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리타운스튜디오 소셜 게임 '해피아이돌'.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연습생을 월드스타로 키우는 게임이다.
 노리타운스튜디오 소셜 게임 '해피아이돌'.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연습생을 월드스타로 키우는 게임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구가 늘면서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미국에선 징가의 '팜빌', 엔지모코의 '위룰' 같은 소셜 게임들이 수천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등장한 아이폰 게임 '위룰'은 아직 국내 앱 스토어에 없는데도 이미 적지 않은 사용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소셜 게임도 있을까?

토종 SNS, 싸이월드가 있듯 우리나라에도 스마트폰용은 아니지만 PC 기반 소셜 게임들이 네이트 앱스토어, 네이버 소셜 앱스, 다음 요즘 소셜 게임 등 주요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안철수연구소 사내 벤처로 출발해 지난 10월 분사한 노리타운스튜디오(옛 고슴도치플러스)다.  

소셜 미디어는 알겠는데 소셜 게임은 대체 뭐지?

지난 4일 여의도 안연구소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송교석 노리타운 대표는 소셜 게임을 "소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친구 관계를 활용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게임'보다는 '소셜'에 방점을 찍었다.

순수하게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소셜 게임들은 싱겁기 그지없다. '위룰'도 90년대 인기를 끈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처럼 건물을 짓고 도시를 꾸미는 게 전부다. 실제 엔지모코 창업자인 닐 영은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부사장 시절 심시티를 만든 자회사를 관리했다고 한다.

노리타운에서 국내 최초로 만든 육성 소셜 게임인 '해피가든'은 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유행했던 애완동물 키우는 게임기 '다마고치'를 연상시킨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꽃을 키우면서 그때그때 물도 주고 벌레도 잡아줘야 한다.

소셜 게임은 리니지 같은 롤플레잉(RPG) 게임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마니아가 아니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송교석 대표는 "기존 온라인 게임은 동시에 즐기는 동기식이지만 소셜 게임은 비동기식이 주류"라면서 "페이스북, 네이트 등 소셜 플랫폼에 올라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친구가 항상 접속할 순 없지만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에 관심 없는 사용자까지 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마니아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해피타운+해피가든=위룰?... 토종 소셜 게임 맛보기

엔지코모사 아이폰 소셜 게임 '위룰(We rule)'.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나만의 왕국을 꾸밀 수 있다.
 엔지코모사 아이폰 소셜 게임 '위룰(We rule)'.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나만의 왕국을 꾸밀 수 있다.

5개월 동안 '위 룰' 30단계에 오른 내공(?)을 바탕으로 토종 소셜 게임 맛보기에 직접 도전했다. 

우선 노리타운에서 만든 9가지 소셜 게임 가운데 '해피타운'은 위룰과 가장 많이 닮았다. 만든 시점도 지난 4월로 비슷하고 건물을 지어 도시를 만들고 친구들 도시를 방문해 교류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위룰 게임 방식은 단순하다. 처음 시작할 때 작은 영지를 받는다. 기본 자금으로 건물을 짓거나 밭을 일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금을 거두거나 농작물을 팔 수 있고 그만큼 경험치도 쌓인다.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이면 1단계부터 차례차례 올라가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건물이나 아이템, 농작물 종류도 늘어나고 건축 시간을 줄이거나 돈 대신 쓸 수 있는 모조(Mojo)라는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중세 왕국을 배경으로 한 위룰의 매력은 시청, 법원, 여관, 학교 같은 건물을 지으면 그 건물에 맞춰 판사, 여관주인, 학생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용, 불사조, 유니콘 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명절 등에 맞춰 새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지난달 말 할로윈 데이에 맞춰 공동묘지와 호박, 드라큘라 관 같은 새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피타운' 역시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위룰과 비슷하지만 PC 게임인 만큼 설정이 좀 더 다양했다. 집이나 놀이공원, 가게 같은 건물을 지어 도시를 꾸미는 방식은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건물이 낡아 때때로 수리를 해야 하고 건물이 늘수록 환경이 오염돼 녹지도 만들어야 했다. 위룰의 모조처럼 건축 시간을 단축하는 굴삭기 같은 기능성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일부 아이템은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사이버 머니를 환전해 살 수 있었다.  

