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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하는 소방관들. 이미지 사진입니다. 소방서에서 예전에 받아놨던 사진.
▲ 화재 진압하는 소방관들. 이미지 사진입니다. 소방서에서 예전에 받아놨던 사진.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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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 옆에서 숨을 쉬지만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공기다.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와주지만 평소에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도 있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잠긴 문을 따 달라는 요청도 무시하지 않고, 불이 나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사이렌을 울리며 냉큼 달려가 숨막히는 화재 현장에 뛰어들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낸다. 공무원으로서 시민을 위해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살아가는 이들 소방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행? "시간이 없어요"

남광화 주임_차량 관리 소방차를 비롯해 소방서의 모든 차량이 탈없이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것이 지금 그가 맡은 일이다.
▲ 남광화 주임_차량 관리 소방차를 비롯해 소방서의 모든 차량이 탈없이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것이 지금 그가 맡은 일이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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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소방서 녹번119구조센터에서 근무하는 남광화(52) 차량주임은 소방관 일을 한 지 25년이나 된다. 화재진압, 구조업무 등 소방관이 하는 일들을 두루 거쳐 일 년 전부터는 차량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출동해야 할 때 소방차, 구급차 등 모든 차량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관리하는 업무다.

차량 출동은 많을 때 하루 20건 정도다. 구급대는 10~15번 정도, 소방차는 화재진압과 훈련을 포함해 4~5번 정도 나간다 한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17일(수)도 훈련이 있어 다른 대원들은 바삐 자리를 떴다.

소방관들은 바쁘다. 하루 24시간 대기 상태다.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일하고 하루를 쉰다. 생체리듬을 무시한 격일제 근무다. 북한산을 끼고 있는 은평에서는 주말과 휴일에도 꼭 한 번씩은 산악구조 출동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 얼굴은 제대로 보고 살 수 있을까? 딸 둘이 모두 직장에 다닌다는 남 주임은 "크면서 아빠 고생하는 걸 아니까 원망하거나 비뚤어지지 않더라고요"라고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러면 부인은 어떨까? "처음에는 안쓰러워하더니 요즘은 덤덤해진 것 같아요." 여행을 함께 가 본 적도 없다. "요즘엔 틈틈이 가보려 해요." 그러나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시골 다녀오는 길에 잠시 틈을 내는 게 다라고 한다. 그 '시골'이 어디냐 물으니 영덕이란다. 게 많이 드셨겠다 하니 "어렸을 때는요"라며 웃는다.

눈앞에서 동료를 잃고도 계속하는 까닭

남광화 주임 서부소방서 시절부터 은평과 인연을 맺어온 남광화 차량주임. 올해로 소방관 생활 25년이다.
▲ 남광화 주임 서부소방서 시절부터 은평과 인연을 맺어온 남광화 차량주임. 올해로 소방관 생활 25년이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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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울에 올라온 건 197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누님이 상경해 운영하던 작은 공장에서 일을 돕다가 군에 입대했다. 군 시절, 소방관으로 일하던 친척 형의 영향을 받아 소방관이 되기로 한다. 1986년의 일이다.

그리고 25년이 흘렀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날마다 보는 것은 화재 아니면 사고 현장인데다, 이틀에 한 번씩 쉬는 생활에 몸이 피곤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부상과 동료의 불행이다. 몸이 힘든 건 견딜 수 있어도 동료의 부상이나 순직, 자신이 부상을 당했을 때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한다.

지금까지 소방관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남 주임은 홍제동 화재와 대조동 화재를 꼽는다. 2001년 일어난 홍제동 화재에서는 소방관 6명이 순직했고, 2008년 일어난 대조동 화재에서는 3명이 순직했다. 남 주임은 대조동 화재 당시에는 출동하지 않았지만 홍제동 화재 때는 참사 현장에 있었다. 안에 아들이 있다는 집 주인의 말에 무너지려 하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6명이 순직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남 주임은 "아들이 있다고 하니까, 그러면 우리는 확인을 해야 하니까 들어갔다"며 침울해한다. 그러나 그집 아들은 이미 빠져나온 상태였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기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동료의 죽음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소방관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소방관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 때문이다.

"생명 위태로운 사람 구조, 구출했을 때 절절함 고마움 느낄 수 있었어요. 말없이, 힘없이 쳐다볼 때 절절한 고마움을 느끼면 희열이 있어요. 그걸 느끼면 포기할 수 없어요." 

문 따 달라는 요청도 무시할 수 없다

소방호스 소방관(管)은 생명관. 사진의 주름 호스는 급히 물을 보충해야 할 때 연못이나 강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흡입관이다.
▲ 소방호스 소방관(管)은 생명관. 사진의 주름 호스는 급히 물을 보충해야 할 때 연못이나 강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흡입관이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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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조 119'라는 방송을 통해 구조대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졌다. 방송에는 웃지 못할 황당한 사고도 많이 소개되었는데, 문제가 되었던 것이 문을 따 달라는 요청이었다. 열쇠를 잃어버리면 열쇠집에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119에 전화를 한다고 해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있던 걸 기억한다. 그렇다 보니 소방서에 '문 개방 출동'을 하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문 개방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게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있거든요. 노인 혼자 두고 문 잠그고 나갔는데 거동 불편한 노인이 몸을 끌며 화장실 가다가 어디에 끼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문 개방도 가급적 신고 들어오면 다 출동합니다."

