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 방가!> 포스터

<방가? 방가!> 포스터 ⓒ 상상역엔터테인먼트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장르입니다. 코미디가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문화사회와 청년실업의 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 <방가?방가!>가 1백만에 가까운 관객몰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영관에서 내려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번 영화는 외국인노동자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 가운데 유일무이한 흥행작이다.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나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비결은 '웃음'이다.

 

"기존에 다문화사회를 다룬 작품들은 대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리얼리즘적 구도에 갇혀 있죠. 하지만 그 작품들의 관객 수를 다 합쳐도 10만 명이 안 됩니다. 나는 거대한 정치적 서사로 관객들을 깨우치기보다는 그냥 관객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을 조금 더 친밀하게 느꼈으면 했어요."

 

육상효 감독은 신문사, 광고회사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거쳐 다소 늦은 나이에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배운 "항상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꼽는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이슈를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단의 공격에 시달리려도 의연하다.

 

"내가 동남아인들에 대한 정치적 관점이 정확하기 때문에 아무리 웃기게 만들어도 그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 미국에서 공부할 때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해 봤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대박'을 예감한 것은 아니었다. 장르가 코미디라고는 해도 여전히 생경한 주제였고, 흥행을 보증할 만한 스타급 캐스팅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니 투자사를 찾지 못한 것도 일견 당연하다. 하지만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들어놓고 나니 배급을 하겠다는 회사는 줄을 섰다. 결국 흥행에도 성공했으니, 육 감독의 뚝심을 관객이 알아본 셈이다.

 

감독 스스로도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말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실제 동남아인들을 캐스팅했다. 연기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지만 자기 삶에 있어서는 프로인 이들이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며 출연을 요청했다. 이주노동자들을 타자화하지 않는 유쾌한 시선의 시나리오에, 외국인들은 달가워했다.

 

"이주노동자들을 피해자로 그리는 리얼리즘 영화는 오히려 그 피해자들이 더 부담스러워합니다. <방가? 방가!>는 철저히 그 구도를 깼죠. 얼마 전 안산에 있는 이주노동자 단체의 활동가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즐겁게 영화를 봤다며,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 어떤 평론가의 찬사보다도 '영화 재밌게 봤다'는 이메일 한 통에 힘이 났다는 육 감독은 영진위의 제작지원금 제도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진위가 아니었으면 <방가? 방가!>는 나올 수 없었겠죠. 자본에 의한 영화밖에는 만들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지난 11월 8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육상효 감독의 특강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2010.11.27 16:2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지난 11월 8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육상효 감독의 특강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방가방가 육상효 외국인노동자 이주노동자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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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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