또 단계가 올라갈수록 건물 종류나 아이템 종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도시 형태 자체가 '동화 마을'에서 '바다 속 마을', '중세 도시', '현대 도시', '우주 도시'로 탈바꿈해 지루함을 덜 수 있을 듯 했다. '해피타운'은 현재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을 통해 42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다른 포털 플랫폼간에는 교류가 되지 않는다.

노리타운스튜디오가 만든 도시 육성 소셜 게임 '해피타운'
 노리타운스튜디오가 만든 도시 육성 소셜 게임 '해피타운'

자신의 왕국이나 도시를 자기 취향대로 가꾸고 점차 영토가 넓어지는 걸 보는 성취감도 크지만 소셜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이웃 왕국이나 도시와의 교류에 있다. 위룰의 경우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친구를 초대해 이웃에 영지를 만들게 하고 서로 교류하면 경험치나 자금 수입, 영토 확장을 더 앞당길 수 있다. 네이트 '해피타운' 역시 싸이월드 일촌이나 네이트온 친구들과 교류해 친구 도시에 놀러가서 수확을 돕기도 하고 쓰레기를 버려 환경오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위룰에서 밭을 일궈 쌀, 감자, 과일 등 농작물을 수확하는 게 가장 큰 수입원인데 이 방식은 '해피가든'과 비슷하다. 위룰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시작한 '해피가든'은 밭을 만들어 씨앗을 심고 50여 종의 꽃을 키우는 국내 최초 육성 게임으로 한때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현재 38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6월 선보인 '해피 아이돌'은 연예 기획사를 만들어 연습생을 월드 스타로 키우는 게임이다. 연예 지망생에게 노래, 춤, 연기 연습을 시키는 한편 옷과 온갖 액세서리로 꾸미고 각종 오디션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이나 '슈퍼스타K' 같은 요즘 10~20대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벌써 56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해피아이돌은 지난달 일본 SNS '믹시(Mixi)'에도 진출해 8일만에 3만 명이 설치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안철수연구소가 소셜 게임을 시작한 까닭

4일 열린 여의도 안철수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셜 게임 캐릭터들과 포즈를 취한 송교석 노리타운스튜디오 대표.
 4일 열린 여의도 안철수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셜 게임 캐릭터들과 포즈를 취한 송교석 노리타운스튜디오 대표.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이와 같은 소셜 게임들은 주로 10~20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플랫폼에 따라서는 30대 이상 사용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송교석 대표는 "네이트 앱스토어의 경우 20대 위주여서 20대가 70% 이상이지만 네이버는 10대가 굉장히 많은 데 비해 20대가 적고 오히려 30대가 많다"면서 "게임 별로는 야구 게임에는 남성 사용자가 80%인 반면 '해피 아이돌'은 여성 사용자가 많다"고 한다.

또 '착한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력성, 사행성과 거리가 멀고 교육적 효과도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 백신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에서 굳이 첫 사내 벤처로 소셜 게임을 택한 것도 이런 특성하고 무관하지 않다. 안연구소 관계자가 "보안 사업과 소셜 게임의 공통분모는 '신뢰'였다"고 말할 정도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역시 안연구소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2007년 1월 사내 벤처로 출발한 고슴도치플러스의 '멘토' 역할을 해왔고 현재 노리타운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2009년 4월 국내 최초로 페이스북에 소셜 게임 '캐치미이프유캔'을 선보인 노리타운은 현재 해피가든, 해피타운, 해피아이돌 등 소셜 게임 9종을 전 세계 25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믹시(mixi), gummy 등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진행하고 애플 앱스토어에 스마트폰용 소셜 게임도 등록 대기 상태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페이스북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국내 소셜 게임 회사의 해외시장 진출 로망은 페이스북"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최소 3개 이상 만들어 페이스북에 안착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노리타운에 따르면 현재 1인 개발자를 포함해 소셜 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는 70~100개 정도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3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소셜 게임의 가능성을 보고 대기업에서도 진출하는 등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송 대표가 보는 한국 소셜 게임 전망도 희망적이다.  

"우리나라가 늦긴 했지만 고무적인 건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중국 게임 업체들조차 한국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다. 왜 한국에 관심 가지냐 물어보면, 중국 업체는 굉장히 빠르지만 '카피'에 빠르고 한국 업체는 굉장히 창조적이라고 한다. 온라인 게임 강국의 강점을 살린다면 빨리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태그:#소셜게임, #안철수연구소, #노리타운스튜디오, #해피타운, #위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