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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동안, 아니 정확하게는 열 하루 동안 휴대전화를 한 통화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앞서 제가 포스팅한 글을 읽어보신 독자분들은 이미 짐작하고 계실겁니다. (2010/11/20 - 어차피 200분은 공짜라고 마구쓴 것이 화근) 아이폰, i-라이트 요금제를 이용하는 제가 19일만에 무료통화 200분을 모두 다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을 구입하기 전에는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이 3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음성 통화량이 많지 않으니 아이폰을 구입 한 후 첫 달, 둘째 달에는 200분 무료 통화 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꽤 많이 남더군요. 그래서 셋째 달부터는 음성통화 시간을 마구 늘렸습니다.

차를 운전하며 가는 동안에 친구, 친척들에게 안부전화도 하고, 사무실에서도 일반전화보다 전화 걸기가 더 편한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통화를 하였습니다. 어차피 200분은 공짜라는 생각 때문에 통화 요금이 비싼 휴대전화를 마구 사용한 것이지요.

그랬더니, 왼쪽 사진처럼 딱 19일 만에 무료통화 200분을 모두 사용한 것입니다. 습관이 바뀌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가 빚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19일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휴대전화로 전화걸기를 중단하였습니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전화를 걸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저를 상대로 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결과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과는 퍼펙트합니다. 11일 동안 휴대전화로 단 한 통화도 전화를 걸지 않고 지냈는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11월 19일과 30일의 총사용시간 조회 결과
 11월 19일과 30일의 총사용시간 조회 결과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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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인터넷 전화, 집 전화로 11일 동안 버티기

왼쪽 사진은 11월 1일부터 19일까지 사용 내역이고, 오른쪽 사진은 월말인 30일까지 사용내역입니다. 무선인터넷은 257.5MB에서 434.4MB까지 늘어났습니다. 문자메시지는 85건에서 166건으로 늘어났구요. 음성통화는 200분에서 멈춰있습니다.

위의 사용내역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신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연락해야 할 일들은 짧은 내용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긴 내용은 사무실이나 집전화를 이용하였습니다. 11일 동안 휴대전화를 걸지 않고 살아보니 정말 손에 전화기가 없으면 안 될 만큼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일은 없더군요.

제가 다니는 곳마다 대부분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전화로 필요한 용무를 다 마칠 수 있었구요. 열 하루 중에 딱 한 번 아들 휴대전화를 빌려서 짧게 통화 한 적이 있습니다. 아들 전화기를 빌려서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지니 기다려 달라는 전화를 하였지요. 통화 시간은 1분도 안 걸렸을 겁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느냐구요?

단순히 추가로 부담하는 통화요금이 아까워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11일 동안 휴대전화 걸기를 중단한 진짜 이유는 무료통화 시간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의 음성통화 시간을 늘여 추가 요금을 발생시키려는 통신회사의 상술에 놀아나기 싫어서였습니다.

200분 무료통화를 다 사용하고 추가로 통화요금을 발생시키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기 때문에 명색이 소비자운동 하는 사람으로서 200분 무료 통화 이상은 절대로 더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답니다.

11월 19일과 30일의 음성통화 초과 요금
 11월 19일과 30일의 음성통화 초과 요금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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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말 단 한 통화도 안 걸었을까요? 정말 딱 한 통화도 안 걸었습니다.

11월 19일에 무료 음성 통화 200분을 모두 사용하였다는 것을 처음 확인하였을때 540원 초과 통화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30일에 확인하였을 때는 684원 초과 통화가 발생하였구요. 144원의 차액은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의 터치를 잘못눌러서 음성통화 신호에 몇 번 연결되었기 때문에 생긴 차액입니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만든 극단적인 변화

작은 습관의 변화가 참 극단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월 200분은 공짜라는 생각으로 음성통화 시간을 늘였을 때는 겨우 19일 만에 무료통화 200분을 몽땅 사용했었는데, 나머지 11일 동안은 휴대전화 음성통화를 완전히 중단하였더니 단 한 통화도 걸지 않고 지낼 수도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액제 요금을 사용하는 청소년들 중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중독'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공짜 통화'의 습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월말에 그냥 남아 있는 무료 통화 시간이 아까워 음성통화 시간을 늘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제가 겪은 이런 헤프닝을 개선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무선인터넷 데이타는 328.4MB가 자동으로 12월로 이월됩니다. 그런데, 남은 문자메시자129건은 그냥 사라집니다. 만약 음성 통화시간이 남아있었다면 마찬가지였겠지요.

아이폰 요금제의 경우 무선인터넷 데이타 사용량은 월말에 남은 용량을 이월시켜주는데,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이월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소비자 운동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음성통화, #전화, #휴대폰, #아이폰, #무료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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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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