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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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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L씨는 일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간판에 금연석이 따로 지정되어 있다고 쓰여 있어서 찾은 카페였는데, 흡연석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금연석으로 담배 연기가 넘어왔다. L씨는 담배 냄새에 기분이 불쾌해지고 급기야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일찍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금연운동연합회가 지난 200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연석과 흡연석이 나뉘어져 있는 음식점이나 PC방이어도 그 구분의 실제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PC방 중 같은 층에 금연석과 흡연석 자리를 구분해 놓은 곳의 미세먼지 농도는 금연석이 120㎍/㎥, 흡연석이 130㎍/㎥을 기록해 별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1층은 흡연을 허용하고 2층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카페의 미세먼지 농도도 위·아래층이 큰 차이 없이 모두 오염 기준치 35㎍/㎥를 초과했다.

이는 관련 법 조항이 실제적인 공기 오염도를 고려하지 않고 칸막이 또는 차단벽의 설치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7조(금연구역의 지정기준 및 방법)를 살펴보자.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7조(금연구역의 지정기준 및 방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7조(금연구역의 지정기준 및 방법)
ⓒ 서울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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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면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을 제외한 음식점 및 찻집은 가게의 넓이가 150㎡(약 45평)가 넘을 경우에 영업장의 1/2이상에 금연석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완전히 분리하는 칸막이 또는 차단벽을 설치'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흡연석을 드나드는 한 담배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흡연 소비자들이 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음식점이나 PC방에서 담배 연기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식당과 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바꾸자

그렇다면 별 소용이 없는 이 법 조항을 어떻게 개정해야 실질적으로 비흡연 소비자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까? 최근 정부는 대기오염 물질 중 '초미세먼지'에 대한 허용 기준을 신설한 바 있는데, 금연구역의 허용 가능 오염 기준치도 이렇듯 명확하게 정해 그 이하로 유지하도록 정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담배 연기와 관련해서는 '허용 가능' 기준치가 있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극소량일 경우에는 인체에 별 해가 되지 않는 초미세먼지와는 달리, 담배 연기는 극소량이라도 마시게 되면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즉,  담배 연기와 관련해서는 '타협'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오직 담배 연기를 마시거나, 마시지 않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PC방과 150㎡가 넘는 음식점 및 찻집(단란주점 및 유흥주점을 제외)에서 담배 연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이 공간들을 전면적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보건복지부령 제7조를 개정해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이미 미국의 29개주, 호주, 홍콩, 아일랜드, 이탈리아, 싱가포르, 영국, 스페인, 그리스 등은 식당에서의 흡연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식당에서의 전면적 금연이 소비자에게 주는 건강상의 효용은 미국 캔자스대학 데이비드 마이어스 교수 팀의 연구에 잘 나타나 있다. 그에 따르면 식당 안 전면 금연 뒤 심장마비가 26% 줄었으며, 특히 간접흡연 피해자인 여성과 젊은이에게서 이런 효과가 컸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전면적 흡연 금지는 그로 인해 흡연자들의 자유가 제한되고, 사업자들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혹자는 흡연 소비자와 사업자도 있는데 왜 비흡연 소비자만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지,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흡연 소비자의 편을 드는 것은 음식점이나 PC방이 개인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8항에 의하면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가 있다. 즉, 음식점이나 PC방은 법 조항상의 '소비생활 환경'에 해당하며, 소비자들은 담배 연기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거나 불쾌해지지 않는 음식점이나 PC방에서 소비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편, 그와 동시에 흡연 소비자들에게도 담배를 피우며 소비를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흡연권은 어디까지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만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소비자들에게 간접흡연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상 위험을 안겨주면서까지 식당과 PC방에서 흡연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2004년에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하는 것이지만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며 이로 인해서 흡연권을 제한하는 일이 있더라도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을 전면금연제

마지막으로 음식점이나 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임을 말해두고 싶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초기에는 담배를 피우지 못함으로 인해서 흡연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음식점이나 PC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결국 본래의 소비수준을 회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잠시 흡연 소비자들의 소비가 주춤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담배 연기가 싫어 음식점이나 PC방을 찾지 않았던 잠재적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기 시작함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늘 수 있다.

실제로 미국국립음식점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대부분의 주에서는 식당에서의 전면적 금연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음에도 경영상태가 좋아지거나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식당에서의 전면 금연이 시행된 뒤 오히려 일반 음식점의 매출이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전면 금연 공간'을 내세운 한 PC방은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살아남아, 완전 금연 PC방도 얼마든지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다소 의외인 것은 흡연 고객들도 단골이 많다는 사실인데, 그들에게 금연 PC방을 찾는 이유를 물어보면 본인들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PC방에 거부감이 들고 담배를 덜 피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PC방과 음식점에서의 전면적 흡연금지가 아주 비현실적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 YWCA 대학생소비자기자단 2기 미미시스터즈(이채현, 나수영, 곽소망)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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