 1년, 6학년은 32시간만에 뚝딱? 극과 극이네

먼저 사회과의 역사 결손을 해결하기 위해 교과부는 올 여름에 교사용 특별지도자료를 보급했다. 내년도 6학년에게는 2007 개정교과서에다 7차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역사 포함)까지 추가로 준다고 한다. 6학년 학생들은 1학기 사회 시간에만 3권의 책(7차 사회, 2007개정 사회, 사회과탐구(보조교과서))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교과부에서 교사용 지도자료에 제시한 내년도 6학년 1학기 사회 재구성안입니다. 새 교과서로 배우는 시간은 불과 12시간에 불과해서 책이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대신 7차 교과서로 역사를 32시간만에 뚝딱 배워야 해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예정입니다. 이에 비해 내년 5학년은 역사내용을 1년간 쭉 배우게 됩니다.
 교과부에서 교사용 지도자료에 제시한 내년도 6학년 1학기 사회 재구성안입니다. 새 교과서로 배우는 시간은 불과 12시간에 불과해서 책이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대신 7차 교과서로 역사를 32시간만에 뚝딱 배워야 해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예정입니다. 이에 비해 내년 5학년은 역사내용을 1년간 쭉 배우게 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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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과부가 만든 사회교육과정(위 표 참조)을 보니 역사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원래 7차 교과서에는 51시간 배우던 역사를 32시간에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일반사회나 지리 영역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국토와 녹색성장' 등 일반 사회 내용은 이미 5학년 때 배웠다. 중복되는 것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새로운 내용이 추가돼 어쩔 수 없단다. 이러한 혼란도 교과부가 실험본 교과서를 공개하지 않아 미처 알지 못한 내용이었다.(관련기사 : 실험본 교과서는 국가기밀?) 교육과정만 봐서는 큰 차이를 못 느꼈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처럼 1학기 내내 역사만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7개정교과서 5학년 사회 실험본 중 일부입니다. 내년 6학년은 32시간만에 7차 교과서로 역사내용을 배우고, 사회과탐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5학년은 새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데, 1학기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까지, 2학기에는 조선시대-현대사까지 배웁니다. 같은 역사교육인데 5, 6학년이 시간과 내용수준에서 극과 극이 될 것 같습니다
 2007개정교과서 5학년 사회 실험본 중 일부입니다. 내년 6학년은 32시간만에 7차 교과서로 역사내용을 배우고, 사회과탐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5학년은 새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데, 1학기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까지, 2학기에는 조선시대-현대사까지 배웁니다. 같은 역사교육인데 5, 6학년이 시간과 내용수준에서 극과 극이 될 것 같습니다
ⓒ 김천동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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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안은 문제가 많다. 6학년 역사 시간은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인데 수업양이 너무 많아 항상 진도에 쫓겼다. 아이들은 선사시대를 가장 흥미로워 하는데 시간상으로는 긴 '뗀석기', '간석기' 시대를 1~2시간에 뛰어넘는다. 우리나라 역사가 반만년이니 이해는커녕 사실을 그냥 훑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작 32시간이라니? 반면 내년 5학년은 같은 역사를 1년간 배우니 비교해도 문제가 많다.

교과부 담당자(교육과정기획과)도 이런 문제 때문에 재량활동 시간에 16시간을 확보해 가르치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 조만간 시도교육청 회의를 통해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수 늘어난 영어, 누가 가르치나?

영어에서도 학습 결손이 많다. MB 정부의 영어몰입정책으로 내년부터 5, 6학년 영어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2008년 개정 교과서에서는 이전 7차와 비교했을 때 학습 수준이 높아져 내용 결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년도 6학년은 102시간(3~5학년 전체 각각 1시간씩)의 수업활동 결손을 감수해야 한다.

교과부 담당자(글로벌 창의인재 육성과)는 이를 위해 6시간 분량의 보정자료를 만들어 최종 정리중이라고 하였다. 담당자는 새 교과서가 지금보다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고 철저히 준비해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누가 이걸 가르칠 것인가? 수업시간이 늘었으면 교사도 더 뽑아야 하는데, 교과부는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따라 정규교사가 아니라 영어회화 전담강사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시골 지역에서는 강사조차 오지 않으니 교사들의 수업부담만 늘었다. 가뜩이나 많은 수업을 더 늘려 놓은 것이다. 내년에도 이렇게 간다면 영어교육의 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복, 누락, 중복, 누락... 완전 누더기네

과학은 5학년에서 배운 내용이 많이 보이는 데다가 우리 몸에 대한 내용이 5학년 교과과정으로 내려가서 못 배울 것 같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과 성교육도 하고 자기 몸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는 시간인데 말이다. 나중에 교과서를 보고 찾아보면 더 찾아질지 모르겠다.

교과부 담당자(창의인재육성과)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보충자료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수학 보충 학습내용도 교과부에서 학생교재도 주지 않고 모른 체하기 때문에 6학년에서 관련 단원에서 다시 확인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11월 실과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주머니입니다. 내년도 새 6학년 실과교과서에도 또 바느질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자기 물건을 만드는 것을 즐거워하고 심화된 작품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건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실과시간 아니면 하기 힘든 목공작품을 못한는 건 아쉽습니다.
 11월 실과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주머니입니다. 내년도 새 6학년 실과교과서에도 또 바느질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자기 물건을 만드는 것을 즐거워하고 심화된 작품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건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실과시간 아니면 하기 힘든 목공작품을 못한는 건 아쉽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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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교과는 어떨까? 예체능은 내년부터 학교가 채택한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교과서를 선정하라고 보내준 교과서가 학교에 있어 내용을 보았다. 이 중 실과를 비교해보니 역시 5학년 내용이 많이 올라가 중복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목공은 내려갔다. 다른 교과도 찾아보면 이런 문제가 발견될 것이다. 교과별로 보면 중복되고 누락되는 것이 더 많아진다. 새로 받는 교과서가 별로  쓸모가 없을 지경이니 누더기교육과정이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부서별로 내려 보낸다? 그건 6학년을 포기한다는 뜻

