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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태명)의 초음파 사진이다. 두 발을 위로 올리고 배가 겹쳐서 힘들어 보이지만 귀엽고 코믹하다. 크면 코미디언을 시킬까?
▲ 사랑이 초음파 사진 사랑이(태명)의 초음파 사진이다. 두 발을 위로 올리고 배가 겹쳐서 힘들어 보이지만 귀엽고 코믹하다. 크면 코미디언을 시킬까?
ⓒ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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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화장실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도 새벽 6시. 잠자고 있던 필자는 깜짝 놀라, 아내에게 뛰어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어디 다친 거야?"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필자는 잠도 덜 깬 흥분된 상태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시 서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아내는 두 줄이 생긴 임신 테스트기를 건넸다.

두 달 전의 이야기다. 현재 아내는 임신 10주차다. 지난해 허무하게 첫 임신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내와 난 흥분에 빠졌다. 함께 기뻐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웃집에서는 새벽에 왠 난리냐고 아우성쳤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 기쁨을 즐겼다. 바로 그날 점심 산부인과로 갔다. 의사도 임신이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정말 나만의 2010 특종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상하지 한줄이면 꽝인것 같고 두줄이면 로또 같은 신기한 임신테스트기
▲ 두줄이 나타난 임신테스트기 이상하지 한줄이면 꽝인것 같고 두줄이면 로또 같은 신기한 임신테스트기
ⓒ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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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09년 5월3일 결혼했다. 연애기간도 짧았다. 고향은 강원도 철원이지만 대학부터 서울에서 10년간을 살았다. 이후 다시 강원도에 직장을 얻어 춘천에 자리를 잡은 것이 지난 2007년 11월. 회사일이 힘든 이유도 있었지만 혼자 지내는 것이 싫었던 나는 빨리 결혼을 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다.

회사 입사 동기들끼리 주말마다 나이트를 전전하며 이성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사실 나이트는 나랑은 맞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맡았을 당시였다.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후배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사실 그 후배도 그날 처음 만나 술 한 잔 마신 사이였다. 후배의 휴대폰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고,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전화를 걸어 우리의 만남을 주선했다.

처음 만난 장소는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정신이 없어서인지, 그날 미팅 장소를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아무리 찾아봐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약속 시간에 20분이 늦어 도착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 선 순간, 환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부부의 연은 시작됐다.

첫 만남 이후 3개월간 매일 밤 9시 퇴근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녀를 찾아갔다. 우리는 소주 한 병과 맥주 3병을 시켜 폭탄주로 마셨다. 아내는 폭탄주가 더 부드럽다고 말했다. 당시 술을 잘 마시는 줄 착각했다. 후다닥 3개월 만에 결혼 이야길 꺼냈고, 만난 지 7개월만인 2009년 5월 3일 결혼했다.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든 순간 더 이상 결혼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참고로 아내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이다.  

저기 중간에 보이는 콩알 만한 아이가 바로 우리 사랑이. 처음에는 콩알이로 태명을 지을까 했지만 결국 사랑이로 했다.
▲ 임신초음파 사진 저기 중간에 보이는 콩알 만한 아이가 바로 우리 사랑이. 처음에는 콩알이로 태명을 지을까 했지만 결국 사랑이로 했다.
ⓒ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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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금실이 너무 좋아도 삼신할머니가 시기를 한다고 했던가.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도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이 생겼다. 문제는 이후 아내의 증세였다. 피곤해서였는지 하혈했고, 병원에서는 이번 아이는 우리 부부와 인연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울었고, 난 아내를 안았다. 하늘이 무너졌다. 1년은 기다려 보자고 다짐했다. 마침내 우리 '사랑이(태명)'가 생겼다.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내가 코를 골기도 하고, 만날 피곤하다고 말한다. 초보 아빠의 고난은 이제 시작됐다. 심경의 변화도 예민하다. 입덧도 심하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와 '코오롱'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유망주였다. 어느 날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아마 자신의 벽에 실망을 했던 것 같다.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자신의 벽, 그 벽을 넘어서려고 여러 번 도전했을 것이다.

아내는 군대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운동선수들의 여건이 군부대 생활과 비슷해서 나름 그렇게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인내 끈기는 인정할 만하다. 튼튼한 아내가 입덧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현실이다. 먹고 싶다는 건 먹여야 한다.

지난주 금요일인 5일 산부인과를 다시 찾았다. 이제는 임신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제는 만천하에 임신 사실을 알려도 된다고 했다. 초음파 사진의 모습을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이를 봤다. 그토록 기다렸던 내 '사랑이'가 건강하게 엄마의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 마냥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2010 나만의 특종 공모



태그:#임신, #초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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