구조대는 사소한 요청까지도 들어준다. 빨래를 삶아서 널어놓고 시장에 가던 사람이 빨래를 이미 널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급히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보면 아닌 적도 있고 그런 적도 있어요." 아니면 다행인 거고 그렇다 해도 화재를 방지했으니 다행.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소방관의 일이다 보니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아주 황당했던 일은 대조동에서 들어온 구급 신고였다. 아들이 죽어간다, 화재까지 났다고 해서 급히 가보니 마당에 끌어내놓은 이불 한 귀퉁이가 타서 연기가 자욱했다. 방 안에는 연기 속에 그집 아들이 누워 있었는데, 질식했나 싶어서 확인해보니 의식은 없었지만 호흡은 있었다.

"호흡 있을 땐 인공호흡하면 안 되거든요."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어 급히 들것에 실어 옮겼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길 30여 미터를 다 옮겼을 때, 그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주위를 살피고 내려서 걸어갔다.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됐다가 찬 기운 마셔서 깨어난 거예요. 새벽에 화장실 갔다 와서 담배 물고 자다가 이불에 불이 붙었던 거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고 한편 황당했을까.

55명이 17만 명 담당, 퇴근길 한 잔은 꿈도 못 꿔

은평소방서 산하에는 119구조센터가 4개 있다. 녹번, 수색, 역촌, 갈현이다. 녹번 센터에서는 55명이 근무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구역은 녹번, 응암, 대조동 일부, 불광동 일부로, 주민은 대략 17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55명이 2개 팀으로 나누어 하루씩 번갈아가며 17만 명의 안전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른 센터에 비하면 인원이 많은 편이다.

다른 곳에는 20명 안팎이라 한다. 3교대를 추진하려 해도 예산 때문에 전면 시행하지는 못하고 2년 전부터 점차적으로 시행해, 현재 서울시 22개 소방서 중 6곳에서만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한다. 예산은 서울시에서 나오는데, 3교대는커녕 정년 퇴직으로 인해 빈 자리도 충원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선발 인원이 적어서 소방관 한 명 뽑는데 몇십 명이 지원할 정도란다.

당연히 퇴근길에 동료끼리 한 잔하는 풍경도 소방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 달에 한두 번 비번 날에 회식을 하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저녁에 회식을 하면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생길까 봐 오전에 시작해 저녁에는 끝낸다. 회식도 팀별로 하니, 당연히 전직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도 없다. 그래도 팀웍은 다른 조직에 비해 탄탄하다며 자랑한다.

"팀웍을 중시하는 일이라서 마음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맞추려고 노력해요. 일반 회사 같으면 소문이나 평판이 자자하게 돌 테지만, 우리는 서로 양보하고 대화하는 분위기죠. 단결하고 화해하고."

함께 목숨을 거는 만큼 끈끈한 관계가 느껴진다.

1분에 생명이 오가는 화재 현장, 주민의 응원과 협조 필요

제설작업 화재 진압, 인명 구조뿐 아니라 쌓인 눈을 치우는 것까지, 시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한 소방관들의 노고는 끝이 없다.
▲ 제설작업 화재 진압, 인명 구조뿐 아니라 쌓인 눈을 치우는 것까지, 시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한 소방관들의 노고는 끝이 없다.
ⓒ 은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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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니 남 주임은 소방서에서 뼈대가 굵은 사람답게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소방차가 항상 다닐 수 있게 불법주차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골목길에 노란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소화전 앞에 차를 세워놓고 연락처도 적지 않은 채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어 난감하다 한다.

100~200미터 간격으로 있는 소화전은 소방차에 물이 떨어졌을 때 물을 보충하는 용도다. 소화전을 쓸 수 없어 멀리 가서 호스를 연결하려면 1~2분은 걸리는데, 이 짧은 시간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사람 생명이 오간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게 되는 거죠." 겨울철 집 앞 눈 치우는 것도, 과태료 문제가 아니라 동네 주민들과 자기 가족들 위해서라도 빨리 치워주었으면 한단다.

한번 더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그제야 "시민들 정서가 메말랐는지, 요즘에는 당연히 할 일 했다는 눈으로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고맙다며 떡을 하고 식혜를 담가 들고 오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서운함을 비친다.

먹을 걸 바라서가 아니라 요즘에는 그렇게 따뜻한 정을 느끼기 힘들다는 얘기다. 물론 소방관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과 격려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결코 힘 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변함없이 재난현장에서 시민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관심 갖고 부드러운 눈길로 응원해 주면 용기와 힘이 됩니다."

남 주임의 마지막 말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겹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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