대체 내년 6학년은 어떤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명목상으로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지만 실제로는 7차교육과정과 2007개정교육과정을 조합해서 가르쳐야 한다. 교과부에 이런 내용을 종합하는 부서가 어디인지 물어보았지만 부서별로 진행한다고 한다. 사회 내용 하나 파악하는 데에도 교과서기획과에 전화했다가 교육과정기획과로 하라고 했다. 교과별로 다 알아보려면 10군데는 해야 하는 걸까?

1학기 때 통화했던 초등 담당자는 또 바뀌었다. 사실 전화해봐도 부서별로 준비한다는 말 외에 뽀족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과연 교과부가 부서별로 내용을 내려 보내면 6학년 담임교사들이 알아서 할 수 있을까? 이건 교과부가 내년도 6학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여러 교과를 가르치고 생활지도도 해야 한다. 대부분 2월 말에 담임 배정을 맡게 되는데, 6학년을 계속하던 교사조차 새로 바뀐 교과서 내용을 파악하고 거기에 중복되는 것, 비는 것을 자료 챙겨가며 가르치는 건 쉽지 않다. 3월은 수업보다 각종 학년초 행정업무로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창의인성교육을 하라고 벌써부터 시끄러워서 교사 잡무만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1~4학년이 배우는 내용을 보면 과연 내년도 5, 6학년 교과서는 얼마나 어려울까 우려도 된다. 6학년은 졸업학년이라 다른 학년보다 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치밀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전국의 학교에서 "아님 말고" 식의 무책임한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학교나 교사 차원으로는 상황파악이나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재량활동시간에도 교과수업만?

교과부에서 만든 창의적 체험활동 체험자원지도입니다. 내년부터 재량활동시간 등을 이용해 체험활동을 많이 하라고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내년 6학년은 교과시간에 재량활동 시간 확보조차 어려울 지경입니다.
 교과부에서 만든 창의적 체험활동 체험자원지도입니다. 내년부터 재량활동시간 등을 이용해 체험활동을 많이 하라고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내년 6학년은 교과시간에 재량활동 시간 확보조차 어려울 지경입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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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사회는 재량활동 시간에 보충을 했으면 하고 나머지 교과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재량활동 시간에도 정보화교육, 보건교육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고, 학교나 학년에 따라 특색 있는 내용을 해야 한다.

교과부는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합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라고 한다. 아무리 교과내용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이 체험활동이나 다양한 교육을 못 받고 보충만 할 수는 없다.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도 무리다. 내년에는 영어 때문에 이미 수업시간이 1시간씩 늘어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기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업시간 확보도 어렵지만, 평가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가르친 것을 평가해야 하는데, 사회의 경우 7차와 2007교육과정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인가?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교과부가 지금이라도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내년도 6학년에게 맞는 특별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려보내는 것만이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이다. 아울러 6학년 아이들이 진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즉 어디까지 2007 개정교과서로 가르치고 어떤 것은 교과서에 없어 7차 교과서를 재활용하거나 보충 자료를 만들어서라도 공부해야 할지 기준도 제시되어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 이행기 정책이지만 아이들에겐 그냥 6학년 과정일 뿐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이렇게 구멍난 교육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무척 화나는 일이다. 교사나 학부모로선 아이들에게 이런 피해를 주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교과부는 아이들 입장에서 문제가 없도록 최상의 교육을 준비해줄 의무가 있다.  

교과부, 일제고사 예산으로 6학년 특별 대책 수립해야

이런 대책도 일제고사가 눈앞에 다가오면 여지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교과부는 작년보다 기초학력미달자가 50%나 줄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올해는 일제고사 결과를 가지고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미달 비율을  학교별로 공시했다. 그래서 전국에서 보충수업과 문제풀이 수업이 시행되고 일부 지역은 월말고사까지 생겨났다. 시험지는 무한대로 복사하고 문제집도 사주지만 공부에 필요한 준비물비는 아껴서 쓰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새 6학년 데리고 공부시켜 얼마나 올랐는지 향상도를 공시하게 되어있다. 교육과정은 완전 누더기가 되었는데 1학기 진도는 어디까지로 정할 것이며, 기초 학력은 어떤 기준으로 세울 것인가? 게다가 시험점수 높이기에 올인하면 내년 6학년 교육은 완전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대체 이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내년도 일제고사 예산으로 차라리 내년도 6학년 아이들 정상수업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5억이 없어서 보충교재를 못만든다고 하니 일제고사 예산이라도 돌려서 아이들 수업은 받게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년에는 전 학년이 2007개정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6학년은 특별한 사정으로 교과서, 보충교재가 뒤섞인 수업을 받게 되었다. 교육과정이 숱하게 바뀌었지만 이렇게 교육내용이 학년간에 많이 오가고 교과부 준비도 부실한 경우는 처음이다. 교사들은 내년도 6학년이 될 아이들(현재 5학년)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또 교과서가 바뀐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작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고시하고 지금은 교과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은 누가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알 수도 없다. 교육과정이 자주 빨리 바뀌니 교사들은 이제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것만은 제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바램이다.


태그:#2007개정교육과정, #6학년 교육과정, #역사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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