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의 초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미 3시즌 연속 최하위권 성적(10위, 9위, 10위)을 기록하며 프로농구의 대표적 약팀으로 자리매김했던 오리온스지만 혹시나 했던 올 시즌마저 변변치 못한 시즌 스타트를 보이며 대구 농구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사실 오리온스의 올해 성적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김승현이 고질적인 허리부상에서 벗어나 '코트의 야전사령관'으로 복귀하고, 용병 드래프트 1순위였던 글랜 맥고완이 리그 적응에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한 4년 만에 6강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마지막 6강의 추억으로 남아있던 2006시즌이 바로 '김승현+피트 마이클' 조합으로 일궈냈던 만큼 올해 김승현과 맥고완이 함께 코트위에 뛰는 시간만 보장할 수 있다면 지난 시즌 성적(15승 39패, 10위)은 충분히 능가할 것으로 보였다.

 

 대구 오리온스 팀 전력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승현

대구 오리온스 팀 전력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승현 ⓒ 대구 오리온스

하지만 희망이 점차 절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과 1라운드가 겨우 마무리 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2승6패(공동 8위)라는 성적은 참담하게 느껴진다.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에 유재학 감독이 나가 있어 임근배 코치가 팀을 이끌고 있는 모비스, 대대적인 팀 개편으로 이미 고전이 예상됐던 인삼공사와 리그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리온스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과연 오리온스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존재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팀 에이스' 김승현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고질적인 허리부상에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승현은 올 시즌 단 1경기도 출장하지 못하며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박유민, 박재현 등 신인 선수들이 나름 힘을 내고 있지만 노련미 부족으로 승리를 내준 경기가 쌓여갈수록 김승현 같은 선수들의 활약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오리온스의 침체기는 정확히 김승현의 부상시기와 일치한다. 김승현은 2005시즌 51경기에 출장한 후 '괴물' 피트마이클과 호흡을 맞춘 2006시즌(36경기 출장)을 시작으로 부상에 시달렸다. 이후 점차 21경기(2007), 39경기(2008), 25경기(2009) 밖에 출장하지 못하며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특히 20경기대 출장을 보여준 2007, 2009시즌에는 공교롭게 오리온스가 리그 꼴찌를 기록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중계약 파문으로 팀 이미지 추락에도 한몫 하면서 김승현은 오리온스가 어쩔 수 없이 품고 가야하는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피터팬' 김병철의 은퇴가 임박한 시점에서 팀 내 '넘버원' 역할을 해줘야하는 김승현이 벤치에도 앉아 있지 못한 상황은 오리온스가 올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당초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 이후 복귀가 예상됐던 김승현이 여러 가지 이유로 1군 무대 복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 원인이 훈련량 부족으로 인한 체력문제인지 이면계약 파문 이후 소원해진 구단과의 관계 때문인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그러나 김승현의 부재가 오리온스는 물론이고 프로농구 흥행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해마다 추락하는 팀 성적 때문에 김승현의 복귀만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오리온스의 반복적인 모습을 보면서 오리온스는 과연 김승현을 위해 존재하는 팀인지 의문이 든다.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팀 전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 다른 팀들과 해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오리온스의 성적은 어쩌면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올해는 다르겠지" 하는 오리온스 팬들의 희망고문은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2010.11.03 13:49 ⓒ 2010 OhmyNews
김승현 오리온스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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