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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 발표를 화려한 뮤지컬 쇼 형식으로 진행해 시선을 끌었다.
 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 발표를 화려한 뮤지컬 쇼 형식으로 진행해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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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또 겹쳤다. 삼성전자에서 7인치 태블릿 '갤럭시 탭'을 국내에 처음 공개한 지난 4일. 애플코리아 역시 초경량 노트북 '맥북 에어' 신제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5개월 전인 지난 6월 8일 애플이 아이폰4를 전 세계에 최초 공개하던 날 삼성이 갤럭시S 국내 발표로 맞불을 놨던 장면이 떠오른다. 물론 상대가 아이패드가 아니어서 '체급'은 달랐지만 노트북 역시 태블릿 경쟁 상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말잔치로 끝난 '탭 쇼' vs. SW 앞세운 '맥북 세미나'

"라이프 이즈 탭 탭 탭!"

이날 오전 10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 탭 미디어데이에는 국내외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려 자리 다툼부터 치열했다. 삼성 역시 화려한 춤과 노래를 곁들인 뮤지컬 형식의 제품 소개로 화답했다. 저마다 연애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세 남자가 만약 그때 갤럭시 탭만 있었다면 사랑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이어령 이대 명예석좌교수를 비롯해 만화가 이현세, 아이돌그룹 2PM, 유이 등 출판계, 교육계, 방송연예, IT 등 각 분야 유명 인사의 갤럭시 탭 소개 영상을 통해 다양한 국내 콘텐츠 확보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여주기'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갤럭시 탭에 도대체 어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담겨 있고 기존 스마트폰용 앱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부각시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비하면 애플코리아 기자간담회는 딱딱한 세미나에 가까웠다. 이날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오전과 오후 4차례로 나눠 1시간 30분씩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작 맥북 에어 소개는 30분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아이라이프(iLife) 11' 프로그램 설명에 할애했다.

4일 오후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세미나 형태로 진행된 애플코리아 맥북 에어 출시 기자간담회
 4일 오후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세미나 형태로 진행된 애플코리아 맥북 에어 출시 기자간담회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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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이프는 사진(iPhoto)이나 동영상(iMovie), 음악(Garageband)을 만들거나 편집·공유하는 유료 소프트웨어(7만 5천 원)로 맥북 시리즈를 살 때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포토' 새 버전은 사진 속 사람 얼굴을 인식해 인물별로 분류할 수 있고 촬영 장소별로 분류한 사진들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아이무비'는 사용자가 찍은 동영상을 영화 예고편 형태로 짧게 편집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동영상 예고편 제작 과정까지 일일이 시연한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아이라이프는 (IBM PC가 아닌) 맥PC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맥을 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맥을 구입할 때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컴퓨터의 가치를 더 높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면 당장 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활용성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차별성 강조한 갤럭시 탭 vs. 아이패드 장점 가져온 맥북 에어

전용 키보드를 장착한 갤럭시 탭.
 전용 키보드를 장착한 갤럭시 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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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차원에서 양쪽 모두 아이패드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장 안팎에서 경쟁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갤럭시 탭을 내비게이션으로 장착한 '탭 택시'부터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 탭을 양복 안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퍼포먼스, DMB 시청 기능, 전용 키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휴대성과 다양한 활용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5인치 이하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프로요 버전의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문제 등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휴대성을 빼면 9.7인치짜리 아이패드에 비해 답답해 보이는 7인치 화면의 단점을 뒤집는 뚜렷한 해법이나 대안 콘텐츠도 눈에 띄지 않았다. '휴대폰 보조 기기' 성격에 걸맞지 않은 3G 음성통화 기능이나 휴대성과 거리가 먼 전용 키보드는 되레 사족처럼 보일 정도였다.

애플 맥북 에어는 오히려 휴대성, 부팅 속도 등 아이패드 장점을 흡수해 더 가볍고 빨라졌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우리가 아이패드에서 배운 것들, 플래시 저장 장치나 즉각적인 부팅, 놀라운 배터리 대기시간, 소형화 및 가벼운 구조 등을 새로운 맥북 에어에 적용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애플코리아가 4일 선보인 맥북 에어 신제품. 11인치형과 13인치형 두 모델로 11인치형은 무게 1.06kg, 두께 0.3~1.7cm에 불과하다.
 애플코리아가 4일 선보인 맥북 에어 신제품. 11인치형과 13인치형 두 모델로 11인치형은 무게 1.06kg, 두께 0.3~1.7c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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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계적인 하드디스크 대신 몸집과 무게가 1/10 정도에 불과한 플래시 저장장치를 이용해 무게를 기존 노트북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애플이 이날 선보인 11.6인치, 13.3인치 두 모델 가운데 11인치 제품의 무게는 1.06kg으로 넷북은 물론 아이패드(680g)처럼 한 손으로 들어도 큰 무리가 없다. 또 노트북 부팅 속도도 2배 빨라져 PC를 껐다 켜는 데 걸리는 시간이 7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신 하드디스크가 들어갈 자리에 배터리를 넣어 최대 사용시간은 7시간, 대기 시간은 무려 30일에 달한다. 

가격 역시 200만 원대 전후인 기존 맥북 에어 제품과 달리 129만 원대(11.6인치, 1.4GHz CPU, 플래시 메모리 64GB 기준, 부가세 포함)까지 낮췄다. 값비싼 플래시를 쓰는 탓에 저장 용량은 64GB에서 최대 256GB로, 1TB(1000GB)를 넘나드는 요즘 노트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지만 웹하드처럼 가상 저장장치를 활용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고 한다.

"갤럭시 탭 살 바에야 맥북 에어 사겠다"

'아이패드 국내 1호 사용자'로 알려진 얼리어답터 김종찬씨는 4일 자신의 블로그(http://www.kimjc.com)에 올린 새 맥북 에어 사용기에서 "갤럭시 탭을 굳이 키보드와 함께 같이 들고 다니며 사용할 봐에야 키보드도 있고 무게도 가볍고 화면도 11인치로 딱 좋은 맥북 에어를 사는 게 낫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맥북 에어는 태블릿처럼 터치 화면도 아니고 미디어 소비 기기보다는 생산 기기에 더 가깝기 때문에 과장된 측면도 있다. 차라리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운영체제(OS)가 장악해온 기존 노트북PC 시장에서 맥북 에어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 PC 사용자들의 애플 맥 제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날 애플코리아가 IDC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PC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반면 맥 판매량은 141% 늘어 8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 현지와 출시 시점 격차도 갈수록 줄어 이번 맥북 에어의 경우 미국과 단 2주밖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머물렀던 애플과의 경쟁이 PC, 노트북 등 IT 기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두 행사만 놓고 볼 때 이 새로운 싸움 역시 국내 업체에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싸움 역시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등 콘텐츠 경쟁력에서 판가름 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삼성 갤럭시 탭(오른쪽)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삼성 갤럭시 탭(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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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맥북 에어, #애플, #삼성전자, #아이패드, #갤럭시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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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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