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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회의가 끝났다. 회담이 끝났다는 것은 G20 대응 민중행동의 활동도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서울 활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G20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의제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다. 

포스터
▲ 국제민중행동 포스터 포스터
ⓒ 김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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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민의 직접적인 배경은 G20 대응 여성행동의 기자회견문 때문이다. G20 대응 여성행동은 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11월 8일 '글로벌 금융위기와 성장 중심 개발 담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제발표와 영역별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10일 발표된 성명서에는 △고용복지 △빈곤개발 △농업 △평화인권 △성인지적 협력체계 등 5대 핵심영역별 여성들의 요구를 담았다. 이 요구는 그날 폐막식에서 발표된 민중행동의 '서울선언문'에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울선언문에 포함된 다른 영역과 비교해서 여성영역만이 G20에 대하여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영역들은 그들의 요구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G20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여성영역은 G20 내에 여성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즉 G20대응 여성행동은 10일 성명을 통하여 성평등 이슈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의 금융위기 대응정책 및 성장 중심 개발 논의"에 반대하며, "빈곤과 차별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논의"를 할 것을 G20 정상회의에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면서 성인지적 협력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 협력체계는 다름 아닌 "G20 의제에 성평등 이슈의 통합을 이끌어 내고 중장기 이행 전략 마련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를 위한 '성평등 실무그룹' 설치와 "금융위기 과정에서 특별히 위험에 노출된 계층과 피해의 정도 및 패턴을 분석하고 그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사․연구 및 대안적 시스템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발간된 여성신문에서는 여러 저명한 여성인사의 인터뷰를 통해서 G20에 '고위급 여성위' 설치를 요구했다. 고위급 여성위 설치의 취지는 여성행동의 기자회견문 취지와 동일하다. 이러한 요구는 적극적 참가를 통하여 G20 내부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의제의 성인지적 통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여성운동계는 다른 운동계와 달리 G20에 자리를 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나아가 G20 반대 공동행동이 아니라 G20 대응 공동행동일까? 문제는 우리가 G20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입장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국제질서를 조정하는 기구로서 대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

G20이 여성의 빈곤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G20은 빈곤의 여성화를 만든 신자유주의의 주역 G7이 자의적으로 구성한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회의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G20 회의는 G20 중에서 소수의 국가만이 주역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가 그 주역이다. 한국은 국가 이미지, 국격을 높인다는 허황된 의식에 사로잡혀 주역들의 회담에 잔치상을 마련해주고 들러리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이러한 판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비판적 지지도 개혁적인 사고도 아니다. 오히려 G20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 국가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UN 등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기구에서 국제경제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 성평등적 관점을 높이는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G20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냐, 그들의 결정이 갖는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G20은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5차에 걸친 회담에서 증명하였다.

여성행동의 이러한 요구는 사실상 여성운동 활동가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요구를 통해서 찾고자 하는 성과는 무엇일까. 여성운동계가 과도한 국가 또는 제도권 프레임워크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된다. 내년 파리G20 민중행동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G20과 여성에 대한 의제는 떠오를 것이다. 그때 우리는 어떤 요구와 행동으로 G20을 맞이할 것인가.


태그:#G20, #국제민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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